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123) 여영화 한국전통예술원 오사카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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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123) 여영화 한국전통예술원 오사카공연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4.05.1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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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123) 여영화 한국전통예술원 오사카공연

"<비나리>는 모든 공연에 앞서 공연의 성공을 비는 의식 행위로서 공연 전에 펼쳐집니다. 공연의 성공만이 아니고 여러분들의 안녕은 물론이고 풍요스러운 오곡의 결실을 기원하기도 합니다. 비나리는 모든 기원의 원점이기도 합니다."

5월 18일 오후 5시, 5월의 싱그럽고 눈부신 신록 속의 햇빛은 저물어 가는 오사카 중심가 미나니를 비추고 있었다. 니혼바시에 있는 일본 전통문화를 주로 공연하는 국립분라크(文樂)극장은, 따사롭기보다는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저녁노을을 뒤로 하고 재일동포와 일본 관람객들로 홀은 가득 찼다.

여영화 한국전통예술공연 '효' 포스터

오사카에서 '여영화 한국전통예술원'을 운영하는 여영화 원장을 비롯해서 회원 및 게스트를 포함한 약 30명 가까운 출연자들이 공연하는 '한국 전통예술 공연이 있었다. 공연의 <효(孝)>를 관람하러 온 관객들에게 '비나리'라는 춤을 선보이고 나서 사회자가 인사와 더불어 한 말이었다.

이어서 선보인 <어전가>는 임금과 함께 14명의 무희(舞姬)들이 분라크 극장 특유의 꽃무대(관객석 사이에 의자보다 높게 만들어져서 본 무대에 갈 수 있는 길)를 밟고 들어오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들의 화려한 춤이 끝나고, 일본 특유의 인형극이 있었다. 게스트 출연한 일본인 무용가 요시다 미츠카 씨가 일본인 소녀 인형을 갖고 자신의 양손을 움직이면서 인형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네 번째의 경기민요에서는 <노래가락・창부타령>을 여영화, 김연숙, 최혜정 세 사람이 불렀는

여영화 한국전통예술공연 '효' 출연진 

데 그 조그마한 몸매에서 어떻게 이렇게 박력 있고 정열에 넘치는 가창력이 나오는가 하고 놀랄 정도였다. 가슴이 후련할 정도로 시원한 창부타령을 듣고 난 후에는 태평소 연주가 그 후련함을 더욱 가증시켰다.

게스트 출연한 재일동포 3세인 하영수 씨 <태평소 독주>였다. 자신이 편곡한 아리랑을 자유자재로 연주하면서 아리랑 노래 합창을 관객들에게 유도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관객과 무대가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리랑과 찬송가로 유명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태평소로 혼합해서 연주했다.

필자는 미국 교회와 한국 유튜브에서 아리랑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이렇게 혼합 연주한 것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생연주로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필자는 그래도 유튜브에서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이렇게 아리랑과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혼합 연주를 처음 들은 재일동포나 일본인 관객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 두 곡의 하모니는 절묘해서 세계에서 화제가 되었다. 감동적인 연주였다.

여섯 번째는 민요와 춤이 어우러지는 <회심곡>과 <탑돌이>가 이어졌다. 모두 15명이 출연해서 화려한 춤과 여영화, 김연숙, 최혜정, 김현숙, 임진순 민요 가수들의 가창력과 함께 장내의 흥을 돋구었다. 이렇게 진행된 공연은 도중 15분 휴게 속에 모두 12개로 나눠졌는 데, 7. <진주검무>, 8. <진주교방입춤> 9. <무당춤> 10. <제주・경상도민요> 11. 호적(胡笛개갱춤> 12. 뮤지컬 <孝>가 마지막이었다.

<진주교방입춤>은 고려시대 초기 교방청의 관청에서 설치한 궁정무악을 배운 기녀들이 귀향하여 진주에서 전해지는 춤이라고 한다. 여영화 무용가 혼자서 피로한 이 춤은 손에 아무 것도 갖지 않고 표정과 치마폭을 자유자재로 살짝 올리고 내비치면서 여성의 정념을 나타내는 춤이었다.

제주민요 <오돌또기>는 오사카에는 제주 출신 동포가 많아서, 그에 대한 서비스 정신으로 이 민요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제 나름대로의 생각이지만 제주 출신인 필자는 기뻤다.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곡 속의 감상에 젖었지만 민요를 부른 다섯 분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12 번째의 <뮤지컬, 효>는 희극에 희극을 연출하고 있었다. 80세 부부의 생일 날에 자식들은 물론 가까운 마을 사람들도 생일 선물을 갖고 온다. 1남 8녀의 부모는 여덟 명의 딸은 왔는데, 막내로 낳은 아들이 오지 않았다. 점쟁이를 부르고 왜 안 오느냐고 묻고 있을 때, 아들이 서양 여자를 데리고 와서 소개해서 일대 소동을 일으킨다.

우리말과 일본어가 비빔밥이 되어 극중에 난무하고 허술한 각본 진행이 또 관객들을 웃기게 한다. 그래서 희극 중에 희극이라고 했다. 정력에 좋다는 고려인삼을 받고 좋아하는 남편에게, 당신은 먹으나 마나 마찬가지라는 할머니로 분장한, 여영화 씨의 가차 없는 비아냥에는 절로 웃음이 쏟아진다.

다른 문화 단체가 이 극을 공연했다면 완성도가 낮아서 솔직히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관객들은 그러한 기색은 보이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함께 웃고 응원까지 보냈다. <여영화 한국전통예술원>은 여영화 원장 자신이 오사카에 설립한 자생 한국 문화 단체의 하나이다. 다른 문화 단체들도 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계속 운영하면서 지역에 밀접한 문화 활동을 펴고 있다.

민단을 중심으로 한 각종 단체의 작은 이벤트 행사까지 참가하면서 지역 문화 발전은 물론 한국 전통문화를 보급 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주최하는 단체에서는 만족한 줄연비도 지급 못하는 데 공연해 주니 무척 고마운 일이었다. 이러한 <여영화 한국전통예술원>이 유명한 일본 전통문화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데 응원하기 위해 찾아갔다.

오사카에는 해마다 한국에서 각종 일류급 전통문화 계승자들이 방문하여 공연을 갖는다. 이러한 단체들은 정부의 문화 홍보 정책 차원으로 오사카 한국문화원의 무료로 관람객을 모집한다. 그래서 오사카에 사는 재일동포와 일본인들이 관람 수준은 아주 높은 편이다. 이러한 공연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어서 오사카 자생 한국전통문화 단체의 노력들은 치열하다.

"오늘은 '여영화 한국전통예술원이 주최하는 <효>에 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2년 5월 공연 후 2년이 지나서 개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인지 많은 걱정을 했지만, 여러 기관에서 협조해 주셔서 본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출연자 전원이 열심히 노력했으므로 따뜻한 성원을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본 공연을 응원해 주시려고 내장해 주신 관객 여러분들과 스태프 여러분들께 거듭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이것은 여영화 원장이 팸플릿에 게재한 인사말이다. 이것을 필자는 서로 돕고 도와주는 <품앗이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여영화 원장은 “한국국가무형유산 이수자” “한국국가무형 진주검무 이수자” “사단법인 한양굿 조정회의 이사” “사단법인 한국전통민요협회 일본지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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