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15)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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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15)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정일근)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0.08.1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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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송인영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밥상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밥상,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밥상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밥상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정일근

 

‘말 뿐인 게지 국민은 무슨’ 여의도는 말 할 것도 없고,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짐승이었습니다. 질 좋은 고기를 위해 썩은 고기도 마다 않는 그러나 이것들조차도 모두 개인의 선택의 문제로 돌린 지 오래고. 그런데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리는, 이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겠지요. 그런데 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슬픈 현실 앞에 손을 놓고 있다면 그건 시인이라 할 수 없겠지요. 그리고는 곧바로 그 위대하다는 어머니의 둥근 두레밥상 한 상을 턱 하니 차려 우리에게 내 놓는 시인이라니.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달그락 지지배배 지지배배…… 그리운 건 늘 이렇듯 옛날로부터 오나 봅니다. 애틋하네요. 이 시 한 사발!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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