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녹여낸 에세이집 『물숨의 약속』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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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녹여낸 에세이집 『물숨의 약속』 펴내
  • 김동훈 기자
  • 승인 2023.11.18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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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진 작가, 제주정착 5년 제주의 속살을 녹여내다
- 제주말의 난해함 속에서도 억양과 운율이 지닌 매력에 호기심도
이명진 작가

1997년 『해동문학』 여름호에 수필, 2011년 『수필과 비평』에 평론으로 등단하고 다수의 수필집과 평론집을 출간하여 경기도문학상, 풀꽃수필문학상, 일신수필문학상, 신곡문학상 본상, 성남문학상 본상 등을 수상한 이명진 작가가 제주 정착 5년간의 단상을 담은 에세이집 『물숨의 약속』을 냈다.

이명진 작가의 다섯 번째 수필집 『물숨의 약속』은 바다가 중요한 무대로 등장한다. 등장인물들은 포구에 갇혀 있거나, 포구를 벗어나 새 삶을 꾸려가려 한다. 바다는 어촌의 출입구로 작가의 문학세계를 받쳐주는 해양성 아이콘으로 자리한다. 삶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들은 가시적이든 비가시적이든 밑그림으로 포구에 대한 애착이 도사리고 있다. 포구라는 심리적 이미지는 이전에 지녔던 막연한 동경심이 아닌 중년 이후, 더욱 현실적이고 공감을 일으키는 작가의식으로 분출되고 있다는 고백으로 시작한다.

표제작 「물숨의 약속」은 제주 바당(바다)에서 원초적인 작업복인 ‘소중기'를 이용해 바다 깊이 잠수를 하며 해산물을 채취하며 살아가던 제주 해녀들의 변천사와 그들의 직업병인 잠수병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중기는 전문 해녀복이 없던 시절부터 전천후 작업복으로 실용성을 갖추었다. 이웃 여자들 모두 소중기를 입고 바다로 뛰어들어 돈을 벌어왔다. 일년 내내 공기통 없이 숨을 참고 10m 이상의 해저로 들어갔다. 일 분 내지는 이 분 여 동안 전복과 뿔소라, 해삼, 미역, 톳 등을 채취했다. 운이 좋으면 하루에 감태 몇십 킬로그램도 건져올렸다. 가사도 돌보며 틈틈이 맨몸으로 일하던 여자 벌이로는 쏠쏠한 편”이었지만 “빗창 하나 손목에 걸고 시시각각 요동치던 바다에서 바위틈에 끼어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수압에 의한 편두통은 살아가는 내내 고질병"이라며 안타까움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이명진 에세이집 '물숨의 약속'
이명진 에세이집 '물숨의 약속'

유한근 문학평론가는 “이명진 수필에서는 노마드 냄새가 난다. 세계의 오지인 부탄, 인도, 네팔 등을 유랑하는 방랑자의 냄새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비욘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낯익은 사람들의 냄새도 난다, 특히 그의 ‘제주 수필’에서는 유랑인을 꿈꾸는 정주인의 정체성과 갈등하며, 제주 할망의 물숨소리 같은 현재적 삶과 그들의 지난 역사의 흔적을 바람 속에서도 만난다”면서 “그곳의 풍물과 사람과 역사에 발목을 잡혀 있으면서 그는 끊임없이 문학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것이 그를 절실하게 하고, 진솔하게 하는 힘이 되어줌을 우리는 그의 수필에서 엿보게된다. 그리고 스토리텔링된 그의 제주도와 문학의 전모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그의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며 이명진의 에세이가 갖는 의미를 평했다.

공광규 시인은 “제주도 성산읍 한적한 바닷가에서 발신하는 이명진 선생의 수필에서 나는 자연을 대하는 겸허를 읽었다. 한라산을 오르기 전에 산신령께 기도하며 허락을 구하는 자세와 나뭇가지에 쌓이는 눈을 보며 꺾이지 않는 삶의 이치를 깨닫는 은유를 보았다. 외할머니 무덤에 자신이 만든 술을 부어주면 술꽃 향기가 방울방울 솟아난다거나 한라산이 은하수를 어루만질 수 있을 만큼 높다는 시적 상상, 게스트하우스가 여행자들 마음의 때를 씻어주는 목욕탕이라는 잠언적 언술, 흔들리는 억새와 우물을 통해 역사의 질곡 속에 사라진 마을 사람들을 떠올리는 역사의식, 경제권이 해결되니 가정의 평화가 지속되었다는 삶의 지혜 등이다. 춘천 의암호 변에서 태어나 동해와 서해 변에서 청소년기와 중장년기를 보내고 제주 해변에서 노년을 준비하는, 운명적 '물가 인생'인 선생의 수필을 읽어가면서, 나는 선생이 그리워하는 바다 너머 바다, 인생 너머 인생, 수필 너머 수필을 오랫동안 생각하였다”며 이명진 작가의 다섯 번째 에세이집 출간을 축하했다.

수필집 『물숨의 약속』은 제1장 제주할망 손으로 깁다, 제2장 물숨의 약속, 제3장 술꽃연가, 제4장 유령 바이러스, 제5장 환생을 들려주는 바람소리로 구성되고 43편의 수필이 실려있다.

제주에 정착한지 5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는 제주의 자연과 풍물이 되살아난다. 간결한 문장이 돋보인다. 에세이에는 바다, 수평선, 억새, 고사리, 올레, 가파도, 돌담, 당랑쉬오름, 소금막 해변,복수초, 수선화 등 실로 다양한 소재가 동원됐다.

'제주 너머를 모르쿠다'에는 제주말이 난해하면서도 억양과 운율이 지닌 매력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가고 있다. 

수필집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공모한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간지원을 받아 출간됐다.

이명진은 예명, 1960년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했다.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에서 논문 “법정 수필 연구”로 석사학위를 땄다.

1997년『해동문학』여름호에 수필 「잃어 버린 고향」으로, 2011년 『수필과 비평』에 평론 「법정수필연구」로 등단했다. 그동안 수필집 『창밖의 지붕』, 『탈출』, 『물색없는 사랑』, 『디아 띄우기』와 개인 논문집 『법정 수필 연구』, 평론집 『수필로 말하기』를 출간했다. 한국 예총 성남지부 예술공로상 및 성남시장 표창장(제2580호)과 성남문학상 본상, 경기도문학상, 풀꽃수필문학상, 일신수필문학상, 신곡문학상 본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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