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친일몰이, 반일팔이, 김대중 대통령 일본 국회 연설과 재일동포 민단 광복절 기념식
'해방둥이'라는 말이 약 20년 전만 하더라도 8월이 되면 한국에서는 빛을 내고 있었다. 1945년 출생자가 2005년에는 환갑을 맞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해방둥이라는 단어는 알기 쉽게 기억하기 위한 관용구로서만이 아니고 또 하나의 큰 의미를 갖고 있었다. 일본 식민지에서 해방이 되어 식민지 세대가 아닌 새로운 한국의 상징적인 미래 세대로 불리었다
그래서 해마다 광복절이 다가오면 해방둥이는 눈부신 태양처럼 화제로 떠올랐다. 그들이야말로 일본을 극복하고 이길 수 있다는 새로운 세대로서 거는 꿈이었고, 시대적 사명감도 스스로 갖고 있었다. 지금 그 세대는 내년이면 80세를 맞게 되어 고령화 세대 속에서도 초고령 세대에 속한다.
신선하고 미래의 세대라고 상징적으로 불리웠던 해방둥이라는 단어도 이제 사어(死語)가 되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되었다. 2021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85세 이상의 한국 인구는 약 80만 1000명이었다. 3년이 지났으니까(최근의 통계표는 70대 이상으로 발표란 통계가 많았다.) 3년이 지났으니 더욱 줄어들었을 것이다. 즉 식민지 시대를 겪은 세대의 종식과 함께 남은 세대들은 역사 속에서 식민지 시대를 알고 배워야 했다.
내년이면 해방 80년을 맞이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지금도 일본의 식민지 시대가 트라우마가 되어 그 잔상에서 친일과 반일 속에 소모적인 내부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달 광복절에는 정부 주최의 기념식에 야당들과 광복회가 참석을 거부하고 또 다른 기념식을 갖는 전대미문의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원인은 독립기념관에 뉴라이트(신우파,신보수주의) 성향의 김형석 고산대 석좌교수가 임명된 것이 발단이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박지원(81) 의원은 "이종찬 광복회장이 윤석열 정부에는 일정(일본정부)의 밀정이 있지 않는가라고 말했는데 그 밀정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가. 그리고 1948년의 건국절 논쟁에서는 상해 임시정부가 우리의 정부 시초지 어떻게 건국절을 1948년으로 바꾸려하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논의한 적도 없는 난데없는 건국절이 튀어나와서 정부 주최의 광복절에 야당은 불참석 했다.(개혁신당은 참가) 전형적인 친일몰이와 반일팔이의 되풀이었다.
1998년 10월 8일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수상은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 오부치선언) >을 발표한 날,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국회에서 연설을 했다. 그 일부를 짤막하게 소개한다. "우리 민족은 지난 반세기 동안 조국의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우리 한국 국민은 결코 좌절하지 않고, 1948년 건국 이래 네 가지의 큰 과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외국 특히 일본 국회 연설에서 <1948년 건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건국에 대한 정의는 별도의 차원으로 두고 이 발언에 대한 견해를 밝혀야 한다. 왜냐하면 박의원만이 아니고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갖고 있는 이중성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친일몰이는 엉뚱한 곳에서 다시 터져나왔다. 지하철 잠실역, 안국역, 광화문역에 설치된 독도 모형이 철거되었다. 담당부서인 서울교통공사는 독도 모형이 낡아서 새로운 조형물을 10월 25일 '독도의 날'에 맞춰서 설치할 예정이라고 8월 16일 밝혔다. 그런데 독도 조형물 철거를 놓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해서 조사단을 구성해서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필자는 지하철역에 설치된 독도 조형물을 본 적이 없다. 필자는 독도 조형물이 지하철역에 설치되었다는 사실에 놀랐으며 독도의 날에 재설치에도 반대한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것은 유치원생만이 아니고 그 보다 어린 아이들도 동요 등을 통해서 전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렇게 다른 어느 섬 보다도 더 잘 알려진 독도를 왜 홍보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말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의 광고 역할을 한다는 역설적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야당이 친일팔이로 낙인 찍힌 나경원 의원은 일본에서는 그와 반대로 반일의 선봉장 의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6년 8월 15일 광복절을 기념하여 여야 의원 10명과 헬리콥터를 타고 독도방문단을 편성하여 의기양양한 개선장군처럼 독도를 방문했다. 그들이 모두 태극기를 들고 힘차게 휘두르면서 만세까지 부르짖는 모습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당당한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에 넘쳐흘렀다.
한국 국회의원단이 독도를 방문한다는 사실을 먼저 일았던 일본 정부는 독도 방문 중지를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이 요청을 무시하고, 우리 땅에 우리가 방문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나경원 의원 모습이 있었다. 이 뉴스는 바로 이날 일본 각 방송국 텔레비전을 통해서 그 당당한 모습이 일본 전국 집집의 안방으로 톱뉴스로 흘러들어 갔다. 한국 국회의원들이 일본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우리 영토 다케시마를 방문했다고 강한 비난의 내용이다.
일본인들이 이 뉴스를 보고 다케시마는 역시 한국 영토로구나 하는 반성은 커녕, 다케시마에 관심 없었던 일본 국민들에게 새로운 자각심을 알려 주는 더없는 광고탑이 되고 말았다. 2012년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방문을 전격적으로 실행했다. 현직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었다. 일본에서는 생난리가 났다. 일본 다케시마에 한국 대통령이 상륙했다고 한다. 그 결과 그때까지 한국이 독도를 <실효지배>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일본교과서에도 게재되었었는데 그후부터는 <불법점거>로 바뀌었다.
2016년 7월에는 모든 공직에서 떠난 문재인 씨가 민간인으로 독도를 방문했을 때도 유력한 대선 주자 후보였기 때문에 일본 미디어들은 보도했었다. 모두가 우리땅 독도 사랑이라는 애국심에서의 방문이지만 일본 정부로서는 이것을 빌미로 다케시마를 선전하는 최대의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모든 미디어들이 비난하고 선전해 주니 표면적으로는 한국을 비난하지만 내면적으로는 한국 정치가들의 독도 방문을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한국 정치가들은 독도에 대한 이러한 자신들이 행동이 역설적으로 일본이 다케시마라고 선전하는데 최고의 공로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이 아이러니 현상 속에 그래도 독도 방문하고 싶으면 개인적으로 조용히 방문하기 바란다. 독도에 대해서 한국에서 표면화 하면 할수록 일본의 다케시마 광고탑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하철역에 독도 조형물 철거가 반일팔이에 이용 당하는 처사에 심한 분노를 느끼고, 그 설치에 일본에 사는 재일동포의 한 사람으로서 반대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광복절을 맞아 민단에서는 도쿄, 오사카, 교토, 고베 등 일본 전국 각지에서 민단지방본부 주최로 기념식이 열렸다. 도쿄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일본 각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참석하여 축사를 하기도 했다. 태극기가 나부끼고 애국가가 힘차게 울리는 식민지 종주국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는 친일몰이도 반일팔이도 없었다. 예민한 문제여서, 식민지 종주국에 살고 있어서 눈치 보고 피해 간 것이 결코 아니다. 그 대신 동포사회는 미래 지향인 <공생 공영>을 앞세웠다.
해방둥이가 80세를 눈 앞에 둔 오늘까지도 식민지 역사관 속에서 대담하게 탈피 못하고, <친일몰이> <반일팔이>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한국 정치에는 신물이 난다고 했다. 이러한 혐오감이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한국 텔레비전 뉴스는 보지 않는다는 재일동포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기시다 수상의 방한을 죽고 못사는 막역한 관계의 두 정상이라지만 국민 세금으로 왜 하필 이때 이임 파티를 서울 한복판에서 판을 벌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박지원 의원은 비난하기도 했다. 또 야당에서는 굴종외교, 굴욕외교라는 비난이 나왔다. 한일 역사 속에 최악이라던 문재인 정권 후, 윤석열 대통령은 기시다 일본 수상과 짧은 기간 동안 11차례의 회담을 가졌다. 이번 9월에 퇴임하는 기시다 수상이 12번째의 회담차 서울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것도 아닌데, 이 방문이 그렇게 나쁘단 말인가.
무엇이 굴종이고 굴욕 외교인지 모르겠다. 최악의 관계를 최선의 관계로 부활 시키는데 서로 노력한 일본 수상이 퇴임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 그렇게 안 좋은 것일까. 갑작스런 퇴진으로 그 동안의 한일문제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기시다 수상이 스스로 한국을 방문한다니까 더욱 좋은 일이 아닐까 말이다.
이것을 무턱대고 <친일몰이> <반일팔이> 정쟁으로 몰고 가는 야당을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친일몰이> <반일팔이>를 떠나서 <이현령비현령>이다. 한국 정치가들은 식민지 역사관 속의 <친일몰이> <반일팔이> 주박(呪縛)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