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16)이영운 선생님, 끊기지 않는 소고기
상태바
[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16)이영운 선생님, 끊기지 않는 소고기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5.10 0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영운 선샌님의 KOICA 해외교육봉사활동 체험기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끊기지 않는 소고기

일찍 일어나 대청소를 했다. 네 개의 방을 다 쓸고 물걸레로 닦았다. 빗자루는 1미터 70센티 정도이고 물걸레도 같은 길이다. 쓰는 것도 걸레질도 한국보다는 쉽고 편리하다. 매일 쓸어도 모래 먼지가 가득하니 항상 하루도 게을리 할 수 없다. 아침에 물이 나오니까 세탁도 했다. 자주 수도가 끊기니 세탁기를 마음대로 쓸 수가 없다. 어떤 때는 세탁하다가 갑자기 물이 끊기기도 한다. 이 세탁기는 황 선생이 쓰던 것인데 고장나서 사용할 수 있으면 고쳐서 쓰라고 했다. 삼성 드럼 세탁기다.

시골의 일반적인 주택
시골의 일반적인 주택

그 사이 한 달 간은 손빨래를 했다. 그런데 자주 하다 보니 주부습진이 생긴듯하다. 어쨌든 AS 센터에 어렵게 연결이 돼서 기사들이 와서 살펴보곤 하더니 고치지는 못한다고 한다. 결국 소프트웨어 판 전체를 교체했다. 8만 세파(16만원)다. 또 세탁을 시작해 보니 자주 에러 표시가 나온다. 문이 잘 안 닫혀서이다. 중고니까 잘 살펴서 다스리면서 사용해야겠다. Express(고속 세탁) 코스를 선택하니 30분이면 된다. 사실 세탁이 잘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제대로 하려면 2, 3시간 코스를 선택해야 하는데, 전기세도 물 사정도 시원치 않기 때문에 그럭저럭 세탁 흉내만 내어서 빨래하고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아침 청소, 정돈을 하고 프랑스어 공부를 했다. 공부하다 시계를 보니 10시 15분 전이다. 세상에 프랑스어 공부를 하다 시간 가는 줄도 몰랐으니 프랑스어 공부가 급하긴 급했나 보다. 10시에 미사가 있으니 서둘러야 했다. 서둘러도 시간에 댈 수 있는지 모르겠다. 부랴부랴 도착해서 시계를 보니 2, 3분 늦었다. 그런데 이제야 사제단이 입장하고 있으니 미사에 늦지는 않았다.

미사 진행 언어는 알 수 없으나 형식은 전 세계가 공통이니, 오늘의 독서, 성경 내용만 제외하면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오늘도 성가는 아름답고 성스러움이 물씬 묻어난다. 음악은 세계 공통어인 것 같다. 모든 사람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고 성스럽게도 한다.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올 때 Casino에 들러 큰 맘 먹고 쇠고기를 5백 그램 샀다. 그러나 후라이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튀겨보니, 너무너무 질겨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싼 것을 산 것인지, 너무 풀을 못 먹어 겨우 연명하던 소를 도축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다음엔 닭이나, 돼지고기나 소고기 부드러운 부위를 골라야겠다. 그런데 돼지고기는 이곳에서는 금기 음식이니 구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2014년 8월 24일)

왠, 애볼라!

오늘은 한 번도 밖에 나가지 못했다. 집안에서 빈둥대며 프랑스어 공부를 했다. 또 굳이 핑계를 대라면 급성 전염병 애볼라 때문이다. 요즘 서아프리카에 애볼라가 창궐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고 또 우리 딸 진솔이도 걱정이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었다.

최근에 이웃 기니에서 한 대학생이 몰래 국경을 넘어 밀입국했다. 그가 검거되었고, 애볼라 감염자로 확진되어 병원에 격리 수용되었다. 그의 친족이 애볼라로 사망했는데 그 장례식에 참석했던 대부분의 친지들이 감염되어 사망했다. 그 청년도 기니에 있다가는 죽을 것이라 생각해서 세네갈로 도망쳐 밀입국한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장례식 때 육체적인 접촉으로 작별을 고하기 때문에 고인의 바이러스에 바로 감염되는 것이다. 그의 부모 형제 등 모두 사망했다고 한다.

어제 코이카 사무실에서 비상 상황대처 회의가 있었다. 다카에 거주하는 15명의 전 봉사단원이 참석했다.

안전 교육과 질병 예방 교육이 이루어졌다. 특히 애볼라 관련 교육이 있었다. 90%의 치사율을 보이는 애볼라는 주로 땀, 침 등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특히 시신을 만져서는 안 된다. 문제는 봉사단원들의 이곳에 계속 잔류 여부다. 이제 전원 귀국할 것이냐 잔류할 것이냐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었다. 아마 국가 차원에서 이미 이런 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 같았다. 국가와 코이카 본부에서 결정하겠지만 조기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는지도 모른다는 사무소 직원들의 얘기다. 나의 경우도 은퇴 후의 삶 계획을 세우고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 어렵게 어렵게 이곳에 와서 이제 정착을 하려고 하는데 조기 귀국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상당한 기간 공황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어쨌든 모든 단원들이 원하는 대로 결정되기를 희망해 본다.

하지만 국제간의 협력 사업을 쉽게 결정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세네갈은 한국과 1962년 10월 19일 수교하였으며 무역협정(1976년), 문화협정(1980년), 경제·기술협력협정(1980년), 투자증진 및 보호협정(1985년) 체결 이후 가까운 협력관계를 유지하여 개발협력과 관련해서도 청년봉사단 파견 각서(1997년)와 EDCF 차관협정(2008년)을 맺었다. 한국과의 무역은 최근 들어 매우 활발해져 양국 간 교역액이 2011년 8400만 달러 규모에서 2013년 1억 3700만 달러로 63%가량 증가하였다.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 정밀화학 원료, 표면활성제 등이며, 주요 수입 품목은 어류, 수산가공품 및 연제품이다. 또한 삼성전자, 동원산업, 거광수산 등의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으며, 2013년 기준 세네갈 내 한국 교민은 300여명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마는 지금까지 쌓아온 양국 관계가 이번 일로 소원해져서는 안 될 것이다.

모래 위에 지어진 학교
모래 위에 지어진 학교

지난밤 이런저런 생각에 잠도 안 오고 새벽까지 뒤척거리다 새벽녘에야 조금 잠이 들었다. 나는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하고 생활해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모든 단원들의 얼굴엔 몹시 어둡고 또 쓸쓸한 표정이 드리워져 있었다.

송기정 코이카 사무소장님, 또 사모님인 이경숙 님께 내 수필집 『사랑하는 사람 가지지 마라』를 드렸다. 사모님이 가톨릭 신자여서 신앙생활에도 도움이 되리라 여겨졌다.

어제 추석 격려품과 또 중장기 단원 생활용품을 받았다. 추석 격려품에는 김, 깻잎, 장조림 등이 들어 있었다. 모두가 맛있어 보였다. 또 생필품에는 전등, 말라리아 점검 시약, 비상약품 등 많은 것들이 있었다. 식품과 용품들을 정리하면서 과연 이것들을 모두 먹어보고, 사용해볼 시간이 있을까 혼자 쓸쓸히 웃어 보았다. 몹시 위험한 어려운 상황이라면 더 이상 근무할 수 없겠지만, 막상 떠나게 된다면 또 얼마나 아쉽고 허망할까 하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2014년 8월 30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