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15)이영운 선생님, 중고테이블
상태바
[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15)이영운 선생님, 중고테이블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4.20 03: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운 선샌님의 KOICA해외교육봉사활동 체험기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중고 테이블

일요일이서 성당에 미사 참례하러 갔다. ST Piere(성베드로) 성당인데 우리집에서 걸어서 20분정도 거리다. 가까운 곳에 성당이 있어서 너무 좋다. 지난번 Jean Seck에게 가까운 성당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차로 그 곳을 지나면서 알려 주었다. 성당 마당은 공사 중인 것 같다. 아마 대형 주차장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떤 신자가 와서 서류를 내보인다. 무슨 기금기증서 같다. 이곳에서는 외국인만 보이면 와서 도와 달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첫날부터 도와 달라니 잘 살펴보아야겠다.

주교님이 집전하는 미사
주교님이 집전하는 미사

성당 건물은 정사면체 형태다. 루브르박물관 입구의 유리 정사면체 뿔과 모습이 비슷하다. 이곳 원주민들이 사는 집들이 원래 이런 형태다. 아마 현지인의 전통 구조를 활용한 것 같다. 내부는 굉장히 넓고 기둥 외에 모든 문은 열려있다. 그래서 지난번 이곳을 지날 때도 차에서 내부를 모두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더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아주 간단하고 편리하게 지은 것처럼 보인다. 성가대는 웅장하고 아름답고 성스러운 느낌이 들게 찬양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나도 가입해서 노래를 익혀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집에서 프랑스어 개인 과외를 받으려면 좌식 테이블이 필요하다. 오는 길에 중고점에서 유리로 된 테이블을 구입했다. 3만 5000 세파(7만원 정도)를 달라고 하는 것을 2만 세파에 구입했다. 아마 많이 바가지 썼을 것이다. 그러나 레고(Negotiation; 흥정)에 서투르다 보니 어정쩡하게 돈을 주고 말았다. 배달은 또 마차를 불러서 했는데 500 세파를 지불했다. 닦고 조이고 조립해도 결국 쓸모가 없었다. 기둥과 상판 유리만 남기고 모두 버렸다. 판매하는 곳에서는 위태롭게 세워서 팔았는데 결국 쓸모없는 테이블이었다. 다른 것을 구입해 볼까하고 다시 상점을 찾았는데 옆에 있던 다른 것들은 이미 팔렸는지 없었다. 서두름으로 항상 손해 보는 일들을 한두 번 겪은 것이 아니다. 다음부터는 신중하고, 확인도 잘 해야겠다.

인근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인근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함께

발가락과 무릎이 계속 저린다. 무거운 유리 상판을 여러 번 들어서 이동하느라 발과 허리에 무리가 갔나 보다. 발은 또 오래 걸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2014년 8월 17일)

이상한 퇴임식

오늘은 우리 유아교육청 기관에서 퇴임식이 있는 날이다. 지난 20일간 우리 기관은 오직 이 퇴임식에 올인 하는 것처럼 보였다. 전 직원이 모여 몇 차례의 회의와 일정표 검토와 인사말 교정 등 모두 함께 모여 이 일을 준비해 왔다. 인사말도 돌려가며 여러 차례 읽고 수정하고 또 읽고 수정했다. 며칠간 계속했다. 식순 하나만 정하는데도 전 직원이 4, 5시간 협의했다. 하루를 전부 소비했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장소는 Median에 있는 Maison de la Culture(문화회관)이다. 직원들은 모두 정장, 또는 전통의상이고 특히 여자들은 최고의 의상과 화장을 했다. 사무실에 모여 기관차 또는 택시로 함께 이동했다. 나도 택시에 합승했다.

이상한 일은 최근에 퇴직한 분도 있다고 하지만, 3년 전에 퇴직한 전직 청장을 비롯한 세분의 퇴임식을 이번에 몰아서 한다는 것이다. 참석자 모두가 아주 화려한 최상의 의상을 입고 왔다. 우리 사무실 본느(청소원)도 너무 예쁘게 차려 입고 있어서 처음에는 어느 배우가 왔나 했다. 유나 선생도 예쁜 한복을 입었다. 시작은 3시에 하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시작하지 않는다. 결국 두 시간이 지난 5시가 되어야 시작됐다. 알고 보니 다카시 부시장인 주빈, 여부시장이 오지 않아서, 시작이 늦어졌다고 한다. 3, 40대로 보이는 그녀는 검은색 정장에 아주 도도해 보였다. 주빈이 늦게 도착하다 보니 2시간이나 지연된 것이다.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다.

국민의례와 같은 절차는 없고, 바로 네 분의 인사말 겸 축사가 있었다. 축사는 아주 길고 장황했다. 그리고 사이사이에 송별사와 선물 증정이 있었다. 전직 청장은 여자로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우리 직원 세레스탱이 송사를 했는데, 거의 15분 정도의 아주 긴 내용이었다. 또 중간에 친구, 친지 등이 등장해서 소감을 얘기하기도 했다. 여자 부시장이 중간에 자리를 뜨자 퇴임식은 중단되고, 모든 임석관들이 배웅하느라 다 밖으로 나간다. 차가 완전히 떠날 때까지 모든 자리가 비었다. 또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다. 송별 선물은 텔레비전, 전자렌지 등인데 사무실에서 유나 선생이 포장했다. 식이 끝난 후 현장에서 도시락 형 식사가 제공되었다. 닭 튀김과 과자 등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내용물이 담겨있었다.

중간에 누가 내 사진을 찍었는데, 식이 끝나고 나올 때 출력한 사진을 보이면서 사라고 한다. 한 장에 500 세파다. 내가 나온 사진 두 장을 구입했다. 알고 보니 이곳에서는 행사장 마다 사진사들이 와서 계속 찍고 끝날 때 쯤에 사진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전통가옥으로 설계한 인근 성당
전통가옥으로 설계한 인근 성당

택시로 귀가하는 길에 다카 대학을 지나게 되었는데, 은행 창구에 5, 60명의 고객들, 아마도 대학생들이 줄을 서 있었다. 돈 찾는 학생들이라고 한다. 최근에 다카대학에서 시위가 있었는데 1명이 사망했다. 나는 프랑스어 과외 선생님으로 이곳 다카르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인 안타(Anta)로 정했다. 그 전에 유나 선생의 불어 과외도 한 경험이 있다고 하면서 추천하니까 그냥 정했다. 내 과외 선생 Anta의 말에 의하면, 학비는 학기에 3000세파 정도로 거의 무상이지만, 나머지 생활비, 숙박비, 학습자료와 교구 구입비 등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정부지원을 요청하며, 시위를 한다고 한다. 전에는 많은 비용을 정부에서 지급했으나, 지금은 이런 지원이 중단되어 지원을 더 해 달라고 계속 시위를 한다고 했다.

(2014년 8월 19일)

꿀맛같은 비 내리다

어제 저녁 이곳에서 처음으로 엄청난 굉음, 천지 개벽과 같은 섬광을 듣고 보았다. 몇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모두가 하늘만 처다 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하늘이 열리고 비가 쏟아졌다. 바싹 마른 대지를 흠뻑 적신 그 젖줄기는 땅을 가르고, 갑자기 시내가 생겨나고, 강처럼 빗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개더니 10시경에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침 일찍 널었던 빨래를 다시 거두어들이고 큰비에 대비했다. 창밖으로 보니 많은 집들이 아침 일찍 빨래를 널어놓았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데도 거두어들일 생각을 않는다. 나와 보고서는 그냥 들어간다. 어차피 빨래를 하려면 물도 있어야 하고 힘도 드니까 그냥 젖은 채로 두었다가, 해가 뜨면 자연히 마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건너 집 옥상에선 양 2, 3 마리와 온 가족이 함께 나와 놀고 있다. 아침이 되면 여기저기서 양, 닭, 새, 말의 울음소리 등 온갖 짐승들의 울음이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 아침 자명종 소리가 필요 없다. 너무 일찍 부는 동물들의 기상나팔 소리가 오히려 문제다.

거리와 시장
거리와 시장

집 앞 길 건너 즉 6미터 앞에는 짓다만 건물 같은 집이 있다. 그 곳 1층에 모스크가 있다. 모스크는 이스람교 교회당이다. 아무 표시도 특별한 모습도 없이, 그냥 일반 주택에 1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으니, 전혀 모스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단지 앞에는 고성능 스피커 두 대가 있다. 그런데 새벽 5시만 되면 이 고성능 스피커에서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온 동네에 울려 퍼진다. 모두가 잠을 깰 수밖에 없다. 일어나 보면 사람도 불빛도 없다. 아마 누군가 한 사람 와서 방송을 틀어 놓고 떠나곤 하는 모양이다. 한 30분 지나면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한다. 주변에도 여러 개의 모스크가 있는데 조금씩 시차를 두고 계속 스피커 소리가 들린다.

이슬람교인을 무슬림이라고 한다. 무슬림은 하루에 다섯 차례 기도를 한다. 그러니 하루에 다섯 번씩 정기적으로 알리고 또 틈틈이 다른 내용을 알리기도 한다. 보통 1분 정도 하지만 어떤 때는 함께 모여 기도하는 내용을 2, 30분 계속 흘려보내기도 한다.

다시 비가 왔다. 소위 옥탑방에 해당하는 내 집에도 창문 틈을 통해 비가 흥건히 스며들었다. 너무도 부실하게 지은 집이어서 또 비가 별로 내리지 않은므로 방수 등의 공사는 거의 거르고 얼기설기 대충 짓는 것이 이곳의 건축 방식이라고 한다. 나도 집안으로 들어온 빗물들을 걸레로 짜내서 물통에 퍼담으며 위기를 넘기고 있다. 그러나 오랜만에 내린 비는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켜 주고, 또 세상도 무척 푸르러 보이게 만드는 평화로운 주말이다.

(2014년 8월 23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