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14)이영운 선생님, 쩨부잼(TIÉ BOU DIÉNÉ)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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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14)이영운 선생님, 쩨부잼(TIÉ BOU DIÉNÉ) 점심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4.0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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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샌님의 KOICA해외교육봉사활동 체험기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14) 쩨부잼(TIÉ BOU DIÉNÉ) 점심

오늘은 처음으로 혼자 걸어서 출근했다. 책과 컴퓨터 등 15Kg 정도의 물건을 양손에 들고 나섰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유나 선생에게 함께 출근하자고 했으나 유나 선생은 나중에 천천히 가겠다고 혼자 가라고 한다. 지난주에 출근하면서 나름대로 건물과 길 등을 기억했으나, 유나 선생이 함께 출근할 것으로 생각하여 자세히 살펴두지 않았었다. 사무실을 못 찾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

40도를 넘는 몹시 더운 날씨다. 사실상 첫 출근이어여 또 정장 차림이다. 그런데 역시 길을 잘못 들었다. 회전교차로를 지나서 우회전해야 하는데, 그냥 지나쳐

교육부 과장들과 함께 가운데가 김유나 봉사단원.

버린 것이다. 아무리 가도 내가 기억하던 팻말이 나오지 않고, 결국 슈퍼마켓 Casino가 있는 곳까지 갔다. 아무래도 잘못 길을 선택한 것 같아 유나 선생에게 전화했더니, 엉뚱한 길을 두 배나 멀리 가버렸다고 한다. 뒤돌아서 1층 베란다에 꽃이 심어진 건물을 찾아 겨우겨우 사무실에 도착했다.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너무 무거워 중간에 노트북을 떨어뜨리기까지 했다. 겨우겨우 도착했다. 9시 20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출근한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떨어뜨렸던 컴퓨터를 켜고 점검해 보니 인터넷까지 이상이 없었다. 사무실 키와 화장실 키 등을 받았으니 잘 관리하면 분실의 위험은 없어 보였다. 직원들이 와서 쉬는 시간 잠시 사무실을 뜨는 경우에도 반드시 문을 잠가야 한다고 여러 번 주의를 준다.

이곳에 같이 근무하는 정종량 자문단도 나에게 얘기했었다. 자신도 분실의 경험이 있다고. 자신의 사무실에 한국에서 가져온 노트북이 잠시 사무실을 비운 사이에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컴퓨터 가격은 말할 필요도 없고 자료도 모두 함께 사라졌으니 몹시 난감했을 것이다. 그분 말씀은 아마도 사무실을 들락거리는 전기공 등 기술자들의 소행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결국 정 자문관은 50만 세파(100만원)를 들여 이곳에서 다시 컴퓨터를 샀다고 했다. 다행히 외장하드에 자료를 따로 보관하고 있어서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세네갈 요리, 야사뿔레
세네갈 요리, 야사뿔레

점심은 현지 식으로 했다. 기름으로 지은 밥에 양고기소스가 곁들여져 있었다. 맛은 먹을 만하다. 양도 많다. 밥의 식감이 부스럭거린다. 찰기가 없는 몹시 건조하고 메마른 느낌이다. 사용한 기름이 정제된 것인지, 고기 상태가 온전한 것인지 걱정이 되었으나 우리 입맛에 잘 어울린다.

세네갈의 음식문화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신선하게 구할 수 있는 풍부한 식재료와 프랑스, 모로코, 포르투갈 식문화의 영향, 그리고 보통 2, 3시간 정도 공들여 조리하는 조리법, 다채로운 향신료와 허브 사용 등으로 인해 세네갈 음식은 우리 입맛에도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최고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서단 해안에 위치한 세네갈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생선뿐만 아니라 닭고기, 양고기, 소고기, 새우 등을 활용한 요리가 발달해 있지만 이슬람 국가인 탓에 돼지고기 메뉴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특산품인 땅콩과 비샵(히비스커스과 식물), 양파 등을 이용한 소스가 발달하였으며, 이외에 북서 아프리카 지역에 보편적인 식재료인 쿠스쿠스나 쌀, 렌틸콩 등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세네갈의 가장 일반적인 음식 쩨부젠.
세네갈의 가장 일반적인 음식 쩨부젠.

세네갈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쩨부젠, 야사뿔레, 마페 등이 있으며 더위와 갈증해소에 좋은 음료 역시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음식인 쩨부젠(Thiebou Dieune)은 생선을 이용한 요리다. 고기를 이용하면 쩨부얍이라고 한다. 전통요리인 만큼 만드는 법이 간단하지 않다. 우선 양파, 파슬리, 마늘, 레몬과 각종 허브 채소를 다져 페이스트처럼 만든 후, 반으로 가른 생선 속에 넣은 뒤,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토마토소스와 각종 채소를 볶은 소소에 넣어 찐다. 이때 쌀은 생선을 쪄내는 증기로 한 번 찌고, 이후 생선과 채소를 볶은 기름을 찐 밥에 부어 한 번 더 쪄낸 후, 넓은 접시에 기름에 찐 밥을 두르고 함께 생선과 야채를 담아낸 음식이다. 가족 여러 명이 둘러 앉아 함께 나눠 먹는 식문화로 인해, 여러 명이 한 접시에 담긴 음식을 손으로 뜯으며 즐긴다.

야사뿔레(Yassa Poulet)는 야사라는 소스와 숯불에 구운 닭고기를 곁들여 내는 요리로, 주재료로 사용되는 식재료에 따라 야사 그레벳(작은 새우), 야사 쁘아송(생선) 등이 있다. 또한 세네갈의 주요 농산품인 땅콩과 토마토를 섞어 만든 소스와 고기와 생선을 넣어 요리한 음식인 마폐(Mafe)는 그 맛이 우리나라에서 먹는 하이라이스와 비슷해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직원들은 얼굴이 비슷비슷하고 키도 커서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여자들은 모두 같아 보인다. 언제면 서로 구별이 가능하게 될는지 몹시 걱정된다. 또 프랑스어는 내가 잘 모르니 통하지 않고, 영어는 그들이 서투르니 역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2014년 8월 11일)

초등학교 교장, 교감 선생님과 업무협의.

스무 개의 인사말

직원 중에 Keye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한다. 나도 도와주겠다고 했다. 인터넷 등을 이용해서 쉽게 한국어에 접근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서 도와주어야겠다.

청장이 사무실마다 다니면서 긴 인사말을 교환한다. 이들은 ‘살라 말래꿈’으로 시작되는 월러프어로 20여개의 인사말을 주고받으며, 아침 인사를 한다. 인사 내용은 안녕한지, 잘 잤는지, 부인과 아이들은 어떤지, 부모의 건강은 어떤지, 어제 집에서 무엇을 했는지, 기도 생활은 어떤지, 업무는 잘 되고 있는지,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지 등 수도 없이 많고 다양하다. 그러니 정작 자신의 사무실에 가서 사무를 시작하려면, 많은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가능하다.

나는 청장에게 당분간 프랑스어를 익혀야 하니까, 근무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하고, 3시부터는 프랑스어 교습을 받겠다고 해서 승인을 받았다. 다른 직원들이 거의 10시가 돼야 근무를 시작하므로 나는 두 시간 전부터 일하는 셈이 된다. 한국에서는 7시에 출근하여 근무를 시작했었으니 나에게 별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되었다. 프랑스어를 익히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업무를 마치고는 불어 공부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부임 전에 삼, 사일 간 프랑스어 공부를 했었다. 물론 인사말 정도다. 다행인 것은 그래도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프랑스어 공부를 조금 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교육과정이 안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1학년 때는 독일어를, 2학년 때는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그러나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봉주! 봉수아! 본위!’ 등 인사말 정도가 전부다.

저녁 때 처음으로 밥을 짓고 찌개를 끓여 늦은 저녁을 했다. 찌개를 끓여본 적이 없으니 요리가 몹시 생소했다. 그러나 보아둔 것이 있으므로 할 수 있었다. 된장은 제주도 서귀포 중문에서 ‘푸른콩 된장’ 공장을 운영하는 처 이모댁에서 구입한 것을 이용했다. 양파와 감자를 넣어서 그냥 끓였다. 너무 구수하고 입맛에 맞는다. 단지 조금 짠 것 같다. 염도 조절은 실패다. 세 끼가 계속 같은 식단이다. 그래도 이 아프리카에서 고향의 된장찌개를 즐길 수 있어서 더 없이 행복하다.

(2014년 8월 14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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