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마공신 김만일 정신의 사회적 가치 실현 모색
임진왜란 시부터 전마 1300여필의 말을 나라에 바쳐 국난극복에 크게 기여해 종1품 숭정대부에 제수돼 실직에 나아가 조정의 업무를 보았던 호국영웅 헌마공신 김만일의 정신을 재조명하고 제주마산업 마산업진흥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학술토론회가 개최됐다. 헌마공신 김만일가에서는 이후 300여년간 전마와 어승마 등 2만여필을 나라에 바치며 218년동안 83명이 종6품에 해당하는 산장감목관을 세습하는 전무후무한 역사를 남기고 있다.
사단법인 헌마공신 김만일 기념사업회(이사장 김형수)가 주최한 ‘헌마공신 김만일 정신의 재조명 및 마산업 진흥 토론회’가 20일(수) 아젠토피오레 컨벤션 1층에서 개최됐다.
김형수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헌마공신 김만일은 제주인의 자존과 정체성, 제주의 가치를 만방에 알리고 국난극복의 나라사랑과 지역 봉사정신의 업적과 정신에 대한 위상은 후세에 귀감이 될 만한 일이며, 그 정신을 제주 지역사회를 넘어 국내·외에 계승해 나가기 위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활동 등을 펼치겠다” 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 헌마공신 김만일 업적이 역사적 관점에서 접근이었다면, 이제는 그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지의 가능성 및 제안 들을 찾아보자는데 초점을 맞춰 토론회를 준비했다”고 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헌마공신 김만일에 대한 문학가와 향토사학자, 마산업 전문가들의 기조강연과 주제발표 및 토론이 이어졌다.
문학가 권무일씨의 「헌마공신 김만일 정신의 재조명」이라는 기조강연에서 김만일은 말은 국력이라는 확고한 인식하에 제주 지형 및 환경에 맞는 실험정신과 개척정신으로 말을 사육하였고 준마를 갈취하여 육지의 고관들에게 뇌물로 바치거나 사복을 채우려 했던 당시 수령들과 군관에 대해 과감히 맞서서 제주인으로서의 자존과 정체성을 지켰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시 조정에서는 사색당파로 나뉘어 편싸움하면서 주변 정세와 나라의 장래에는 귀머거리가 되어 있었던 시기에 김만일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전마를 양산하고 훈련을 시키면서 장차 닥쳐올 위기에 대처하는 등, 말이 국력의 상징이라는 그의 확신에 찬 나라 사랑이라는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김만일 업적은 전쟁사 관점에서 한국사, 세계사에 기록될 인물이며, 말이라는 문명사적 존재와 가치 공유로 김만일의 행적은 인류사적 관점에서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영길 문학평론가의「김만일 정신 계승을 위한 스토리텔링의 방법적 모색」및 장덕지 제주마문화연구소장의「김만일목장 변천사와 마산업 진흥방안」에 대한 주제발표를 했다.
양영길 문학평론가는 특히 미래의 타켓 마케팅이 되어야 할 MZ세대의 눈높이에 맞춘 매력적인 김만일 정신 스토리텔링 발굴과 업그레이드가 필히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양 평론가는「김만일 정신 계승을 위한 스토리텔링의 방법적 모색」에서 ‘김만일’에 대한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고 진단하고 그 이유로는
첫째, 타깃 마케팅이 안 되고, 특히, 타깃인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둘째, 김만일 업적에 대해서 기존의 관습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셋째, 색다른 경험, 의미 있는 경험 요소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매력적인 스토리 발굴이 안 되고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김만일 정신 스토리텔링 발굴이 필히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
첫째, 김만일의 리더십, 카리스마, 노블리스 오블리제, 국난극복, 수난의 역사, 종마 보전을 위한 몸부림, 말을 아끼는 방법, 전마로 키우는 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둘째, 김만일 생애 중의 조선역사와 제주지역의 역사 및 제주 생활사에 연구를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져야 바탕이 든든한 콘텐츠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 우선 <경주 김씨 종가댁 문서>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 외에 설촌 유래, 문화유산(김만일 묘역, 김만일 생가터, 김만일 가계 문서 등), 전설, 생활사를 엿볼 수 있는 행사와 신앙, 지명 유래 등에 대한 연구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장덕지 제주마문화연구소장은「김만일 목장 변천사와 마산업 진흥방안」주제발표에서 김만일목장에 대한 고문서를 소개하면서『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광해군 10년에 김만일 목장에는 1만여 필이 방목하고 있었다고 하고, 인조때 이건의 『제주풍토기』와 1704~1706년 송정규 제주목사가 쓴 『해외문견록』에도 한라산 동쪽 100리에 말 떼가 가득했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장 소장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이를 제주 말산업 미래 및 관광자원으로 연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다음과 같은 사업들을 제언했다.
첫째, 많은 김만일의 유적이 있는 남조로 또는 비자림로를 ‘헌마공신 김만일로’로, 남원파크골프장을 ‘헌마공신 김만일 파크골프장’으로 이름 변경을 제안하였다.
둘째, 김만일산목장의 잣성을 목축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셋째, 현재 헌마공신 김만일기념관을 확장하여 제주도자연사박물관 소장의 말 관련 유물과 몽골 말 자료 및 김만일이 광해군 12년에 임명 되었던 정2품의 오위도총부도총관 의복 재현 등의 사업 컨텐츠의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넷째, 헌마공신 김만일 배(盃) 경마대회를 개최하고, 다섯째, 교래리 중심으로 말고기 식당의 활성도 제안했다.
그 외 제주도돌문화공원, 한국마사회직원, 문화관광해설사 등에게 제주도 목축역사·문화를 숙지하는 교육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2부 김동욱 제주대학교 명예교수가 좌장으로 진행된 종합토론은 김수종 전 한국일보 주필, 김삼두 한국마사회 제주경마사업처 처장, 김병선 한라대학교 마사학과 교수, 강원명 제주특별자치도 친환경축산정책 과장, 문영택 사단법인 질토레비 이사장, 김관철 헌마공신 김만일 연구가가 참여해 여러 대안 제시를 통하여 헌마공신 김만일 정신 계승에 대한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좌장을 맡은 제주대 김동욱 교수는 조선 중후기에 제주도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김만덕, 하멜, 김만일 등이 있지만 헌마공신 김만일은 나라사랑 및 제주사회에 긍정적 영향력이 다른 분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업적을 남겼지만, 아직 헌마공신 김만일의 정신이 국내화, 세계화가 되지 못한 것이 현실임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영조가 제주도를 가리켜 ‘국마의 보고’이며 '조선 최대의 말 공급지'로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곳이라 했고, 이형상 목사는 "섬(제주도)의 일은 마정보다 큰 것이 없다"고 하였는데, 그 중심에는 한마공신 김만일(1550~1632)이 있었다고 하면서 앞으로 헌마공신 김만일 정신의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장을 기대한다고 하였다.
김삼두 처장은 제주도의 말산업 발전을 위해 말산업협의체 구성, 복합 말테마파크 조성, 권역별 센터 설치, 관광지 승마체험, 제주 말축제 규모화, 제주목장 관광지화, 헌마공신 김만일 동상 건립, 제주마 UNESCO 세계유산 등재 등의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무엇보다도 제주 말산업 관계자들이 의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다음과 같은 제주도의 말산업 발전을 위한 몇 가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언했다.
첫째, 말산업과 연관되는 기관과 단체가 참여하는 상시 협의체 구성이 절실하다고 하였다. 그 동안 제주마를 포함한 말산업 발전을 위한 여러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중심이 되는 주체가 없는 관계로 지속적인 협의가 진행되지 않음에 따라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고 하였다. 말관련 단체는 각 단체 별로 활동을 하지만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제주도, 한국마사회, 경마단체, 승마클럽, 학교, 기타단체 등 말산업과 관련한 기관과 단체가 참여하는 가칭 ‘제주말산업협의체’를 구성하여 말산업 발전방향과 전략을 논의하고 산업발전 제약환경에 대해서는 서로 힘을 합쳐 대응해 나가야 제주의 말산업 기반을 공고히 하고 앞으로 더욱더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 이라고 주장하였다.
둘째, 현재 말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가 있으나 일부 소규모로 분산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동시간과 컨텐츠 부족으로 관광객 유인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말에 관한 박물관, 공연장, 승마체험장, 숙박시설, 판매시설 등이 포함된 복합 말테마파크 형태로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셋째, 말을 이용한 관광, 힐링, 치유를 위한 권역별 시설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전문승마인들이 제주를 찾아 승마관광을 할 수 있도록 오름, 들판, 바다 등을 연결한 외승코스 개발하여 제주도만의 특화된 승마관광상품을 만들 수 있고, 현재 제주올레길과 같은 승마올레길을 개발한다면 많은 승마인들에게 각광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주장했다.
넷째, 지역별로 승마사업자와 지역상인회 등에 협의하여 승마용 말을 공급하고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제주 어디에서나 쉽게 말을 접할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다섯째, 제주도 말관련 축제를 연계 통합하여 제주도 중심축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현재 말관련 축제로서는 제주경마공원 안에서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주마축제’가 있고, 그 외 지역의 말축제로서 옷귀마테마타운의 ‘의귀리축제’, 신산공원에서 진행되는 ‘고마로축제’가 있는데 말축제를 제주도민과 관광객이 함께하는 최대의 통합축제로 만들기 위해 말관련 축제를 상호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여 축제의 규모화를 이루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여섯째, 제주마와는 다르지만, 국내 더러브렛 경주마의 생산육성기지가 되고있는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을 목장올레길 코스로 개발을 제안했다.
일곱째, 조선시대 제주인으로 가장 높은 지위인 종1품 숭정대부에 오르며 제주를 빛낸 헌마공신 김만일 동상 건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제주마를 UNESCO 세계유산에 등재 신청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제언하였다. 한국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마를 세계유산으로 등재 관리한다면 제주마 보존뿐만 아니라 제주말산업의 의미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김병선 교수는 그동안 역사 뒤에 가려져 있던 위인 김만일 헌마공신의 업적을 양성화하는 노력과 그것을 바탕으로 널리 대중들에게 알리는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 헌마공신 명칭 부각, 관광자원화 추진, 어린이 말 관련 체험학습 프로그램 운영 및 융합 컨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강원명 과장은 현재까지 헌마공신 김만일 관련 추진결과 및 제주말산업육성 추진사항을 설명하고 향후 발전방안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강 과장은 제3차 제주말산업육성 5개년 종합계획 수립추진(2024~2028년)에 헌마공신 김만일 역사를 스토리텔링과 성역화 콘텐츠 발굴사업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면서 헌마공신 김만일과 관련해서 의귀리마을회와 (사)헌마공신김만일기념사업회간 상호역할 분담을 강조했다.
또한 제주도, 한국마사회 및 (사)헌마공신김만일기념사업회간의 상호협력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제언하였다. 앞으로 도민들로부터 헌마공신 김만일에 대한 업적을 알릴 수 있는 아이디어 발굴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문영택 이사장은 헌마공신 김만일 주제의 영상물 제작 및 공연무대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를 제안했다. 또한 김만일과 후손들이 일군 지역에는 한라생태숲길, ᄆᆞᆯ테우리길인 삼다수 숲길, 람시르습지인 물영아리둘레길과 붉은오름길, 사려니숲길, 제주도의 최대습지인 물장오리등이 자리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제주마 산업은 경주마 산업, 승용마 산업, 제주마축제, 사극촬영, 기마경찰대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산업 주체와 행정 등이 협조하여 말 생산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특히 세계적인 관광지와 여행지에는 그곳만의 특별한 역사문화를 상품화한 극작품들이 있다고 하면서 사극촬영에 민관민이 나서서 헌마공신 김만일 주제의 영상물 제작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를 제안하였다. 헌마공신 김만일이 개척한 산마장과 목마기술에 관련한 극작품을 공모하고 선정하여, 최첨단 영상기법과 실재의 목마기술이 결합한다면 세계적인 사극이 탄생될 수도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김관철 연구가는 김만일은 조선시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자기가 키운 전마를 나라에 헌마함으로써 국난극복에 크게 공헌하였고, 국방과 외교에도 커다란 역할을 하였고, 또한, 우리나라 마정사 및 마문화 발달에 기여했음은 물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끼쳤던 인물임을 강조했다. 이처럼 특정 인물과 특정 지역에서 나라에서 필요한 말을 감당했던 사례는 조선시대 역사 전체를 통틀어 보거나, 세계사에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그는 자발적으로 나라 사랑과 나눔 정신을 몸소 실천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전형을 보여주어 제주인의 본보기가 되었으며, 시대를 뛰어넘는 역사적 인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나, 그의 역사적 업적을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우선 인물 김만일을 널리 알려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는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