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의 큰별 세네갈] (17)이영운, 프랑스어 개인 과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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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의 큰별 세네갈] (17)이영운, 프랑스어 개인 과외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5.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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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 KOICA해외교육봉사활동 체험기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프랑스어 개인 과외

하루는 더디지만 일주일은 빠르다. 지난주는 에볼라에 따른 귀국 지침 때문이었는지 내내 불안 초조한 시간이었다. 드디어 결론이 났다. 한국 본부에서는 귀국을 희망하는 봉사단원들은 모두 귀국시키겠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대사관 이서기관에 의하면 20% 정도가 귀국 신청을 했다고 한다. 10명 정도가 우선 신청을 했고 차츰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나는 이곳에 와서 한 달밖에 안 됐으니 신입 중의 신입이다. 임기를 채우고 또 뜻하는 목표도 채우고 귀국하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그러나 개인은 약하고 정부와 조직은 강하기 때문에, 그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관계기관들이 국익과 국민의 권익을 위해 신중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 때문에 그들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

다카르 프랑스 문화원 식당
다카르 프랑스 문화원 식당

다음 주 수요일엔 ‘한국의 유아교육’에 대한 발표 자료와 강의용 파워 포인트를 만들어서 유아교육청 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 20분 정도 영어로 설명하고 질의응답에 답변하면 될 것 같다. 이번 주는 이 준비로 분주하게 보냈다. 우리 유아교육청에서는 아무런 요구도, 지시도, 지침도, 조언도 해주지 않고 있다. 나를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내가 스스로 일을 만들어 내고 찾아내고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미 청장에게 코디네이터 지정과 업무 추진 관련 나의 희망 사항 등을 서류로 제출했으나, 아무 응답이 없다. 어찌 보면 참으로 한심스러운 모습이다.

나는 요즘 8시경에 출근한다. 한국에서의 버릇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는 아침 7시쯤에 출근했기 때문이다. 제주외국어고등학교는 아침 6시 반에 학생들이 아침 식사를 한다. 교장은 아침 식사하는 모습을 보고 또 식재료 검수도 해야 되기 때문에 일찍 출근해야 했다. 제주중앙여고는 7시 30분까지 아이들이 등교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출근해야 했다.

이른 출근은 이곳 날씨가 너무 덥기 때문에 더위를 피한 출근이기도 하다. 장학관 숨부느와 알리는 조금 일찍 출근한다. 그들의 방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다. 아마 집보다 여건이 좋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내 방엔 선풍기 한 대가 피곤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선풍기는 활동비로 내가 구입한 것이다.

나의 일과는 일정하다. 1시 30분에서 2시경 점심을 한다. 현지식으로 하고 한 끼에 1000 세파다. 일과가 끝나면 땡볕을 지나 집에 와서 땀을 씻고 프랑스어 교습을 받는다. 강사는 전에 옆집 유나 선생이 과외를 했다는 Anta라는 여대생이다. 그녀는 다카대학 영문과 3학년이다. 그녀는 요즘 학교에 안 다닌다고 한다. 계속되는 시위 때문에 계속 학교는 문을 닫고 있다고 했다.

전에 유나 선생에게는 한 달에 7만 세파를 받았다고 했다. 나는 그녀의 요구도 있고 해서 8만 세파에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녀는 계속 돈을 추가로 요구한다. 예를 들면 비가 와서 택시를 탓으니까 택시비를 달라고 하고, 차비를 잊어버렸다고 해서 교통비를 주어야 하고, 또 지갑을 도난당했다고 하면서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말 이런 것들을 어떻게 계속 처리해 나가야 할는지 난감하다. 계속 수업을 받을 것인지는 한 달 후에 재고해야 될 것 같다.

인근학교 교장선생님과 교정에서
인근학교 교장선생님과 교정에서

지난 수요일엔 무려 40분을 지각했고 어제는 연락도 없이 수업이 취소되었다. 연락해 보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한다. 거의 2~30분씩 지각한다. 그렇다고 나의 다음 시간 계획도 있고 해서, 연장 수업을 하지는 않는다. 그녀는 미안한 마음도 전혀 없어 보인다. 이곳 교사들의 초임이 16만 세파 정도 된다고 하니 8만 세파는 상당한 수업료다.

이곳에는 자문단이 나를 포함해서 세분이 있다. 정종량 선생님, 이상윤 박사, 그리고 나다. 오늘은 대사관 이 서기관과 함께 서울식당에서 밥 먹고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 문화원) 부속 식당에서 맥주를 한 잔 했다. 이 서기관은 외모도 멋지고 능력도 뛰어난 분이다. 세네갈과 코이카 당면 과제, 자녀 교육 이야기, 에볼라 얘기 등을 나누었다.

세네갈은 아프리카 불어권의 중심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코이카도 아프리카와의 협력성과 제고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불어권 아프리카 국가의 경우, 지원역사 및 경험, 내륙 지역의 각종 분쟁 및 치안 불안 상황, 언어 및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사업 추진상의 어려움 등을 고려할 때, KOICA 차원에서 세네갈을 불어권 아프리카 대표 사무소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하라 이남의 경우 세네갈 사무소가 그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어권 아프리카 대표 사무소는 중장기적으로 해당 언어권 주재원 사무소 혹은 신설 사무소에 대한 지원기능을 포함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분야전문가를 배치하고 현지 인력을 관리자급으로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World Bank 코트디부아르 사무소의 경우 현지 인력들이 포트폴리오 관리자 및 경제전문가 등 주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JICA의 경우에는 불어권 아프리카 사무소 중 가장 역사가 긴 세네갈 사무소가 인근 신규 불어권 사무소의 역량강화를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삼각협력, 예산지원(Budget Support) 등 아직 KOICA에서 본격적으로 도입해 보지 않은 협력방식(Modality)을 적용해 보는 시범 사무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세네갈의 경우, 전반적으로 수원부처의 태세 및 적극성이 높은 바, 타 공여 기관에서 추진하듯 일부 분야에서 예산지원 또는 정부 부처 직접 환급 프로그램(Direct Reimbursement) 방식의 지원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작년에 지정된 중점협력 대상국으로서 세네갈과 본격적인 개발협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원총괄기관과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 관련 수원총괄부처인 경제재정기획부(MEFP)와는 기존의 분기별 정례협의를 확대시켜 여타의 공여기관이 진행하듯 부처별 사업의 주요인사가 참여하는 분기별 프로젝트 경과보고회의(Project Progress Meeting) 개최도 필요하다. 또한, 연례적으로 재정부 장관을 카운터파트로 하는 성과평가회의도 개최할 필요가 있다. 기술협력 사업에 대한 총괄기관은 기술협력국(DCT)과도 협력을 강화하여 정기적으로 봉사단/자문단/연수생 파견부처와 함께하는 경과보고회의를 개최하고, 주요 성과를 공유함으로써 상급 기관에 대한 정보공유와 수원국 국민 일반에 대한 홍보 강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에서 원감 아이들과
유치원에서 원감 아이들과

세네갈에서는 공여국 협의체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 KOICA가 적극적으로 multi/bi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중점 지원 분야인 교육, 농림수산, 보건의료 관련 분야별 작업그룹(Thematic Working Group)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고등교육 분야의 경우 아직 해당국 수요에 비해 분야별 작업그룹이 운용되지 못하고 있는 바, World Bank, AfDB, AFD 등과 함께 동 그룹의 창설을 주도하면서 해당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불어권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원조 효과성 제고를 위해서는 국내의 전문가 및 사업수행기관(개발 컨설팅업체 등)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JICA(일본봉사단)에서 추진하듯이 불어 및 현지 언어교육에 대한 지원 강화, 불어가 가능한 주니어 컨설턴트를 시니어 컨설턴트와 함께 파견하는 방안, 사업 추진 시 수원국 전문가 및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세네갈 JICA 사업에 참여하는 전문가 및 직원의 50% 이상이 세네갈 봉사단 출신이라는 점은 그 의미를 충분히 고려해 볼 여지가 있다

프랑스 문화원은 물론 프랑스어 교육과 문화 활동을 하는 것이 주된 사업이지만 부설 식당이 있어 영업도 한다. 들어갈 때는 금속 탐지기로 일일이 점검한다. 식당 안은 별천지다. 엄청난 규모에 대부분이 백인이다. 서양식 음식과 술과 음료 등 풍부하고 물자가 넘친다.

우리는 가젤이라는 세네갈 맥주를 시켰다. 안주로 땅콩이 나왔는데 아주 작다. 한국에서라면 파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세네갈이 원래 땅콩이 유명하다. 대부분 토질이 사암토질이어서 땅콩 재배하기에 적절하다고 한다. 그런데 크기가 워낙 작아서 한국의 큼직한 땅콩을 가져다 심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오면 식사도 한번 시켜 먹고 싶다. 이 박사님은 돼지갈비 구이가 싸고 맛도 좋다고 한다. 택시를 타고 집에 오니 11시가 좀 넘었다.

(2014년 9월 6일)

지지 않는 꽃

박완서 님의 ‘노란집’이라는 수필집을 모두 읽었다. 한 일주일은 걸린 것 같다. 저녁마다 작은 강아지 형광등 밑에서 한 두 편씩 읽다 보니 끝이 보였다. 박완서님은 가족 드라마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 소설가였다. 많은 걸출한 작품을 내어놓았고, 많은 상도 받았다. 2011년 80세를 일기로 세상을 뜨셨다. 나는 그녀가 이미 저세상 사람인 줄도 몰랐다. 표지 사진 속의 티 없이 편히 웃고 계신 모습이 너무도 행복해 보인다. 법 없이 죄 없이 살아온 마음씨 곱고 무엇이나 수용하고 안으시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노란집’은 그녀가 서울 도심의 아파트를 떠나서 노년을 보낸 아차산 기슭의 전원주택 이름이다. 그곳에서 살며, 느끼며, 체험한, 소박한 가정 이야기다. 너무 수수하고 편하고 생활적인 글들이다. 사후에 그녀의 딸이 원고를 정리하면서 일기 형식으로 써 온 것들을 모아 책으로 꾸몄다. 여러 작은 이야기들을 모았지만 글마다 자연, 인간, 생활, 신앙에 대한 깊은 통찰과 사랑이 담겨있다. 자연 속에서 산책하다 뜻깊은 ‘소풍’을 마무리한 것이다.

1년내내 꽃을 달고 있는 나무들
1년내내 꽃을 달고 있는 나무들

아침엔 미사를 다녀왔다. 천명은 넘을 듯한 미사 참례 신자들이 있었지만 동양인은 나 혼자다. 역시 성가는 아름답고 성스러워 그냥 빠져들듯 하다.

엊그제 사무실에서 출력해온 프랑스어 미사 순서와 기도를 번역해 보고 차례로 맞춰보고 정리했다. 또 매달 발행되는 프랑스어판 ‘매일미사’에 있는 독서와 복음을 밤새 사전을 보며 단어를 찾아보고 대충의 의미를 파악해 본다. 어쨌든 미사 통상문과 프랑스어 매일 미사책을 함께 갖고 와서 미사를 보았다. 처음에 비해서 많이 발전한 것이다. 성호경, 주의 기도 등이 어느 것인지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오는 길은 너무너무 더웠다. 그러나 20분 정도 더 걸어 Casino에 가서 컵, 쥬스 등을 샀다. 오늘은 좀 부산을 떨었다. 큰 세탁을 했다. 침대 시트, 베개 커버, 담요 등을 빨았다. 빨래 집개를 여러 개 이용해서 베란다에 고정시켰다. ‘바싹 마른 날래’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을 만큼 잘 말랐다. 너무 잘 말라 부숴질 것 같다. 그만큼 건조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빨래를 하면 기분이 좋다. 내 몸의 죄도 함께 씻어내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곳 꽃들은 이상하다. 우선 대부분 나무 꽃들인데 하늘을 향해 화려한 꽃망울을 자욱하게 피워대고 있다. 일 년 내내 떨어지지 않고 계속 피워댄다고 한다. 항상 따뜻한, 아니 무더우니 지거나 특별히 새로 피워댈 계절이 없어 보인다.
꽃들은 대개 빨강, 파랑, 노랑의 원색으로 크고 화려하다. 그런데 향기는 거의 없어 보인다. 이곳에서 가장 흔한 나무 중의 하나는 해피트리다. 거리를 가득히 채운다. 이 나무 이름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지만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수입해서 실내용으로 많이 키우고 있고 한국에서 해피트리라 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불러 본다. 그런데 한국의 것들은 커봐야 2m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이곳 나무들은 10, 20미터가 더 되기도 하고 특이한 것은 열매를 매달고 있다는 것이다. 열매가 있는 것은 처음 본다.

야자수는 물론 아주 많다. 그런데 좋은 집들은 이 야자수를 집 밖 인도에 심고 또 펜스도 쳐서 사람의 통행을 막고 있다. 자기 집 앞 인도를 고급 타일로 포장하기도 하고 개인용 발전기를 이곳에 설치한 곳도 많다. 주차 시설은 아주 많다. 그런 곳을 통과하려면 차도로 가야 한다. 자연 교통사고의 위험이 많이 생긴다. 봉사단원의 말에 따르면 잘 사는 집, 또 외국 대사관저들이 있는 곳은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고 한다. ‘인도(人道)의 사유화’라고 나는 혼자 생각해 본다. 그러나 서민들은 아무말도 못하고 그냥 불편한 게 정상인 양 살고 있다.

또 Sea Plaza 인근의 사립학교 입구는 아예 인도 부근 없애고, 차도에서 교문까지 철책으로 쳐서 사람이 전혀 접근도 못하게 하고 있다. 이 경우는 차도밖에는 아예 사용할 수 없다. 참으로 이해가지 않는 일이다.

(2014년 9월 7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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