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82) 일본 마이니치신문 "비손. 제주 4.3"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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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82) 일본 마이니치신문 "비손. 제주 4.3" 기사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4.0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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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일본 마이니치신문 "비손. 제주 4.3" 기사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코로나 펜데믹 현상도 많이 희석되어서 정상적인 일상으로 회귀되고 있는 올해의 제주 4.3추모행사는 1만 5000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코로나 제재가 많이 완화되어서 4월 3일을 전후해서 4.3행사나 아니면 이에 대한 기사가 게재되리라고 생각했는데 필자가 아는 한 거의 없었다.

5대 일본 중앙지에서 4월 3일, 마이니치신문 전국판 석간에 다카오 도모나리(高尾具成。55) 전문기자가 (한국에서는 대기자라고 함) 쓴 "비손. 제주 4.3"이 유일했다. 그 기사는 의외로 필자가 쓴 시 "비손"을 중심으로 제주 4.3사건을 되돌아보고 있는 내용이었다.

"오사카시 이쿠노쿠를 중심으로 뻗어나간 코리아타운 일대에는 한반도에 뿌리를 내린 재일 코리안들이 해방전부터 밀집지였다. 한류를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젊은 세대들로 북적거리던 거리가 해가 저물면서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띄엄띄엄 한국 요리점들의 불이 켜지고 한국어가 일상어로 주고 받는 가게도 적지 않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 '특집 와이드'란에 다카오 도모나리 전문기자가 쓴  '비손 제주4·3'. '비손'은 재일작가 김길호 작가의 시다.

한국을 즐기기 위해 찾아왔던 일본 젊은 세대들이 코리아타운에서 황혼과 함께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그 휑한 자리에는 아련한 애수와 향수를 그리는 지역 동포 주민들로 가게를 메꾼다.

"거리에 흐르는 히라노강의 가까운 곳에 제주 출신이 경영하는 가게가 있다. 가게의 벽에는 한 폭의 시가 걸려 있는데 <비손>이라는 20행의 시였다."

"양손을 모으고 비비면서 빌고 기도하는 것을 비손이라고 한다. 해방 전부터 현재까지 사회 정세에 농락당하면서 낙인찍힌 갖은 삶을 등에 지고 살아온 제주도 출신, 재일 코리안에 대한 우려가 새겨져 있다.”

작자 김길호 씨(73. 이쿠노 거주)는 재일의 시점에서 보고, 듣고, 느낀 체험을 바탕으로 한국 미디어에 기사를 발신하고 있는 재일 코리안 작가이다.

그러면서 작가의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병역을 마치고 1973년에 도일한 그는 ‘재일을 사는 모습들을 모국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었습니다’고 말했다.

2007년 제 16회 한국해외문학상(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주최)을 수상. 대표작 ‘이쿠노아리랑’은 제주 4.3사건으로 남편과 친족을 잃고 아이들과 생이별하고 일본에 피신한 후, 이쿠노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면서 살아온 할머니의 반평생이 새겨져 있다.

필자가 ‘비손’ 시를 쓰게 된 동기는 10년 전이었다. ‘제주해녀박물관에서 <4.3시화전>이 있으니까 김길호 씨도 한 편 써서 보내세요’라고 제주에 사는 김순이 시인한테서 연락이 왔다.

쓴 시가 <비손>이었는데, 전시회가 끝나서, 마침 그때 오사카에서 개최하는 4.3위령제에 당시 4.3평화재단 김영훈 이사장이 참석하면서 그 시를 김순이 시인의 부탁을 받고 갖고 왔었다. 커다란 한폭의 액자 시를 받고 오다가 단골 한국 선술집 '경애관'에 들렀다. 시를 보이면서 집에 걸기도 그렇다면서 중얼거릴 때, 그렇다면 우리 가게에 걸겠다고 해서 만 10년이 지났다.

이 신문 기사 내용을 안 김순이 시인의 평이 걸작이었다. "다카오 기자에게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그 시가 오히려 일본에서 조명이 비춰지다니 참 인생 아이러니 합니다. 한다하는 시인들이 쓴 4.3시 다 두고 소설가가 쓴 시가 주목 받아 기사까지 나오다니 선생님은 시를 쓴 보람이 차고도 넘칩니다."

<비손> 시 전문을 소개한다.

 

비손

졸지에 가족 목숨 잃어

밀항선 타고 일본에 피신했더니

"빨갱이"라는 주홍글씨가 원죄가 되어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다

 

이십여 년 후,

원죄 사면과 빛나는 조국 건설을 위해

북송선을 탔더니 "귀포:帰胞"라는

또 하나의 꼬리표가 늘어났다

 

다시 수많은 세월이 흘러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북의 사선을 넘어 일본에 왔더니

"탈북자"라는 새로운 꼬리표를 부여받았다

 

뉴스 때마다 바라보는

일기예보 지도 속의 콩알만 한

제주도가 망망대해에

울고 싶도록 외롭게 떠있다

 

꼬리표 인생을 숙명처럼 안겨 준

그 섬을 향해

애증과 연민의 갈등 속에

지금 나 조용히 눈을 감고 두 손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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