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일본 고교 야구 교토국제고 우승의 또 다른 의미
일본 야구의 성지 한신고시엔(阪神甲子園)구장에서 교토(京都)국제고가 모두가 기적이라는 우승을 했다. 8월 23일 결승전에서 간토다이이치(關東第一)고를 2대1로 누르고 승리했다. 10회 말, 투 아웃 만루, 스코어는 2대1, 상대팀의 타자가 히트를 치면 역전패 당할 절체절명 속에 삼진 아웃으로 이룩한 벼랑 끝의 우승이었다. 고교 야구 역사에 남을 결승전의 결과였다. 여섯 번의 시합 속에서도 감동의 시합이 있었으나 시합 내용에 대해서는 극적인 결승 10회말의 결과만 소개하고 있다.
효고현(兵庫縣) 니시노미야(西宮)시에 있는 한신고시엔구장은 올해로 100년을 맞이해서 많은 기념행사를 벌이고 있었다. 프로 야구 한신의 본거지이기도 해서 100년 기념 행사에는 장훈, 오사다하루(王貞治) 등 왕년의 일본 프로 야구를 주름잡던 선수들이 참가하여 야구팬들을 즐겁게 했다. 고교 야구 시합 중계에서도 고시엔구장의 역사성을 강조하면서 100년이라는 이 기념해에 열리는 야구대회는 더욱 의미가 깊다면서 그 상징성을 강조했다.
이 기념대회에서 남녀 중고등학교 전체 학생 수가 160명에 지나지 않은 초미니 학교, 한국 민족계 교토국제고가 우승을 했으니, 덤으로 불어나는 화제도 다른 때와는 달리 특이했다. 교토부가 여름 전국 고교야구대회에 우승을 한 것은 68년만의 쾌거였다. 지난 7월에 열렸던 파리올림픽 한국 참가 선수는 모두 144명인데 그 보다 조금 많은 학생수이며 야구부는 모두 60명이라고 한다. 소수 정예부대의 피나는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한 결과를 모두 기적이라지만 이 기적 속에는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다. 지금이니까 학생 수도 160명이지만 2017년도에는 70명도 채 안되는 학생 수였다. 이 폐교에 가까운 학교를 새롭게 개척한 교장이 신임으로 부임했다. 한국 오사카 총영사관에 근무하던 박경수 교육부 공무원이었다. 곤란한 재정 속에서도 학교 내부 환경을 일신하고 야구부를 창설했다. 학생 수를 모집하기 위해서였다.
예상은 적중했다. 2021년 전국고교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하여 4강에 진출하면서 전국에 그 이름을 알렸다. 2023년 10월, 오사카 한국총영사관 주최로 개천절 축하 리셉션이 오사카 뉴오다니호텔에서 열렸다. 그 자리에서 오랜만에 박경수 교장을 만났다. 교토국제고의 야구 활약상을 높게 평가하고 감사 마음을 전했더니 고맙다면서 선수 모두가 일본 학생들입니다라면서 웃었다. 지금도 일본인 학생이 동포보다 많다고 한다.
[박경수(65) 교장은 건강이 안 좋아서 금년 4월 임기 전에 퇴임하고, 지금은 전 오사카 한국교육원 원장을 역임한 백승환(62) 씨가 부임했다.]
교가 역시 이색적이었다. NHK TV는 처음 1회전 때는 학교를 소개하는 의미에서 승패에 관계 없이 교가까지 들려 준다. 다음부터는 이긴 팀만 나중에 교가를 연주하고 부를 때의 방송까지 해준다. 교토국제고는 고시엔에서 여섯 번의 시합을 모두 이겨서 우승을 했다. NHK TV가 중계하는 생방송에서 처음 소개한 교가까지 포함해서 일곱 번의 한국 교가가 전국에 울려퍼졌다. 한국어 교가 전문을 소개한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가사에서 한국 국내에서는 잘 모른 단어가 있다. 야마토라는 지명이다. 이 말은 광의적으로는 일본이라는 국가 전체를 나타내는 의미지만, 협의적으로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근기近畿)지방의 나라현(奈良縣)을 의미한다. 나라현은 한국의 삼국시대부터 백제를 중심으로 한반도와 많은 교류가 있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야마토라는 지명이 들어 있다.
교토국제고가 교토한국학원이었던 약 35여 년 전에 동 학교에서 재일대한민국민단 중앙본부 주최로 1박 2일 조직 간부 연수회가 열렸었다. 교토시라고는 하지만 교통편도 아주 불편하고 시골 같은 산 비탈길 같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약 10여 명이 참가했는데 필자도 참석했다. 이 학교에서 연수를 개최한 것은 민단 간부들에게 이 학교를 알리기 위한 목적도 곁들여 있었다. 그 당시 낮에도 정적이 넘쳐흘렀지만 한밤의 벌레 소리는 더욱 서정적이었다. 그 학교가 일본 고교야구 최정상에 섰다니 남 모를 감회가 반추되었다.
이렇게 많은 사연을 안고 있는 쿄토국제고인데, 교가에 대해서도 혐한이나 극우 세력들의 비난도 인터넷에서는 일어나고 있지만 제풀에 지쳐서 그만둘 것이다. 그리고 야구 시합 중에도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여 경찰 당국에 경비 강화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파리올림픽에는 200여 개국에서 1만 500여 명이 선수들이 참가했다. 인종 차별과 모든 불평등을 뛰어넘기 위한 인류 평화를 기원하는 제전이었다. 그 올림픽의 여운이 채 가기도 전에 일본 국내 고교야구대회에 혐한과 극우 세력의 비난은 연민의 정을 느끼게 한다.
일본어로 <우치나루코쿠사이카: 内なる国際化>라는 말이 있다. 일본을 떠나 외국과의 국제화가 아니고 일본 국내에서 국제화를 실현시키자는 의미이다. 일본 정부도 추진하는 정책의 하나이다. 교토국제고의 재학생 중 반 수 이상이 일본인 학생이고 야구 선수 모두 일본인 학생이다. 교토국제고의 다양성이야말로 <우치나루코쿠사이카>를 실현하고 있다.
교토국제고에 입학한 일본인 학생들은 10대부터 국제 교류 체험은 물론 자신들의 기량도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교토국제고는 재일 한국계 학교로서 그 이름을 떨치게 되니 학교와 학생들의 상호 상승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이 다양성의 의미를 극우만이 아니고 혐한 세력들은 재일동포들을 중심으로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교토국제고의 일본 선수들을 생각할 때, 자신들의 부모 형제나 친구들 아이에 대한 비난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 비난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내년에는 오사카에서 국제박람회가 열린다. 외국인 관람객 중에 중국 다음에 한국인 관람객이 많을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