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끊긴 3주
3주 동안 수돗물이 끊겼다. 그런데 집주인은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다. 이곳에선 물과 전기가 끊기면 생존을 위협받게 된다. 그런데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은지 3주째다. 물 때문에 파리에 있는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전동 펌프를 설치해 달라고 했으나.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주인이 여기에 없어서 그 일을 대행하는 사람이 부동산 중개업자인 웰레(Wele)다. 나는 그에게 식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그는 다카의 모든 지역에 물 사정이 그러하니, 자기는 어쩔 도리가 없고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사실 1, 2층에는 물이 자연수압으로 잘 나오니 문제가 없다. 3층도 가끔씩 나오니 견딜만한 모양이다. 그러나 4, 5층은 전혀 물이 안 나오니 문제다.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항상 그러할 텐데 무한정 기다려보자니 참으로 난감하다. 1층에 전동 펌프를 설치하면 옥상으로 물을 자동으로 끌어올려 간단히 해결될 텐데 그냥 자연 수압이 높아져서 해결을 기다리자니 황당하다.
Wele는 옆집 ‘부빈’이라는 청년 가르댕(집지킴이)에게 나에게 물을 매일 배달해 달라고 부탁한 모양이다. 그는 하루 이틀은 물을 배달했으나, 힘든지 배달하지 않는다. 나는 그 청년을 내 탱크에 데리고 가서, 그곳에 물을 채워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물탱크 청소를 부탁하며 2000세파를 미리 주었다. 며칠이 지나도 그는 피곤하다, 바쁘다 하며 청소도 하지 않고 물도 배달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내가 청소를 했다. 탱크 안은 완전히 흙탕물에 모래가 가득 차 있었다. 물을 모두 퍼내고 또 물을 두 번이나 부어서 깨끗이 청소했다.
할 수 없이 내가 청소를 다 했다고 하자, 그는 돈을 돌려주었다. 청소하는데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곳에서 하루 종일 허드레 일을 해도 1000 세파밖에 안 주는데, 좀 너무 게으른 젊은이 같다. 그런 일이 있어서인지 그는 물 배달도 끊었다.
그 사이 Wele에게 10차례 전화해서 물을 좀 배달해 달라고 애원도 하고, 만나기도 하고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냈지만, 대답만 하고 배달하지는 않는다. 그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될는지 모르겠다.
어떤 때는 저녁 9시 이후에 조금씩 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 물을 한 시간 모으면 한 양동이가 되고 그것으로 절약해서 쓰고 있다. 식수는 생수인 끼렌을 사다 사용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될는지 모르겠다.
결국 Wele는 또 다른 청년 가르댕 ‘돼주’에게 부탁하여 물 배달을 시켜 주었다. 5층까지 물을 들고 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곳 청년들은 어깨 힘이 아주 좋다. 가르댕 ‘돼주’는 착실해 보이고 성실하게 물 배달을 해주었다.
Wele는 9월 말까지 전동 펌프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좀 참고 견디기로 했다. 그러나 월말이 다 지나도 묵묵 아무 소식이 없다. 그의 설명은 집세를 못 받아서 설치를 못 한다고 한다. 집세를 모두 받으면 10월 1일이나 2일에 완성하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미리 집세를 가져다 주었다. 그런데 옆집 배슬기 선생은 펌프를 설치하지 않으면 집세를 안내겠다고 버티고 있다.
결국 10월 5일 경에 펌프가 설치되고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거의 한 달간만에 물 없이 지내는 어려움도 끝나고 물과의 전쟁도 끝났다.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과 전기다. 물은 자주 단수가 되지만 오래 끊기지는 않는다. 전기는 거의 매일 정전된다. 어떤 때는 대여섯 시간씩 정전되지만 역시 다시 전기가 공급된다. 이런 일이 비일 비재하니 잘 인내하며 절약하고 대비하여 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가능한 일은 좀 이해하며 서로 역지사지 했으면 좋겠다.
(2015년 9월 28일)
효녀 선생님
배윤정 코디네이터, 관리 선생님 어머니가 이곳에 왔다. 나는 배 선생님께 평소 많은 신세를 지고 생활하고 있기도 해서 아리랑 식당으로 부녀를 초대하여 저녁을 대접했다. 남편 없이 자식들을 키우느라고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딸과 아들이 있는데 아들은 아직 대학생이다.
배 선생 아버지는 8년 전에 통계청 간부로 근무하다가 과로로 쓰러졌다고 한다. 순직 처리를 해주지 않아 소송을 냈고, 3심까지 갔으나 패소했다고 한다. 그 사이에 비용도 비용이지만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와 부담을 얻었을까 새삼 애처롭게 느껴졌다.
어머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신심단체인 레지오 활동을 하고 싶으나, 혼자 된 사람이 활동을 한다고 말할까봐 지금 용기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나는 레지오는 어려운 여건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이 참여하고, 신앙에 기준을 두면 아무 문제가 없으니 시작해 보라고 권했다.
배선생은 효녀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다니지만 그녀는 지금까지 세 차례나 어머니를 모시고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어머니는 배 선생 출가 문제가 가장 큰 걱정이라고 한다. 배 선생은 능력 있고 예쁘고 상냥하고 모든 면에 출중하다. 혼기에 찬 자녀를 둔 부모는 나는 물론이요 모두가 큰 걱정을 이고 생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처지의 모든 이들에게 모든 일들이 잘 풀리기를 기도해 본다.
(2015년 10월 16일)
또 다른 물 문제
물 문제가 해결된 지도 10여일이 지났다. 원래 9월 30일까지 해결해 주겠다고 했으나 역시 말 뿐이었다. 그 후 일주일 동안 부탁하고 돈이 모자라다고 해서 집세도 미리 내주었다. 그러자 어느 날 Wele가 왔다. 이제 업자를 불러서 돈을 치를 예정이니까 기다리다가 설치하는 모습을 직접 보라고 했다. 나는 시간이 없어서 그냥 성당으로 갔다. 다음 날 전기 펌프가 설치되었다. 고맙다고 전화했다. 길을 걸어가는 데 차가 한 대 멈춘다. 문을 내린다. 살펴보니 Wele다. 아주 자랑스러운 태도로 이제는 물 문제가 없지 않느냐고 한다. 나는 고맙다고 전했다. 오랜만에 빨래도 하고 샤워도 하고 청소도 충분히 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물이 나오지 않는다. 물탱크를 보니 물이 하나도 없다. 펌프를 보니 꺼져있다. 펌프 가까운 곳, 1층에 사는 사람들이 아마 시끄러워서 펌프를 이틀간 꺼두었나 보다. 자기들은 물이 잘 나오니 다른 층 사람들 걱정은 안 하는 것 같다. 저녁 때 만나 펌프를 끄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또 꺼져 있다.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다시 켜 놓는다. 어쨌든 물이 나오니 너무 기쁘고 반갑다. 물의 고마움을 느끼며 절약하여 잘 써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2015년 10월 18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