[김길호의 일본아리랑] (76) 윤덕민 주일대사의 한장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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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76) 윤덕민 주일대사의 한장의 사진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1.2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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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윤덕민 주일대사의 한장의 사진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서 요미우리신문을 읽고 있을 때, 한국 남성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넥타이를 매고 라면을 먹고 있는 사진이었다. 1월 17일 전지 12면의 6면 문화란( Culture)에 <라면의 매력 SNS에서>라는 타이틀 속에 윤덕민(尹德敏 씨)이라는 사진 설명이 있었다.

낯익은 이름이어서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역시였다. 첫머리 기사가 “한국 윤덕민 주일대사(63)는 아주 라면을 좋아한다. 방문처에서 자신이 먹은 (라면) 동화를 대사관 SNS에 투고하고 있다. 일본 라면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은 게이오(慶應)대학 유학 중인 약 30년 전이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 문화란 '라운재'  "라면의 매력 SNS에서" 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윤덕민 주일한국대사 기사.  

대학 근처의 인기 가게에서 먹은 마늘과 돼지 등기름을 넘치게 넣은 한 그릇에 <일본요리는 웰빙>이라는 선입감이 날라가버렸다. 그런데 하숙집 근처에서 먹은 미소(된장) 라면은 감칠맛이 났다. 다양한 맛에 매료되었다. 귀국 후에도 일본에 올 때마다 규슈의 돈고쓰(豚骨)라면 후쿠시마, 키다가다시 등 각지의 맛을 즐겼다.”

“대사 부임 후에는 일 주일에 두 번 정도는 먹고 있으며, 최근에는 니보시(멸치 정어리 등을 삶은 국물)라면을 좋아한다. 전국의 라면을 당지에서 먹는 것이 꿈이다. 라면 동화의 투고로 인해 바라는 것은 「전후(해방 후) 최악」이라고 불리웠던 한일관계의 개선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한일 간을 오가는 여행자도 줄고 있다. 우선 동화를 보고 친근감을 갖고 「국민교류를 깊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뜨거운 마음이 담겨 있다.” 이상이 기사의 전문이다. 가볍게 미소를 띄우면서 읽던 기사가 아, 그러한 의도가 있었구나 하는 새로운 감회에 빠지게 하는 기사였다. 역대 대사 중에 이러한 장르에서 화제가 되어 기사화 된 것을 필자는 읽어 본 적이 없었다.

정치색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이 기사를 많은 일본 독자들이 읽었을 것이다. 젊은 학창 시절 이국에 유학 와서 먹었던 추억의 라면들을 재음미하면서 술회한 짤막한 이 기사에, 서로 시대와 환경은 다르지만 읽는 독자들에게 오버랩되었을 것이다. 한 장의 사진이 갖고 있는 메시지의 의미와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다음 날, 1월 17일 마이니치신문 조간 정치란에는 「수뇌 상호 방문 재개를」이라는 제하에 ‘윤덕민 주일대사에게 듣는다’라는 인터뷰기사가 크게 게재되었다.

“징용공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 측에 협력을 구하는 것은 사실상 백지화돼버린 2015년의 위안부 합의 교훈을 살리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강조했다. 그리고 수뇌에 의한 상호방문을 조기에 실현 시켜서, 관계 개선을 향하고 있는 양국이 연휴를 깊게 할 필요성을 피력했다.”

“위안부 합의를 지키지 못한 교훈으로서 두 가지 점을 들 수 있다. 첫째는 한국정부가 피해자의 의견을 듣고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었다는 것과 또 하나는 일본 측이 전향적인 대응도 대단히 중요했던 점이다.”

(중략)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과 한국대법원 (징용공문제) 판정에 대해서 한국 내에서 정리할 해결책을 찾고 있다. 다만 그것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 일본 기업과 피해자 간의 화해가 있으면 지속 가능한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닌가.

보안할 조치가 필요하다. 법적인 문제가 아니고 사람과 사람의 문제로서 일본 측에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양국은 과거 10년간에 걸쳐서 역사전쟁을 치러왔지만 서로의 이익은 전혀 없었다. 내가 부임했던 당초 일본사회는 한국에 대해서 아주 냉정했었지만, (작년 9, 11월의) 수뇌회담을 기회로 양국 간의 신뢰 관계가 크게 회복되었다.”

“관계 개선을 지속 가능한 것으로 하기 위한 두 번 다시 없는 기회이다. 금년은 「한일공동선언」에서 25년이다. 미래 지향적인 「공동선언 2・0」을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수상 이름으로 창출하면 어떨까.”

“(중략) 문재인 전 정권의 외교 정책이 북한 중심이라고 한다면 윤 정권은 국제협력 노선 회복이다. 이 지역에 있어서 민주주의나 시장경제라는 가치관을 공유하는 파트너는 한국과 일본이다. 한국과 협력하여 지역의 안전과 평화, 번영에 기여할 무척 중요한 시기이다.”

이외에도 중국의 대두, 북한의 미사일과 핵, 일본 방위정책의 전환 등 다방면에 걸친 회견이었다.

한국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쫓겨나듯이 일본을 떠난 전임 대사를 생각할 때, 1년도 채 안되어서 변한 한일관계에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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