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129) 재일 제주인 작가 양석일 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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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129) 재일 제주인 작가 양석일 씨 별세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4.07.0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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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재일작가 김길호 선생

(129) 재일 제주인 작가 양석일 씨 별세

6월 30일 일본 신문의 조간과 스포츠신문들은 6월 29일 양석일(梁石日. 87. 본명. 양정웅:梁正雄) 작가가 별세했다는 기사를 일제히 보도했다. 제주가 본적지인 동포 2세, 양석일 작가는 1936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오사카부립고즈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인쇄회사를 경영했었다. 경영하던 인쇄회사가 도산하여 쫓겨나듯 오사카를 떠나 도쿄에 갔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택시 운전기사로 약 10년을 운전하면서 그 경험을 소재로 1981년 <광조곡> (후에 '택시광조곡'으로 개제)을 발간했다. 1993년 재일동포 최양일(1949-2022년 작고. 일본 감독 영화협회 이사장 역임) 감독으로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의 타이틀로 영화화되었다. 이 영화는 그해 일본 영화상을 거의 수상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양석일씨 별세 기사를 다루고 있다.

양석일 작가는 그 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여 1994년에 간행한 <밤에 걸고>는 나오키상의 후보작에 올랐다. 1998년에 발표한 <피와 뼈>는 제11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했고, 2004년에 최양일 감독에 의해서 영화화되었다. 일본의 코미디언이며, 감독, 배우, 사회자로서 유명한 기타노 다케시 주인공으로 개봉 전에 많은 화제를 모았다.

<피와 뼈>는 양석일 작가 자신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쓴 작품이다. 일제 시대에 제주에서 일본에 온 김준평의 일대기는 인간성 상실의 인물로 시종일관 그려져 있다. 이 주인공 역을 기타노 다케시가 맡았는데, 영화 개봉이 가까울 무렵에는 각 TV는 주연을 맡은 기타노 배우 인터뷰 방송을 하면서 어부지리로 막대한 선전 효과도 보았다.

필자도 <피와 뼈> 영화를 보았다. 일제 시대의 민족적 차별 속의 또 하나의 차별은 주인공 김준평의 인간성 상실에 의한 그의 단말마적인 차별 행위였다. 민족적 차별에 의한 연쇄 작용으로 일어난 차별이라고 합리화시키려고 할는지 몰라도 그것은 어거지 항변이나 다름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 논리가 통한다면 그 당시 식민지 종주국에 살았던 재일동포들은 모두 인간성과 윤리 등, 모든 것을 상실한 군중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그 고통을 동포들은 견뎌냈다.

인간성 부재의 김준평 일대기라고 할 수 있는 영화 <피와 뼈>가 개봉된 후에는, 그렇게 많은 화제를 뿌렸던 영화 이야기가 한여름 요란스럽게 울던 매미 울음의 뚝 그침처럼 끊어졌다. 영화가 묻고 있는 메시지가 하나도 없었다는 내용에 실망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에게 심한 혐오감만을 안겨 준 영화였다. 제주에서도 그 당시 방영되었는데 관람객들은 어떠한 감상에 빠졌을까.

"무척 놀랐습니다. 그 당시 원하는 대로 연기를 할 수 있었는지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명복을 빌겠습니다." 양석일 작가의 별세 소식을 들은 <피와 뼈>의 영화 주인공 감준평 역을 맡았던 키타노 씨의 코멘트였다.

마이니치신문에 김시종 시인의 코멘트도 같이 게재되었다. "재일(사회)에서 있었던 일을 일본에서 살아갈 명제로 삼고 있었다. 민족의 분단이라는 숙명과 갈등을 가볍게 넘어간 문학적인 자유인이었다. 사회적, 세간적(世間的)인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나 주위에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독서가인 그로부터 나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를 향하여 멀리서 손을 흔드는 것 같은 생각이다."

김시종 시인을 중심으로 몇 년 전인지는 자세히 기억이 안 나지만, 약 20여 년 전이라고 생각한다. 오사카 덴노 지역 부근에 있는 중국요리점 동양반점에서 <양석일 오카에리나사이카이: お帰りなさい.:양석일 귀판(歸阪)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다. 필자도 김시종 시인의 권유로 참가했다. 사업에 실패하여 매끄럽게 정리를 못하고 오사카를 떠난 그에게 이제는 모두 잊고 따뜻하게 맞아 주자는 취지였다. 아주 좋게 말하면 '금의환향회'였다. 처음으로 필자는 이 자리에서 양석일 씨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그 후에도 오사카에서 두세 번 만났지만 여러 사람과 같이 만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깊게 얘기를 나눈 적은 없었다.

양석일 작가는 <족보의 끝(1988)>, <어둠의 아이들(2002)>, <바다에 가라 앉는 태양(2008년)>, 시네마광조곡(2009년>, <다시 오는 봄(2010)>, <크게 될 때를 바라며(2012)> 등의 장편을 발표했다. <밤을 걸고>와 <어둠의 아이들>은 영화화되었다. 재일동포를 대표하는 작가였다.

양석일 작가의 명복을 진심으로 비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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