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 아리랑] (81)윤석열 대통령 일본 방문 결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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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 아리랑] (81)윤석열 대통령 일본 방문 결산서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3.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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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윤석열 대통령 일본 방문 결산서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3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날, 필자는 오사카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대통령이 12년만에 일본 공식 방문하는데 일본에서 생생한 그 뉴스를 보지 못하고 서울행 비행기를 타야했기 때문에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일본의 저가격 피치항공기를 이용했는데 승객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석의 승객들 대부분은 일본의 젊은 여성들로 꽉 차 있었다. 단체로 한국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고 2,3명의 친구와 가족들끼리의 개인 여행이었다. 외국 여행을 간다는 긴장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가까운 이웃 지방 여행처럼 여유로움이 넘치고 있었다.

그들은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귀국하는 필자가 긴장감에 휩싸여서 쓴 웃음을 지었다. 필자가 머무른 명동에 있는 호텔에도 일본인 젊은 남녀들이 많이 숙박하고 있었는데 봄을 맞는 서울을 그들은 마음껏 만끽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일 관계가 가까워져서 놀라움 속에서도 흐뭇했는데 서울 중심가의 현수막이나 뉴스는 이와는 정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한 비난과 항의 시위 일색이었다. 그 엄청난 괴리감에 필자는 또 다른 놀라움 속에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고 오사카로 돌아왔다.

약 3년 반전인 2019년 8월 21일 필자는 <대한민국이 일본을 용서하고 사죄, 배상 요구를 하지 말자>라는 컬럼을 당시 연재했던 인터넷신문에 썼었다. “컬럼 내용은 당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라는 주석을 끝머리에 달아서 아침 7시에 게재했던 이 기사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삭제되었다. 삭제 이유를 문의했더니 ‘죄송합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라는 답변이었다.

그 기사를 다시 읽어 보니 3년 이상이 지났지만 오늘의 한일 관계와 다름없기 때문에 소개한다.

“「대한민국이 일본을 용서하고 사죄, 배상 요구를 하지 말자」

8월 16일 민단 오사카본부에서는 전대미문의 연기된 행사가 개최되었다. 일본열도에 상륙한 크로사 태풍(10호)으로 15일 오전 11시 열릴 예정이었던 광복절 기념식이 중지되고 다음 날인 16일 오후 한시부터 열렸다. 태풍으로 기념식의 연기는 처음 있는 일로서, 최악이라는 오늘의 한일 관계를 상징하는 것 같았다.

갑작스런 연기에도 불구하고 약 6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는데,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는 오태규 총영사가 대독하였다. 경축사는 우리말로 그대로 읽고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참석자들에게 배부했었다.

다른 해 같으면 광복절의 대통령 경축사는 어떠한 내용이 들었는지 재일동포에게는 특별한 관심사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국에서 개최된 전 날의 광복절 기념식 때에 문 대통령이 읽어서 일본 매스컴들은 문 대통령의 경축사까지 방영하고 해설까지 곁들였기 때문에 동포들은 사전에 그 내용을 다 알고 있어서 솔직히 신선미가 없었다.

경축사에서 2020년에 도쿄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과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는 내용에는 높은 평가와 반일의 공세 속에서 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평들이 일본 매스컴과 둥포들의 일반적인 견해였다.

그러나 남북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 경제를 구축하고 통일로 광복을 완성한다면서 2032년 서울 평양 공동 올림픽 개최와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의 통일로 하나된 나라 원코리아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으며, 국민소득 7,8만불 시대가 가능하고 우리가 일본을 뛰어넘는 길이라고 했다. 이 내용에는 모두가 냉소적인 비판 일색이었으며, 어른이 읽는 환상적인 동화라고 혹평했다.

특히 문 대통령 연설 다음 날에 나온 북한의 막말 수준의 논평인 ‘저들이 북남 협력을 통한 평화 경제를 건설하며 조선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소리인데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는 말을 들은 후의 경축사는 빛바랜 내용이 되고 말았다.

현재 대한민국의 주적은 북한이며, 북한의 핵 위협의 비핵화를 위해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제자리 걸음 상태이다. 그러면서도 민족끼리라든가 우리끼리라는 단어가 남북한에서 사용되면서 이념 분쟁을 비판하며 희석 시키고 있다.

그러나 민족끼리라는 ‘피는 진하다’라는 단순한 단일민족 개념보다 다양한 세계화 속에서 이념끼리의 개념이 민족끼리보다 우위에 있어야 한다. 각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유 민주주의 체제 속에 보편적 인간의 삶을 누리는 것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영원한 목표이고 이것이 곧 이념끼리의 개념이다.

우리는 6.25동란 당시 민족끼리만이 아니고 가족끼리도 이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미증유의 인명 피해와 그 상흔을 안고 아직도 허리 잘린 분단국가 속에 서로가 주적이 되어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이 상황 속에서 남북 대화와 미래의 평화 경제 추구도 좋지만, 동북아시아에서 이념이 같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라고는 한일 양국 밖에 없는데 해방 후, 최악의 괸계로 악화된 점을 우리는 뒤돌아봐야 한다.

미래 지향 속에 빚어진 갈등으로 악화되었으면 그런대로 이해가 가지만 되풀이되는 역사인식의 견해 차이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한편으로 생각하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역사인식의 갈등은 어제 오늘 빚어진 일 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 때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실효지배’라고 표기하던 독도를 일본은 ‘불법점거’로 둔갑 시켰고, 박근혜 정권 때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사죄가 한일 관계의 첫 조건이라고 일편단심처럼 부르짖던 박 대통령을 반일의 앞잡이라고 일본의 정계와 매스컴은 막말을 사용하면서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그래서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 일본 한 번 방문 못했는데, 한국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로 박 대통령을 친일 앞잡이로 비난했으니 반세기 가깝게 일본에 살고 있는 필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였다.

그러면서도 위안부 문제를 어렵게 합의를 보았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일 관계의 양상은 더욱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합의 본 위안부 문제는 일본과의 합의도 없이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파기시켰으며, 징용공 대법원 판결은 삼권분립 존중이라는 미명하에 정부는 나 몰라라 방관하고 있었다.

징용공 문제는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는 한일 간에 새로운 역사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순신 장군이 12척으로 일본군과 싸워서 이겼다는 발언이나 조국 전 민정수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죽창가’를 소개하여 미필적 권유의 반일을 추켜세웠다.

이로 인하여 한국에서는 친일, 반일이라는 흑백의 이분법적 논쟁 속에 친일 사냥이 일어나고 있다. 필자는 일제 시대의 국민감정을 생각할 때 친일을 ‘우일(友日)’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왔다. 물론 반대로 친한은 ‘우한(友韓)’이다.

그런데 친일 비판을 하는 고국의 동포들에게 “왜 친일(우일)이 나쁩니까?”라고 묻고 싶다. 자유 민주주의 속에 이념이 같은 가장 가까운 나라로서 숙명적으로 교류를 나눠야 할 이웃이다. 싫어도 가까워야 한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다. 고국에서는 친일 비판을 하지 말고 원인을 제공한 정치가들 스스로가 앞장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일본은 사죄와 징용금 배상 문제는 한일 외교 협의에서 끝났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위안부 문제에서 성의 있는 사죄를 안했다고 해서 항의하고, 한반도에서 강제 연행된 징용공 배상 지불이 안됐으니까 지불하라는 식민지 끝처리를 제대로 하라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식민지와 피식민지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사이에는 어떤 측면에서 가해자가 강한 것 같으나 결국에는 피해자가 강하다. 국가 간에 있어서나 개인 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일 관계의 역사인식에서 식민지국이었던 한국은 피해자로서 강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로서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이 역사인식의 자산인 피해자로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관용을 베풀고 일본을 용서하자는 것이다. 일본이 사죄하고 징용공 배상금 건도 다 끝났다면 알았다고 해서 새로운 사죄와 요구를 하지 말고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일본이 한국보다 국력이 강해서 굴욕적인 관용과 용서가 아니다.

일본이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했다고 진정성 있는 사죄가 아닐는지 모른다. 또 일본이 배상금 지불했다고 더 큰소리 칠는지 모른다. 한국은 이러한 논리적인 결착을 원하고 있지만 이 논리에서 벗어나서 용서를 하자는 것이다. 결코 역사를 잊으라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피해자의 관용과 용서는 역설적으로 그 이상의 결과를 낳는다. 굴욕의 관용과 용서가 아닌 것은 바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도덕적 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일본에게 이것을 보여줌으로써 극일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고 일본에게 강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이상이 2019년 8월 21일 썼던 ‘대한민국이 일본을 용서하고 사죄, 배상 요구를 하지 말자’의 전문이다.

지금도 북한은 미사일을 마치 불꽃놀이처럼 지속적으로 발사하고 있다. 국가와 인민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부르짖고 있지만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인민들이 쌀밥과 고기국을 먹고 기와집에 살 수 없어도 좋다. 헐벗고 굶주린 인민들을 위하여 당장 보리밥과 된장국이라도 하루 세끼 배불리 먹고서 초가집에라도 편하게 자게 해야 한다. 같은 민족끼리라는 것은 이럴 때 인민 편에서 그들의 가혹한 독재성을 비판해야 한다.

필자가 3박 4일 일정으로 이번에 서울에 간 것은 필자가 존경하는 어느 재일 동포의 독지가가 한글학회(회장 김주원. 이사장 권재일)와 일제시대에 독립을 위해 항거한 무명의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을 위해 자비를 들이면서 힘쓰는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 이윤옥 시인을 만나 달라는 요청에 의해서 방문했다.

일제시대에 조선어 말살 정책 속에 항거한 한글학회는 한글의 성지만이 아니고 고국의 독립을 위한 또 다른 독립 단체이기도 하다. 무명의 여성 독립가 발굴을 위해 한국 국내만이 아니고 일본, 미국, 중국까지 찾아 다닌 이윤옥 소장 등의 만남은 필자에게도 큰 감동이었으며, 진심으로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 필자의 숙부는 일제시대에 일본 민간 상선의 선원이었지만, 일제 말기 일본군의 모든 선박의 강제 징선 명령 속에 군에 귀속되어 항해 중에 북해도에서 미군 어뢰의 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유해는 찾아볼 수 없었으며 그 위패는 야스구니신사에 있다. 위패 삭제 요구를 위해 약 6년 전에 야스구니신사 담당자와 한 시간 이상 항의를 했지만 평행선에서 끝난 채 있다.

징용공과 고국의 반일 정서 못지않게 필자도 일본에 대해서는 착잡한 심정이지만 필자는 과거보다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삼전도 굴욕보다 더하고 계묘국치라는 등의 과격적인 대일 비판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범람하고 있었지만 필자는 침묵하는 고국 동포의 소리를 더 믿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징용공 배상 문제에 대해서 내린 정치적 결단을 필자는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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