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이병률
1
세상의 모든 식당의 젓가락은
한 식당에 모여서도
원래의 짝을 잃고 쓰여지는 법이어서
저 식탁에 뭉쳐 있다가
이 식탁에서 흩어지기도 한다
오랜 시간 지나 닳고 닳아
누구의 짝인지도 잃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다가도
무심코 누군가 통에서 두 개를 집어 드는 순간
서로 힘줄이 맞닿으면서 안다
아, 우리가 그 반이로구나
2
그러니 두 사람이 배를 탄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미어지게 그림이 되는 것
두 사람인 것은, 둘 외에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두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두 사람이 오래 물가에 앉어 있다가 배를 탄다는 것
멀리 떠나는 것에 대해 두 사람이 이야기해왔던 것은, 그리하여 두 사람이
포개져서 한 장의 냄새를 맡는 것은
두 사람이 있었기에 당신이 이 세상에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건 아닐 테죠. 그렇다면 저 두 짝은 왜 필요한 거죠? 노를 저어야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것처럼, 먼저 동한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찾아가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보여줄 때에만이 가능한 것이겠죠.
‘배를 탄다!’ 이 시에서 시인은 이 세상 모든 연애사를 이리 일컫고 있지만, 이와는 달리 오늘 저는 저의 할머니의 표현을 빌려 이렇게 쓰고 싶네요. “맞추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주 게, 그게 이녁건지 아닌지는……”^^
[송인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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