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산쓰는 남자
상태바
[기고] 양산쓰는 남자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4.08.30 0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예술과 문화도시조성TF팀장 정찬우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열대야와 찜통더위에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간다. 점심 먹으러 밖에 나갈 때면 가급적 가까운 곳으로 가거나 따가운 햇빛을 피해 저절로 그늘로만 걷게 된다. 그런데 나무나 큰 건물의 그림자가 없어도 계속 그늘 속을 걷는 방법이 있다. 바로 양산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영향 때문인지 거리엔 양산을 든 건 여자들뿐이다. 내가 양산을 쓰면 왠지 사람들이 쳐다보거나 놀릴 것 같은 생각도 든다.

문화예술과 문화도시조성TF팀장 정찬우
문화예술과 문화도시조성TF팀장 정찬우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한국인의 피부암 발생률이 7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지속적인 자외선 노출이 피부 노화 유발과 DNA를 손상시켜 발암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뜨거운 햇빛이 몸에 좋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지만 `양산은 여성용'이라는 인식과 문화가 정착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런데 일본의 경우 작년에 `양산 남자'라는 말이 생기고, 생활에도 정착됐다고 한다.

양산은 열사병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며, 에어컨 사용을 줄여 에너지를 절약해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준다.

문화 업무를 담당하면서 문화는 단순히 예술·음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관이나 신념, 행동 양식, 생활방식 모두를 의미한다는 걸 배웠다. 즉,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모두 문화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서귀포시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그동안 `미래세대를 위한 생태문화도시'를 만들겠다며 시민 주도의 문화적 삶을 강조해왔다. 이제는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바뀔 때이다. 한 사람이 문화를 바꾸긴 어렵다. 하지만 양산을 펴는 사람이 점점 늘어날수록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좋은 문화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산은 더 이상 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모두의 필수품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남자들도 이제 당당하게 양산을 펴고, 자녀와 부모님들께도 양산을 하나씩 선물하는 건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