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소년의 마을엔
유자꽃이 하이얗게 피더이다.
유자꽃 꽃잎 새이로
파아란 바다가 촐랑이고,
바다 위론 똑딱선이 미끄러지더이다.
툇마루 위에 유자꽃 꽃잎인듯
백발을 인 조모님은 조을고
내 소년도 오롯 잠이 들면,
보오보오 연락선의 노래조차도
갈매기들의 나래에 묻어
이 마을에 오더이다.
보오보오 연락선이 한소절 울 때마다
떨어지는 유자꽃.
유자꽃 꽃잎이 울고만 싶더이다.
꽃잎이 섧기만 하더이다. -김광협
왔다 가는 모든 것들에 대해 무심할 수 없는 요즘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꽃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촐랑이는 바다, 미끄러지는 똑딱선이 모두 꽃잎 한 장인 걸 보면. 이런 마을에 백발의 조모님의 무릎을 베고 누운 한 소년의 잠이 새삼 너무 아름다워 오히려 슬퍼지는 것은 웬일일까요. 보오보오 보오보오……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려 본 사람들은 알지요. 그 기다림이 얼마나 사람을 들뜨게 하고 또 얼마나 설레게 하는 지를. 그러나 그런 사람에게서 온 소식은 떨어지는 유자꽃처럼 섧기만 하고. 여지없이 무너진 그 소년은 시나브로 시들어만 가고……
그러나 시인이여. ‘꽃이 피는 마을이란’ 역으로 말하면 오래도록 꽃을 가꾸어 영원히 꽃이 지지 않는 마을일 터, 그렇다면 소년의 마을, 그 소년도 늙지 않는 영원한 소년일 터. 어쩌면 이것이 오늘 날까지도 우리가 김광협시인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아닐는지!
<송인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