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큰별 세네갈](46)이웃 친구 아끼꼬 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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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큰별 세네갈](46)이웃 친구 아끼꼬 타미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4.08.3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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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의 KOICA 해외 교육봉사활동 체험기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이웃 친구 아끼꼬 타미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끼꼬 타미가 조금 전에 우리 집에 올라와서 함께 주스와 대추야자를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아파트의 수돗물 관련 얘기가 이어졌다.

오늘 아침 옥상에 올라가 보니 어떤 여자가 빨래를 해서 널고 있었다. 우리 아파트 쪽에 물탱크가 네 개 있다. 그런데 두 개의 탱크 뚜껑이 열려 있고 대형 플라스틱 통도 옆에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비누거품이 가득 찬 세탁 물통이 또 있었다. 나는 그녀에서 이 탱크들은 층별로 되어 있는데, 어느 탱크의 물을 길어 내어서 세탁을 하고 있는지 물어 보았다. 가장 끝에 있는 것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아끼꼬의 탱크도 열려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함께 쓴 것 같다.

Chelk Faii 부인과 가족들
Chelk Faii 부인과 가족들

아끼꼬를 옥상으로 데리고 가서 물탱크도 설명해 주고, 그녀의 탱크가 어느 것인지도 설명해 주었다. 요즘 물이 자꾸 떨어져서 나는 내 탱크에 테이프로 봉하고 그녀의 탱크도 봉해 주었다. 그러나 그후에도 테이프는 계속 벗겨지고 물은 없어지고, 사용 후에 뚜껑도 닫지 않으니, 요즘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부니 비와 오물들이 탱크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남의 물을 쓰더라도 그후 관리를 잘해주면 좋으련만 쓰고 그냥 내버리니 문제가 된다.

이곳에서는 물이 생명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물은 손대지 말아야 하지만, 그냥 아무 물이나 쓴다. 비누 거품 투성이 바가지로 물을 퍼내고 또 설거지 조차 이곳에 가져와서 하니 위생상 안 좋은 점이 많다. 알고 보니 그녀는 4층에 와서 일하는 가사도우미(본느)다. 그 집 식구들이 너무 많아 소음, 또 쓰레기, 문 열고 생활하는 모습 등 언짢은 일들이 너무 많지만, 그냥 이해하고 생활하고 있는데 남의 물을 사용하는 것은 좀 안 된 것 같다. 타미 아끼꼬는 일 년 동안 우리 기관에 파견되어 근무하고 있는 일본 JIKA 시니어 봉사단원이다. 세네갈 교육부에서는 봉사단원을 초청해 놓고는 뚜렷한 업무도 부여하지 않고, 거의 방치하다시피 해서 일 년 동안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엔 나와 함께 유치원도 방문하고 했으나, 아무 지시도 지침도 주지 않아서, 결국 스스로 서너 개의 유치원을 찾아서 근무하고 있고, 이제 9월에 떠난다. 특히 세미나 등을 하고 싶어 했으나 기관에서 계속 이에 소요되는 경비를 모두 부담하라고 해서 진행도 안 되고 있다. JIKA에서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출장을 가게 되면 주최 기관에서 출장비를 지급해야 한다. 예를 들어 30명의 유치원장을 초청하여 교육 연수를 하게 되면, 그들의 출장비, 식비, 교재비 등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에서라면 각 기관이 출장비를 부담하고 오히려 배우러 오는 경우에 연수비를 내면서까지 가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오십대 후반인 그녀는 워낙 말라서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고 할머니를 연상하게 한다. 특히 오자마자 열심히 현장을 방문 지원 활동을 했다. 그 동안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소매치기 당했다. 몇 개월 후에 경찰에서 찾기는 했지만 유심칩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있는 스마트폰을 돌려 받았다.

Chelk Fall의 차와 시골집
Chelk Fall의 차와 시골집

그녀는 후쿠오카에서 왔고, 집에는 세 아들과 남편이 살고 있다. 남편이 세 아들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제주도에 2번 다녀왔다고 한다. 제주도의 한라산, 김녕사굴, 삼겹살 등을 얘기했다.

그녀는 세네갈에 정이 붙지 않아, 다시 다른 나라를 지원해서 활동해 보고 싶다고 한다. 어려움 속에 열심히 하고 있는 그녀가 일들이 잘 마무리되고 또 좋은 인상을 갖고 이곳을 떠났으면 좋겠다.

나도 요즘 몸이 좀 안 좋다. 피부에 반점이 가끔씩 나타난다. 약간 붉은 빛을 띠기도 하고 도드라지기도 한다. 음식을 잘 못 먹었을 때 생기는 반응 같기도 하다. 또 망고 알레르기 일 수도 있다. 망고는 씨나 껍질, 꼭지 등을 먹게 되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옻처럼 붓고 두드러기가 생기곤 한다. 얼마 전까지 요즘 너무 싸서 망고를 많이 먹었었다. 망고 알레르기인지 아니면 여기저기 기어 다니며 수시로 공격하는 벌레들 때문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안정되어 있다. 조심해야겠다.

(2015년 8월 16일)

띠에스 동료 집에서

지난 금요일엔 Thies에 있는 Chelk Fall M'Baye 집에 다녀왔다. 그의 집에서 1박하고 어제 저녁에 돌아왔다. 그는 우리 사무실 나의 코디네이터를 겸하고 있다. 그는 지난 1년 간 캐나다에서 연수를 마치고 지난 3월 귀국하여 전임 코디네이터였던 Ali Dieye를 대신하여 해외 봉사단원 코디네이터 업무를 맡고 있다. 해외 봉사 단원은 유나 선생, 아끼꼬 그리고 나다.

그는 외국생활을 많이 해서인지 뛰어난 국제 감각을 지니고 있고, 성품이 온화하고 아주 친절하다. 붙임성도 아주 좋다. 그는 커피를 좋아해서 매일 한 두 번 마시는 데 항상 나에게 끓는 물을 달라고 한다. “Hot water, please!" 라고 말하면서 웃는 모습이 잔영으로 남아있다. 나는 기꺼이 물을 끓여다 주고 대화도 즐긴다.

큰 키 마른 체형의 전형적인 무슬림의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전통의상(아낭구오:월러프)을 즐기며 항상 검은색 또는 흰색 모자를 쓴다. 그러고 보니 그의 집에서 모자 벗은 모습을 처음 보았는데, 모자를 썼을 때의 모습이 훨씬 권위 있고 고상해 보였다. 모자 하나가 많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최근에 우리 부서에서 정종량 자문관이 근무하고 있는 Good Governance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교육부보다 영향력이 큰 부서다.

Mamadu Kebe 가족과  함께
Mamadu Kebe 가족과 함께

그가 코디네이터로 있을 때 여러 차례 집으로 초대를 했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다가 이번에 방문하게 되었다. Boulangerie Jaun 빵집 앞에서 4시 반에 만났다. 그의 차로 출발했다. Volkswagen이다. 전에도 한두 번 신세진 적이 있었다. 그의 깔끔한 성격처럼 세차도 했고 차 내부도 잘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선물로 그림 액자와 비스켓 4개를 준비했다. 지금까지 현지인 집에서 자본 적이 없어서 무엇을 준비해아 될는지 모르겠다. 모기도 워낙 많으니 내가 별도로 준비도 해야 해서 며칠 전부터 준비를 했으나 잘 모르겠다. 우선 1인용 모기장과 모기 퇴치 약품과 한국에서 가져온 전자 모기향을 가져갔다. 차도 있고 해서 모두 준비했다.

중간에 장관 비서로 근무하고 있다는 Badgie가 동승했다. 그도 띠에스가 집이라고 한다. 띠에스는 다카에서 두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세네갈 제 2의 도시일 것이다. 나는 나중에 Badgie(바지)는 한국어로 Pants(바지 옷)을 뜻한다고 하니 함께 한바탕 웃었다. Chelk Fall에게 부인 이름이 무엇인자 물었더니 ‘Oumul’이라고 한다. 나는 다시 설명한다. 우물은 한국어로는 ‘well'을 뜻하고 즉 'clean water'를 뜻한다고 하니 그도 기뻐한다. 또 내가 컴퓨터로 인연을 맺고 있는 TEWA 사장은 ’제주‘고 그의 직원은 ’따귀‘다. 이곳 이름들은 흥미롭고 재미있기도 하다.

Thies까지는 2시간 이상 걸렸다. 그의 집은 철로 바로 옆에 있었다. 작은 문을 들어서자 가운데 공터가 있고, 모자이크 형으로 작은 여러 집들이 계속 붙어서 지어져 있었다. 집들이 모여 사각형 모양을 이루고 가운데가 빈 형태다.

띠에스 주택가
띠에스 주택가

모두가 가족 또는 친족들이 함께 모여 산다고 한다. 우선 두 명의 어머니, 그의 형, 고모와 그 자녀들, 손녀들에게 일일이 집을 방문하여 인사를 하고 조금씩 머물러 소개도 하고 대화도 나누었다. 거의 30명이 되는 가족 친족들에게 Chelk Fall은 일일이 소개해 주었다. 참으로 다복하고 행복해 보였다.

물론 너무 많은 가족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살다보면 언짢은 일도 어려운 일도 많겠지만 기쁨과 행복한 일들도 많으리라 생각되었다. Chelk Fall은 장손으로 가장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초등학교 교사인 부인과 20세의 아들, 12세의 아들, 그리고 5살의 딸이 있다. 딸은 Wacyne으로 얼마 전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에 가야하는 데 나이가 어려 대기 중이라고 한다. 엄마 아빠와는 달리 키가 작고 바싹 말랐다. 그래서 내가 초등학교에 갈려면 많이 먹고 키도 커야 한다고 몇 차례 말하면서 프랑스어로 ‘Manger Beaucoup et beaucoup, haut grand grand et peut aller eclole!'라고 몇 차례 얘기했더니, 이제는 내말을 흉내 내면서 나를 오히려 놀린다. 너무 작아서 1년 놀리다가 학교에 보내겠다고 한다. 나는 농담으로 부모가 너무 많이 먹고 딸에게는 맛있는 것을 주지 않아서 그런다고 말했다.

저녁은 마패가 준비되어 있었다. 마패는 쌀밥에 고기 소스를 비벼 먹는 것인데 주로 걸쭉한 양고기 스프가 나온다. 진한 양고기 맛에 입에 잘 달라붙는다. 또 바나나, 사과, 망고가 후식으로 나왔다. 방충망이 없고 조금 조밀한 창문에 커튼을 친 것이 모기 예방이다. 그래서 욕실에 모기들이 왔다 갔다 한다.

좀 쉬다가 가져간 모기장을 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니 화장대랑 내가 그의 부인 침실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잠자리를 바꾸어서 그런지 잠이 오지 않는다. 뒤척이면서 밤을 지내고 아침 일찍 일어나 세면을 하고 철길 주변을 꼬마 야신과 함께 산책을 나섰다. 한 시간을 돌아다녔다. 역시 이곳에도 많은 탈리베(거리의 아이들)들이 있었다. 그 중에 서로 형제처럼 보이는 두 아이가 유독 눈에 띤다. 얼굴도 잘 생기고 특히 미소가 일품이었다. 몇 개의 이가 없었으나.

10시경에 이곳에 사는 또 다른 직원 친구인 Mamadou Kebe를 만나러 갔다. 몇 번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는다. Chelf Fall 에 의하면 아마 주말이어서 늦잠을 자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일단 출발하여 Grand Marche 부근에 산다는 말을 Chelf Fall이 들었다고 해서 그쪽으로 출발했다. 마침 그로부터 전화를 받아서 그의 집으로 찾아 갈 수 있었다.

그는 몇 번이나 나에게 Thies에 오라고 했고, 오면 전통 복을 한 벌 맞춰주겠다고 해서 간 김에 그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직접 가야만 치수를 재서 옷을 지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잘 지어진 좋은 집에 살고 있었다. 부인도 아름답고 명랑하다. 부인과 함께 재래시장을 한참 지나서 맞춤 옷집으로 갔다. 이미 천은 집에 준비해 두고 있었다. 옷을 맞춘 후에 Kebe는 왜 자기 집에서는 자지 않느냐고 성화다. 1박 2일 일정이어서 다음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봉사단원 아끼꼬 타미
일본 봉사단원 아끼꼬 타미

전통 예술 시장을 들렀다. 전통악기 잼베와 그림, 목각 등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그러나 규모가 작고 다양하지 못했다. 나는 Kebe 가족에게 그림 액자를 선물했다. 이곳에서는 좋은 집들은 많은데, 그림이 걸려 있는 집은 거의 못 봤다. 내가 선물한 그림은 사과, 포도, 배 등이 들어간 유화인 예쁜 정물화이다. 이 집에 걸면 아주 어울릴 것 같다.

Chelk Fall에게도 유화를 선물했는데 아름다운 꽃들이 들어간 그림이다. 그림들은 복사본이 아니라 실물 유화다. 그는 받자마자 망치를 들고 와서 바로 거실 중앙에 걸었다. 아주 잘 어울리고 거실의 품위도 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Chelk Fall도 전통 옷을 나에게 선물한다. 친절한 접대와 수고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꼭 필요한 모기장이지만 예쁜 딸 야신에게 선물로 주고 오니, 조금 부담이 줄었다. 내가 어제 딱 한 번 써본 모기장이다.

다시 Chelk Fall의 집으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으로는 생선을 주 재료로 한 제부잼을 먹었다. 올 때는 역시 셋플러스를 타고 왔다. 앞 유리창은 크게 깨져서 두 군데나 테이프로 붙여 있었다. 열린 문은 닫히지 않는다. 계속 먼지와 매연이 들어온다. 지금도 기침이 멈추지 않는다. 너무 오염된 공기에 오래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니 기쁘고 행복하다. 몸을 살펴보니, 그렇게 신경을 썼는데도 여러 군데 모기의 공격을 받았다. 좋은 친구들이다. 아마도 계속 친하게 지내게 될 것 같다.

(2015년 8월 23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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