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119) 모국의 총선거를 듣고 고국의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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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119) 모국의 총선거를 듣고 고국의 친구에게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4.04.13 17: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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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119) 모국의 총선거를 듣고 고국의 친구에게

친구여,

4월의 일본은 활짝 핀 벚꽃 뉴스로 시작하여 4월의 막을 알리고, 혼탁한 뉴스의 피난처 구실을 하기도 합니다. 그와 곁들여 모든 학교의 입학과 신입 사원들이 둥지를 트는 달이기도 합니다. 햇병아리처럼 귀엽고 귀여운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어린이들의 입학식과, 긴장감이 넘쳐흐르는 신입 사원들의 입사식 모습을 뉴스로 대할 때마다 가슴 뭉클합니다. 결코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고 희망의 달이었습니다. 

친구여,

나에게도 이에 못지 않게 희망으로 무척 설레는 달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나만이 아니고 친구 역시도 그랬습니다.  아니, 나와 친구만이 갖는 희망의 설레임이 아니고 우리 모두가  갖는 바램이고 확신이었습니다. 4월 10일 나는 모든 일을 서두르고 마쳐서 저녁 6시 직전에 한국 TV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가슴 두근거리는 설레임은 희망으로 넘쳐 흘렀습니다.

친구여.

모두 서로 다른 장소이지만 응시하는 장면은 같은 곳이었습니다. 가까운 이웃이라지만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일본열도 오사카에서도 혼자 설레임과 긴장 속에 뚫어지게 모국의 TV를 응시했습니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화면이 바뀌면서 활짝 열린 새로운 화면에 커다란 숫자가 클로즈업되면서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아니! 이럴 수가!?였습니다.

친구여!

쓰나미처럼 엄습한 그 숫자와 설명이  머리와 가슴에 파고들어 엄청난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어!?나 엣! ?의 어처구니없어 하는 놀라움이 한반도만이 아니고, 한국이라는 모국을 사랑하는 모든 해외 동포들로부터 동시에 터져나와 진동했을 것입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방송국의 역사적인 오보를 내지 않았나 하고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친구여,

혹시나 하는 실 같은 오보의 기대감을 가져보는 자신이 너무 처량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의 오보의 기대엔 자신의 오판을 믿으려 하지 않은 일그러진 자존심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참담하고 망연자실에 빠진 우리가 있는가 하면, 열정과 환희 속에  넘치는 저쪽의 남들의 힘이 압도적이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몰랐다는 어리석음이었습니다.

친구여,

한국은 유구한 역사 속에 '조용한 아침의 나라' 혹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리워왔습니다. 지금은 그 수식어가 사어가 되어 사전에서나 찾아야 할 정도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입후보자나 그를 둘러싼 지원 부대들의 파렴치한 막말들의 수준은 일본 사회에서 재일 동포들이 받는 헤이트스피치가 서러워 할 정도로 비열했습니다.    

친구여,

한국의 어느 전직 외교관은, 예수님께서 "죄 없는 자는 돌을 던지라"고 했더니 한국은 이제는  죄지은 자가 제일 먼저 돌을 던지는 사회가 되어버렸다는 날카로운 비판에 가슴 섬뜩했습니다. 그럼 저도 성경 한 구절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모세는 쫓기는 가엾은 군중을 구하기 위해 바다를 가르고 건너게 했지만, 고국의 정치꾼들은 자신들의 사욕을 위해 군중을 선동하고 갈라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친구여,

갈라치기로 인해 한반도의 허리가 잘린 채 어언 70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이번 색으로 표시한 당선자 분포를 보니 이것 또한 충격적이었습니다. 갈라치기로 허리 잘린 한반도가 이번에는 색의 분포가 뚜렷하게 가랑이로 갈라져 있었습니다. 조감도처럼 일본에서 바라보는 고국의 이 모습에 아찔했습니다. 부조리의 이 획일성에 사이비 종교에 무조건 홀려 믿는 신자들을 연상케 했습니다.   

친구여.

내가 아는 일본인과 한국의 정치에 대해 주고 받을 때가 있습니다. 지역의 갈등도 큰 문제이지만,  이러한 파렴치범들이 정치판에 기웃거리는 것만이 아니라 어깨에 힘주며 판치는 것을 보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자들은 부끄러워서 바깥 나들이도 제대로 못하는데 '유교의 나라' 한국에서는 국민을 위해서 앞장서겠다니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대답에 궁핍해서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라고 희극적인 답변으로 대신했습니다.

친구여,

일본 말에 "빨간 신호 모두 같이 건너면 무섭지 않다"(아카신고 민나데 와다레바 고와쿠나이:赤信号みんなで渡れば怖くない)"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일본의 유명한 개그맨이 처음 사용한 말인데 지금은 모두가 마치 속담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러 범법 행위도 단체로 일으키고 똘똘 뭉치면 무서울 것 없다는 말입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로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호 무시(범법 행위)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바로 범법이니까 말입니다.

친구여.

이 수난의 길을 우리는 깊은 반성과 성찰 속에 헤쳐 나가야 하겠습니다. 그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의 국민 수준과 같다고 하지만, 4월 10일의 결과는 너무 참혹했습니다, 상식을 넘어선 정치꾼도 혐오스헙기 짝이 없었지만, 그를 지지하는 같은 국민이 야속하고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윤리의 가치 기준이 의심스러웠습니다.  

친구여.   

친구도 신물나게 알고 있는 사실들을 진부하게 너절하게 늘어놔서 죄송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이 울분을 쏟아 놓지 않으면 도저히 참을 수 없기에 독백처럼 일방적으로 나열했습니다. 이제 서로 허탈한 마음을 가다듬고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친구여, 참고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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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제일보 2024-04-15 19:43:25
통절합니다.
같은 생각 가진 고국 동포들 많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