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84) 오사카 4.3희생자 위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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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84) 오사카 4.3희생자 위령제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4.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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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오사카 4.3희생자 위령제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위령탑 앞에서 제사를 치르고 제주4.3합창단의 '애기동백꽃의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의 합창 후에 개회식 뒤를 이어 스님들의 독경과 일동 묵념이 있었다.

“제주 4.3으로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혼이 평안하기를 기도합니다. 코로나 감염증으로 인한 팬데믹 이후 4년만에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4월 23일 오후 2시부터 오사카 통국사에서 열린 ‘재일본 제주4.3 75주년 희생자 위령제’에서 오광현 유족회장의 인사말처럼 4년만의 만남들이어서 위령제는 200여명의 참가자로 북적거렸다.

덴노지공원 가까운 곳에 있는 통국사의 4.3위령탑 뒤에는 5월

지난 23일 오사카 소재 통국사에서 재일본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위령제가 200여명의 재일동포들이 참여한 가운데 거행됐다.

의 짙은 녹음을 눈앞에 둔 나무들이 에워싸서 시내 중심가에 있는 절이지만 고즈넉한 산사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날은 유난히 더워서 쏟아지는 햇볕을 피하여 그늘진 곳으로 자리를 이동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오광현 회장의 추도사에 이어 간사이제주특별자치도민협회 양철사 회장(이철 유족회 부회장 대독), 제주4.3희생자 유족회 김창범 회장의 추도사가 있었는데, 웅변조의 그의 추도사는 독특했다. 그 뒤를 이어 오사카 4,3희생자 위령제에 처음으로 참가한 40명 가까운 제주4.3평화합창단의 추도가들로 '4월동백' '상록수' 동요메들리 등은 이목을 끌었다. 팸플릿 설명에 의하면 평균 연령이 70세로 모두 4.3희생자 유족들로 구성되어 4.3 관련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고 했다.

합창단 공연에 뒤를 이어 제주특별자치도 오영훈 지사 추도사의 대독이 있었고, 제주4.3평화재단 고희범 이사장이 추도사가 계속되었다. "4.3희생자 영령님들의 명복을 빕니다. 4.3진상 규명 과정에 재일제주인의 역할은 매우 컸습니다. 김석범, 김시종 선생은 문학작품으로 4.3의 진실을 드러냈고, 뜻있는 여러분들의 연구와 저술 등으로 4,3을 일본 사회에 알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고희범 이사장의 추도사에서 재일 문인의 원로 김석범, 김시종 선생의 문학작품으로서의 4.3알리기를 구체적으로 이름을 거론한 점은 신선했다. 끝으로 제주4.3연구소 김영범 이사장의 말하듯이 이어간 인사말이 인상적이었다. 여러 사람의 추도사 내용은 거의 공통적이었다. 4.3의 아픈 역사와 그 치유를 위해 희생자에 대한 보상, 그리고 평화에 대한 기원이었다.

재일본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위령제가 지난 23일 일본 오사카 소재 통국사 제주4.3희생자위령비 앞에서 열렸다.

다음에는 제주 조천읍이 본적지인 2세 동포 안성민의 창작 판소리 '해녀들(고수 조윤자)'이 있었고 재일코리안청년 '한마음'의 풍물놀이를 끝으로 헌화로 위령제는 5시가 될 무렵에 끝났다.

그후 오후 5시 반 지나서 가까운 중국 요리집 후린각에서 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식사회를 가졌다. 여러 사람이 인사말이 있었고 고희범 이사장은 일본에서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주시면 직접 안내하겠다는 열의를 보였으며 각자가 4.3에 대한 생각들을 피로했다. 그런데 오후 2시부터 시작된 4.3위령제로부터 식사회 자리까지 일본인 한 사람 인사말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일본에서 개최한 4.3위령제에 일본인 한 사람 인사말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필자가 지적했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에서는 4.3의 국제화를 위하여 4.3알리기 위한 운동을 전개하는데, 일본에서 개최한 4.3위령제에 일본인 한 사람 발언이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였다. 특히 4.3유족회로 구성된 제주4.3평화합창단이 처음으로 참가한 단원들을 위해서라도 외국인인 일본인들이 4.3에 대한 생생한 목소리를 들려줄 필요성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당일 배부된 4.3위령제 팸플릿에 2022년 11월 11일 오사카에서 열린 '제주4.3유족보상금 설명회에서 말했던 것들'이라는 제목 속에서 일본인인 가와세 슌지 재일본 희생자위령제 실행위원이 2페이지에 걸쳐 쓴 글이 일본인의 유일한 참가 기록이었다. 그는 또 2013년에 한겨레신문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적이 있어서 한겨레신문 사장을 역임했던 고희범 이사장에게 필자가 소개를 해서 4.3의 의의를 더욱 깊게 했다.

제주4.3평화합창단 공연

그리고 같은 재일본 희생자위령제 실행위원이고 제주를 사랑하는 이지치 노리코 오사카공립대학 교수를 모델로 지난해, '제주문학' 여름호에 필자가 발표한 단편소설 '제주를 품은 이지치교수'를 고희범 이사장께 이날 읽으시라고 드리기도 했다. 한국 내에서 툭하면 반일을 한낮의 매미 울음처럼 부르짖고 있지만 이러한 일본인들도 있다는 사실을 가까운 곳에서부터 우리는 알아야 한다.

4.3은 재일동포 사회 속에서 가장 성공한 시민운동이라고 필자는 어디 가서도 역설하고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성공한 이 시민운동에 일본인 참가가 없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다. 반일, 친일 논쟁을 떠나서 한국인은 이러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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