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바다
사랑을 아는 바다에 노을이 지고 있다
애월, 하고 부르면 명치끝이 저린 저녁
노을은 하고 싶은 말들 다 풀어놓고 있다
누군가에게 문득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벼랑과 먼 파도와 수평선이 이끌고 온
그 말을 다 받아 담은 편지를 전하고 싶다
애월은 달빛 가장자리, 사랑을 하는 바다
무장 서럽도록 뼈저린 이가 찾아와서
물결을 매만지는 일만 거듭하게 하고 있다
-이정환
언제 끝날지 모르는 감염병과 생각지도 못한 긴 장마에 홍수, 그리고 뒤를 이은 폭염. 이렇듯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서로 또 사랑을 하고 그 사랑 노래에 서로 위안을 삼는 걸 보면 우리는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피조물인가 봅니다. ‘벼랑과 먼 파도와 수평선이 이끌고 온, 애월 하고 부르면 명치끝이 저린 저녁’ 오래오래 눌러 두었던 그 동안의 마음을 원 없이 다 풀어 놓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 되기에 절대로 안 되기에 시인의 번민은 깊을 수밖에 없나 봅니다. ‘사랑을 하는 바다’ 가 아닌 ‘사랑을 아는 바다’여야 하기에.
멀리 있어서 더 아름다운 이여! 저 별들이 그러하듯.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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