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85)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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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85)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 개관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5.0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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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9일 이쿠노구 죠센이치바(미유기도리상점가)서 개관식
-홍성익 회장 "상점가 통합하고 발전시켜, 선조의 흔적 남겨야"
-혐오지서 '약속의 땅', 한류의 성지, 굴지의 집객력으로 명성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85)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 개관

"우리 세대에 이뤄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회장에 취임했고 이 상점가를 하나로 통합하고 더욱 발전 시키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선조들의 삶의 흔적을 남겨야 합니다."

속칭 죠센이치바(조선시장: 행정상 정식명칭은 미유기도리상점가 )로 알려진 동,서 500m 정도의 거리에 약 150개의 가게가 있다. 상점가는 동, 중앙, 서의 3개 상점가로 나눠져 있었다. 중앙상점가 회장으로 취임한 홍성익 회장(66)은 3개 상점가를 하나로 통합시키고 2022년에 6월 사단법인(비영리형)을 설립하고 이사장직을 맡았다.

4월 29일 거행된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 개관식 테이프 커팅.

언제나 만나면 구호처럼 자신의 정열을 쏟아내던 그의 절실한 바람이 결실을 맺었다. 4월 29일 화창한 아침 햇살 속에서 걸궁팀의 원무와 고사제를 마치고 테이프커팅 후, '오사카 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은 개관했다.

일본 국내에서 혐오 지역의 우선 순위에서 언제나 상위권을 차지하던 이쿠노 코리아타운이 그 역사를 바탕으로 '약속의 땅'으로 비약했다. 동포 최대 밀집지라는 의미에서 재일동포의 성지라는 차원을 뛰어넘고, 일본인에게는 한류의 성지로서 재래시장으로서는 일본 굴지의 집객력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1980년대에 이 곳은 '셔터의 길'이라고 불리웠습니다. 그때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2010년 7월 필자가 홍성익 부친, 고(故) 홍여표(2010년 10월 작고) 당시 중앙상점가 회장과 인터뷰를 했을 때 들려 준 첫 마디였다. (2010.7.26. 제주투데이에 게재) 찾아오는 손님들이 급격히 줄어서 문 닫는 가게가 늘어나니까 셔터를 내려야 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심지어는 이 타개책을 강구하기 위해 임원들과 함께 야마가다현(山形縣) 모가미군(最上郡) 도사와무라(戶澤村)까지 시찰하러 갔었습니다." 일본 동북지방에 있는 있는 이 마을은 한국에서 시집 온 여성들이 많았다. 그녀들과 지역 주민들이 지혜를 모아 '무라오코시(村おこし: 마을부흥. 일본판 새마을운동) 운동으로서 김치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는데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이에 호응하여 김치만이 아니고 한국 음식은 물론 한국식 건물 <고려관>을 짓고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하면서, 도사와무라는 동북지방만이 아니고 일본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방문했다는데 오사카 대도시에 있는 이쿠노에서 시골 도사와무라까지 갔다 오는 길은 참담했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회오리바람처럼 죠센이치바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한국드라마 '겨울연가'(일본 타이틀 '후유노소나타')가 일본열도를 휩쓸면서 한류라는 신조어와 함께 그 여파가 죠센이치바까지 미치게 되었다. 한국 전통 음식과 문화를 고집스럽게 지켜온 죠센이치바 혼이 온고지신 속에 당당하게 시민권을 얻게 되었다.

"상점가 임원들은 상점가 명칭을 정하기 위해서 부인회, 청년회들과 함께 <죠센이치바>, <코리아로드>, <코리아타운>을 놓고 고심할 때에 일본 미디어들이 <코리아타운>이라는 명칭으로 보도하면서 명칭 문제는 자연히 해결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웃는 홍여표 회장이 인상적이었고 지금도 필자는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1993년 한국식 단청, 아취 등으로 단장하고, 3개의 상점가 공동 주최로 홍여표 씨가 실행위원장을 맡고 <이쿠노공생마쓰리(축제)>가 열렸었다, 2009년에는 코리아타운 서쪽 입구에 있는 <미유키모리덴진구> 신사에, 일본에 천자문과 논어를 갖고 왔다는 왕인 박사의 가비가 건립되었다.

닌토쿠천황을 모신 신사인데 4세기에 왕인 박사와 닌토쿠천황과의 교류가 있어서 그때 왕인 박사가 지은 노래를 새긴 가비이다.

홍여표 회장은 이때에도 상점가를 대표하여 <왕인박사 가비건립위원회> 고문으로서 많은 공헌을 했다.

오사카 코이라 타운 역사자료관 개관식에 앞서 걸궁팀 공연이 있었다. 홍성익 이사장이 함께하고 있다.

한국 식료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토쿠야마상점>을 비롯하여 김치만들기 체험과 그림들도 전시할 수 있는 한일문화 교류를 위한 다목적 홀, <반가식공방:班家食工房>을 2003년 건립했다. 이렇게 죠센이치바의 활성화와 문화 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부친이 돌아가신 후에, 홍성익 이사장은 가업을 계승했다.

해마다 불어나는 코리아타운 방문객은 코로나 이전의 2019년에는 200만명을 넘었다. 이에 따라 절실한 문제로 부각된 것이 화장실 문제였다. 상점가는 일본 행정 당국과 민단·해외동포재단과 협의와 지원을 받아서, 2021년 4월에 미유키모리 제2공원에 한국풍의 공중화장실을 건립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 필연적으로 클로즈업된 것이 코리아타운의 혼이 담긴 역사성이었다. 표면적으로 날로 비대해 가는 코리아타운 아니, 죠센이치바의 유래와 전통, 문화성을 체계적으로 오늘과 미래의 세대를 위하여 알릴 수 있는 전시관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반사단법인 오사카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이사장 홍성익. 부이사장 김명홍. 관장 고정자. 위원 8명)을 설립하여 개관식을 맞이했다.

사업가만이 아니고 화가로서도 한일 양국에서 이름을 널리 알린 홍성익 이사장이 자신이 사용하던 갤러리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그 자리 입구에 지난 해 5월에는 김시종 시인의 '헌시(獻詩)' 시비를 건립했다. 그후에 자료관 개관에 필요한 3000만엔을 목표로 기부금 모집을 하여 그 이상의 달성 속에 개관할 수 있었다.

일본 최대 일간지의 하나인 마이니치가 '오사카 코리아 타운 역사자료관 오픈'이란 제하에 관련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부모가 조부모가 이곳에 발을 들여넣었을 때부터 되풀이되었던 갈등과 협력 관계로 형성된 족적을, 이 자료관에 새길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로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최초의 처음의 제1보입니다. 저희들에게 있어서는 추억, 젊은 재일동포들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뿌리를 알수 있는 장소, 일본인에게는 자신의 이웃에 이러한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던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 싶습니다." 부모의 본적지가 제주도이고 이쿠노에서 태어난 2세, 고정자 관장의 인사였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휴관 매주 수요일. 입관료 300엔. 문의처는 '일반사단법인 오사카코리아타운 역사자료관' (e메일: oktm0690@gmail.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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