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17)삼다도(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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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17)삼다도(정인수)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0.08.2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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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도

1. 序

바람은

 

돌을 품고 입술 깨무는 비바리의

치마폭에서 울고,

돌멩이 바람 맞으며

비바릴 지키는데,

비바린 바람 마시며

돌처럼 버텨 산다.

2. 바람

바람이 파도 끝에

파아란

기어올라

소라 속

뒤틀린 세상

비비틀어 올리다가,

얽어맨

노오란 띠지붕 감돌아

밀감잎에 스민다.

3. 돌멩이

포구로 돌아와 보면

고향은 언제나 타향인데,

반기는

어정쩡한 표정들 있어

아아, 굽어보면

맨발로 짓무르던 유년

피어나던

미소들...

4. 비바리

정일랑 돌 틈에 묻고

돌아서면 시퍼런

작살

쌍돛대

하늘을 박차

태양을 밀어붙이면,

망사리 두툼한 무게만큼

부풀어 오르는

가슴.

                                                       -정인수

 

어려울수록 나고 자란 고향을 한 번씩 떠올려 보게 되는 것이 인간의 속성인가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근래 저 역시도 고향을 한 번 씩 떠올려 보게 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때마다 읊조려 보게 되는 시편이 있는데 그 시편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삼다도’입니다.사방 천지 아무데나 널려 있어 그저 그런가 싶다가도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그 흔하디흔한 것들이 우리네 삶의 근원이었으며 원천이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요즈음. 뒤틀린 세상 속에서도 꿋꿋이 제 길을 가는 밀감빛 바람과 떠났다 돌아와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어정쩡하지만 또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는 돌멩이를 닮은 저 유년의 미소들. 그리곤 저 미소들을 위해 오늘도 시퍼런 작살의 하늘을 길어 올리며 두툼한 망사리, 그 희망의 무게를 건져 올리는 비바리들의 삶이 있기에 우리는 어제도 건재하였고 오늘도 건재하며 내일도 건재할 것입니다. 이러기에 우리가 사는 이 세상, 희망을 이길 절망은 없는 것이겠지요.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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