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12)밥도(이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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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12)밥도(이종문)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0.07.16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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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도

나이 쉰다섯에 과수가 된 하동댁이

남편을 산에 묻고 땅을 치며 돌아오니

여든 둘 시어머니가 문에 섰다 하시는 말            -이종문

 

아무리 지옥 같아도 산 사람은 살아가야만 하나 봅니다. 나이 쉰다섯에 남편을 땅에 묻고 돌아온 하동댁 앞에 에누리 없이 던져진 말, ‘밥도!’.

평소에는 두서너 번 씻어내기만 해도 맑아지는 밥물이 씻어내도, 씻어내도 흐릿하기만 해 몇 번이나 재우쳐 또 씻는. “배고파, 배고파” 그러면서도 그냥 먹으면 먹은 것 같지 않다고 그러니 상추를 싸든, 배추에 싸든 해야 먹을 거 아니냐며 밥 짓는 옆에 와서 우격다짐을 하는 어머니. 숭덩숭덩 애호박에 풋고추를 넣어 폴 폴 김나게 지져낸 된장을 올려 밥상을 차려내고는 돌아서는 하동댁을 향해 툭, 하고 또 던진 그 말 “나 혼자 먹으라고.” 그러네요.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라도 하동댁 곁에 있는 게 없는 것 보다는 낫지 않겠나 싶어 어머니를 남겨둔 건 아닐 런지요. 그렇지 않으면 오랜 병수발 끝에 치칠 대로 지친 아내가 밥숟갈을 놓을 지도 모르니까요.

하여, 문득 오늘은 저도 예부터 전해오는 제주만의 인사법인 이 말씀으로 여러분의 안부를 여쭙고 싶네요. “밥 먹어수꽈?”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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