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헌의 비행기 이야기 (5) 제주도 남단 항공회랑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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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헌의 비행기 이야기 (5) 제주도 남단 항공회랑을 아시나요?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0.06.23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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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回廊)’은 일상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용어이다. ‘항공회랑(航空回廊)’이라함은 특정 고도로만 비행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길이 좁기 때문에 고도를 바꾸면 충돌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좁은 복도를 두 사람이 마주쳐 지나갈 때 어깨를 부딪칠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주도 남단에 항공회랑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980년대에는 한국과 중국이 정식수교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측이 우리 관제기관과 직접 교신하는 행위를 거부했었고, 결국 1983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중재를 받아 일본이 참여하는 형태로 관제권 분할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

과 일본 간의 단독 항공로선인데 한국의 비행정보구역을 활용한다는데 특이점이 있다. 한국의 비행정보구역은 한국이 관제를 도맡아야 하지만, 동경 124도 기준으로 서쪽은 중국, 동쪽은 일본이 우리 공역에 대해서도 관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관제권이 한국, 중국, 일본으로 나뉘어있다는 점이다.

이 구역에서 일본이 관제업무를 제공하는 구역은 우리가 관제업무를 제공하는 기존 동남아행 항공로와 교차하고 있고, 교차 상공에 하루 880대의 항공기가 이동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국제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비행 안전 주의를 요구하는 구역이다.

실제로 2019년 6월 30일 제주공항을 이륙해 중국 푸동공항(상하이)으로 향하던 중국의 길상항공 비행기가 오전 11시 10분께 갑자기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푸동공항을 출발해 일본 나리타로 향하던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가 너무 가까이 접근했기 때문이다. 당시 두 비행기는 수직으로 210m, 수평으로는 8.8㎞ 떨어진 상태였다. 항공기의 빠른 속도를 감안하면 먼 거리가 아니었다.

잠시 뒤 길상항공은 관제를 담당하던 인천 ACC(종합교통관제소)에 동방항공 비행기의 접근에 따른 '공중충돌 경고장치 회피기동(ACAS RA)‘을 한다고 보고했다. '공중충돌 경고장치 회피기동(ACAS RA)’은 비행기끼리 공중에서 부딪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장치가 지시하는 대로 고도를 낮춘다는 의미다. 회피기동은 상대 비행기가 20~30초 이내에 충돌 구역으로 진입이 예상될 때 실시한다. 그만큼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또한 2018년 7월에도 중국 푸동공항을 출발 일본으로 향하던 미국의 페덱스 항공기가 후쿠오카 ACC의 허가도 없이 임의로 고도를 9450m에서 9900m 가까이 올렸다. 당시 항로 남쪽에선 동남아를 출발한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소속 항공기 2대가 고도 1만m가량을 유지하며 제주도 방면으로 연이어 날아오고 있었다. 자칫 이대로 비행하면 두 항로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한 인천 ACC에서 제주도 방향으로 향하던 두 번째 항공기에 좌측으로 긴급 선회할 것을 지시해 위기를 넘겼다.

문제는 인천비행정보구역 內 항공회랑을 운항하는 항공기에 대한 인천 ACC 관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기 두 사례에서 보았듯 해당 항공기에 대한 관제가 필요시 후쿠오카ACC를 거쳐야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지 모르겠다.

가끔 중국 정찰기 등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을 무단 진입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면 우리 비행정보구역 내에서의 관제권을 속히 되찾아 오기를 바랄뿐이다.

<제주항공정책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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