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 (39)사람 그리고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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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 (39)사람 그리고 그리움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4.05.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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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운 선생님의 KOICA 해외교육 봉사활동 체험기
이영운 선생님

(39)사람 그리고 그리움

오늘은 무척 한가하다. 월요일이지만 공휴일이기 때문이다. 가톨릭에서의 성령강림대축일이다. 이곳에서는 무슬림 휴일과 가톨릭 축일을 모두 공휴일로 정하고 있으니 쉬는 날이 많다. 한국에서도 이날은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 휴일이다. 참으로 신기하게 휴일이 서로 겹치는 날이다.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너무 많은 휴일에 딱히 할 일이 없을 때는 이것도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성령강림축일에는 낮에 특별 미사가 없다. 오늘 저녁 때 미사를 볼

한글학교 수료식 때 대사님과 함께
한글학교 수료식 때 대사님과 함께

예정이다. 이곳에서의 생활 문제는 단조로움과 이에 따른 답답함, 그런 것들이 문제다. 세상과의 단절을 자주 느낀다. 물론 TV, 책, 영화 등을 보면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이제 새롭게 어떤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도 어렵다. 기억력도 많이 쇠퇴하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물론 여행을 가거나 잠시 외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도 여러 가지 여건이 충족되어야 하고, 밖으로 나다니는 것도 여러 가지 위험 요소에 노출되니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엄밀히 따진다면 누구도 나를 배려해 주거나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모든 것은 소위 자신이 스스로 판단하고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선택과 결정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사람과 그리움이 가장 큰 위험이라는 것을 자주 느낀다. 젊은 단원들은 잘 어울려 지낸다. 그러나 이곳에는 이제 자문단은 정 선생과 나 둘뿐이다. 나름대로 혼자 지내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고 일거리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시간 관리가 쉽지는 않다.

이곳에서 몇십 년간 생활해 온 사람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가족도 있고 아이들도 있는 분들도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생활이 불행해질 수밖에 없나 보다. 그래서 어떤 때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도 해마다 그런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어떤 교민 가정의 주부가 불행한 선택을 한 것 같다. 지속 가능한 좋은 벗과 사랑의 울타리가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외로움과 단절을 잘 이겨내고 오히려 행복과 보람을 찾는 지혜를 가르치고 지원해 주는 체제가 절실히 필요하다. 대사관과 교민사회 모두가 행복한 적응과 생활을 위해 노력해야겠다. 결국 모든 책임은 자신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던 스스로 잘 추스르고 처리해야 한다. 긍정적 사고 속에 기쁘고 행복한 생각과 일을 찾으며 살아야겠다.

(2015년 5월 26일)

한글학교 어린이 학부모들과 야외활동.
한글학교 어린이 학부모들과 야외활동.

어떤 졸업식

오늘은 한글학교 졸업식 및 수료식 날이다. 내가 담임했던 4학년은 두 명이 수료한다. 김지은 어린이는 우등상을 받고 송선국 어린이는 개근상과 독서상을 받는다. 지난번에 시험을 치렀는데 지은이는 90점을 선국이는 조금 낮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지은이는 몇 차례 결석을 했고 독후감도 잘 제출하지 않았다. 선국이는 스물두 번 제출했다. 한 번만 더 제출했으면 최우수 독후감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아쉽다.

다문화 가정 학생으로는 김요한이 특별상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수산업을 크게 하고, 어머니는 레바논 출신의 미녀다. 세네갈 교민 중에 가장 부유한 사람이 그의 아버지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갈치 수출업을 한다. 그의 집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푸른 잔디밭과 아름다운 열대 수목으로 가득 찬 궁궐 같은 집이다.

지은이 부모님과 또 선국이 가족도 모두 참석했다. 선국이는 부모님 여동생, 남동생까지 해서 다섯 명 전 가족이 참석했다. 아버지는 목사로 이곳 현지에서 두 곳의 교회를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는 키가 크고 호남이며 어머니는 한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매력적인 여자다. 선국이의 희망이 아버지처럼 목사가 되고 싶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서, 자녀 교육을 아주 잘 시키고 있는 모범적인 가정 같다.

한글학교 어린이들과 협력 학습 활동
한글학교 어린이들과 협력 학습 활동

선국이는 내 앞에 앉아서 그사이에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종알댄다. 항상 착하고 귀엽다. 이번 방학 때 한국에 있는 선교회에서 가족 모두를 한국으로 초청한다고 해서 너무 기쁘고 기대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비행기 값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아서, 자기네가 손해를 보게 되었다고 투덜댄다. 소통이 잘 되는 행복한 가정이다.

대사관에서는 조 참사관과 강 영사가 참석했다. 서울식당을 운영하는 한인회장도 보인다. 며느리가 사회를 보고 시아버지인 백 목사님이 졸업식을 진행한다. 내가 보기엔 식순이 좀 어긋났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 있으랴!

식이 끝난 후에는 간단한 다과를 학교에서 먹고 돌아왔다. 한글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어려운 점들도 많았다. 어느 학년에서는 학교와 학부모 사이에 오해가 있어서 학생들을 중도에 다니지 않도록 하기도 했다. 또 그 전 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올해부터는 학생들을 안 보내기도 한다. 학교와 학부모 모두 힘들고 신경 쓰이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

또 선생님들과 학교 경영자 사이에도 언짢은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하였다. 선생님들이 중간에 그만두겠다고 말하기도 하면서, 의견이 충돌하기도 하고, 행사를 하면서 서로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학교에서 아주 열심 성실한 선생님을 중간에 갑자기 그만두게 만들기도 해서, 교사들이 마음이 많이 다치기도 했다. 특별한 설명 없이 인사권을 휘두르는 일들이 있었다. 정말 아주 작은 집단이지만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나를 잠시 되돌아보게 한다. 나는 제주도에서 가장 학생 수가 많은 고등학교 교장으로 근무했었다. 학생수가 1500명, 교직원이 백 명이 넘었었다. 나는 세 학교 교장으로 근무했었는데 그 수많은 선택과 결재를 하면서 선생님들이 기안한 문서를 한 번도 거절해 되돌려 본 기억이 없다. 미비한 점은 현장에서 함께 수정 보완해서 모두 승인 결재했었다. 물론 선생님들이 잘 준비해서 찾아 왔고 나는 선생님들을 전적으로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딜리의 한 유치원에서
딜리의 한 유치원에서

나도 한국으로의 휴가 중에 Better World에 근무하는 신 선생님이 대신해서 3주간 도와주었는데 나를 배제하고 신 선생님을 계속 쓰겠다는 말에 황당하기도 했다. 그사이에 공부한 것에 대한 출제 평가 등도 해야 하는데, 실제 신 선생님은 발표회 준비만 했지 수업은 한 시간도 하지 않았었다. 아무 설명도 없었고, 나도 황당했다. 나는 어쨌든 봉사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그에 상관없이 계속 수업도 하고, 평가도 하고, 수상자도 결정하여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 봉사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러나 또 다른 선생님은 특별한 설명 없이 갑자기 나오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많이 당황했고, 큰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미국대사관에 근무하는 미국인이고, 그녀는 신앙심이 두터운 기독교인이었다.

저녁때 배윤정 선생, 정종량 선생과 함께 안마리스트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했다. 국수와 볶은 밥, 스테이크가 나왔다. 그런데 스테이크는 너무 질겨서 먹지 못했다. 사무실 얘기, 업무 이야기 등을 나누었다. 관리 요원들이 많지만 이렇게 시간을 자주 많이 내주어서, 서로의 어려움도 듣고 생활의 지혜도 교환하고 하는 관리 요원은 별로 없어 보인다. 배 선생은 아주 훌륭하고 좋은 인품을 지니고 태어난 것 같다. 오늘도 그녀가 식사비를 부담했다. 정말 미안할 뿐이다.

정 자문관님은 많은 여성들과 부대끼면서 산다고 토로한다. 아파트 윗층에 사는 가족들은 거의 여자들로 이혼한 어머니와 자매들 또 조카와 딸들 여럿이 함께 산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나 자매들이 자주 방문을 하고, 자기 컴퓨터도 맘대로 사용하고, 영화 보여 달라고 조르기도 한단다. 또 많은 여자들이 자기 생일, 공휴일, 집안 행사 등이 있으면 항상 찾아와서 돈을 달라고 한다는 것이다. 집까지 찾아와 도와달라는 여자들도 많다고 한다. 마음 착한 성품으로 자주 도와주니까 그들도 습관이 된 것 같다.

세네갈 해변에서
세네갈 해변에서

배 선생은 휴가를 다녀왔고 휴가를 통해 에너지가 충만해진 것 같다. 휴가 중에 어머니와 태국에 다녀왔는데, 너무 많은 볼거리, 너무 맛있는 음식들 또 오랜만에 진하게 나누는 어머니와의 어떤 투쟁과 대화 등으로 뜻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통계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50대 후반에 사무실 근무 중 뇌졸중으로 쓰러져 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모든 짐을 어머니가 지고 사셨으니,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한 알마디 식당은 바다와 접해 있었고, 깨끗하다 못해 정갈해 보였다. 주변 식당들도 활기차 보였다. 세네갈에 이런 곳이 있다니 놀라웠다. 이 깊은 밤에 모두가 바쁘게 활동하면서 음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한국의 밤이 떠오르기도 했고 세네갈도 이제 많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5년 2015년 5월 30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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