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다시 사는 생이 온다면 서귀포, 서귀포에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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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시 사는 생이 온다면 서귀포, 서귀포에 살자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0.06.0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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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 이야기 (5) 다시, 서귀포

다시, 서귀포

 

김효선

 

죽었다 다시 살아나는 생이 있다면

한라산은 눈썹 위에 두고

서귀포 물빛은 발아래 두어

노오란 과즙 향기로운 돌담 아래를

느리게 걸어 다니리라

다시 돌아갈 곳이 있다는 희망으로

불멸을 구하러 왔다지, 서복

한평생 푸른 바다엔 전복 소라 멍게 해삼

영원한 보물이 그리움인지도 모르고 돌아갔다지

그 넓고 넓은 대륙에서 마음 하나 구하지 못해

서러운 노을로 몇 달을 쓸쓸하게 타올랐다지

천지연 폭포에 귀를 씻어 번뇌를 지우고

새연교 다리를 건너면

어느새 상처도 인연으로 머문다는데

어디서나 너의 이름이 서쪽이라서 살고 싶어진다

다시 돌아갈 사람을 가졌다는 위로만으로도

가장 뜨겁게 오래 피는 마을

다시 사는 생이 있다면 그런 생이 온다면

서귀포, 서귀포에 가서 살자

 

어디 해 뿐이겠는가. 사람도 짐승도 꽃도 나무도 모두가 다 동에서 나와 서으로 가는 것일 진데. 하물며 구하려 했던 게 ‘불멸’이 맞다면 ‘서복’은 정말 제대로 찾은 게 맞다. 돌고 돌고 또 돌아도 제주, 그 자체가 이미 ‘불멸’이므로. 하여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는 하나도 부럽지가 않은 것이다. 그 옛날 천하를 호령했던 진시황 그 조차도!                               <송인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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