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 이야기(12)웃음의 힘(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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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 이야기(12)웃음의 힘(반칠환)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0.07.2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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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힘

넝쿨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

현행범이다

활짝 웃는다

아무도 잡을 생각 않고 따라 웃는다

왜 꽃의 월담은 죄가 아닌가​         -반칠환  

 

 

‘현행범’, 그 말이 맞네요. 백주대낮에 뻔뻔도 하게. 그래도 하다못해 주위라도 한 번 돌아봄직도 한데 보란 듯이 대놓고 담을 넘는 저 꽃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그래도 다들 한때, 한 번은 월담을 한 기억들이 있으시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그 누구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남의 집 담을 넘을 수 없는 시대.

저렇듯 거칠 것 하나 없는 자유로운 꽃을 보노라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드네요. 이쪽도 저쪽도 아닌, 내 편도 네 편도 아닌, 인위적으로 나눈 그 경계조차 무색해지는. 그러고 보니 결국 담을 넘는 저 꽃들에게 있어서 ‘담’이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가치네요. 그래서 월담하는 꽃들에게는 ‘죄’를 물을 수가 없는 것이겠고요.

서 말의 금이 있단 들 이 웃음과 바꿀 수 있을까요. 이 향기에 비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이래저래 모두가 심란한 요즈음, 우리 앞에 놓여진 저 높디높은 ‘담’들은 꽃들이 알아서 하라고 다 맡기고는 가볍게 빈 웃음이라도 한 번 씩 웃으며 이 하루 또 지나 보자고요.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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