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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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복지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0.07.2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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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용 주무관 동홍동주민센터
한정용주무관 동홍동주민센터
한정용주무관 동홍동주민센터

2020년 초 한국증권 시장은 경기회복의 기대와 함께 주가 상승을 기대하였으나 코로나19라는 생각지 못한 복병을 만나면서 전 세계 증권시장과 함께 급격한 폭락을 맞게 되었다. 증권시장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회복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해 졌지만 우리나라의 적극적 방역정책은 시장의 안정화에 큰 역할을 하였고 현재 우리의 증권시장은 다행히 회복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세계적 경제위기가 처음 발생한 것은 아니다. 2008년에도 우리는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적 경제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은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 상품이며, 일종의 주거 복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미국의 저금리 정책은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부동산 거래 시세차익을 투자의 방법으로 유행하게 만들었고,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자들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위해 존재하는 대출상품인 서브프라임모기지까지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하게 된다. 거기에 시중 은행들은 모기지 채권을 파생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였고 주택이라는 안전한 기초 자산이 있다고 생각한 수많은 사람들은 이 파생금융상품을 구매하였다.

그러나 금리가 인상되면서 무리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 중 많은 사람들이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담보물인 주택이 경매에 넘겨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었고,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폭증하면서 주택의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주택을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금융상품들은 종잇조각으로 변하였으며, 수많은 주택 임차인들은 임대료를 꾸준히 지급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순간에 당장 살 곳을 잃어 버렸다.

저신용자들 즉 저소득자들을 위해 설계된 제도가 탐욕에 의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주거안정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인 주택 임차인들을 거리로 내몰게 된 것이다.

만약 부동산 시세차익 투자자들이 개인적 이익을 위해 저소득자들을 위한 대출에 손대지 않았다면, 담보대출 심사기관이 대출실적 보다 상환 가능성을 더 꼼꼼히 체크 했다면, 시중 은행들이 파생상품 판매보다 상품 안정성을 더 챙겼다면,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들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moral hazard)는 결국 주거 취약계층인 주택임차인들에게 피해를 주고 말았고, 안정적 주거 공급을 위해 마련된 정책은 경제위기의 원흉이 되고 말았다.

우리들 또한 이 사건을 마음에 잘 새겨 두어야 한다. 복지정책의 수혜자, 제공자, 관리자 모두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복지자원이 사용되는 일이 없는지 잘 살펴보고 관리 하여야 하며, 작은 사항이라도 잘못된 점을 발견한다면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제도와 정책은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하여 존재한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항상 양심적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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