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통 생각
오월로 가던 바람 잠시 멈춘 가라츠성成
향기 따라 바람 한 줄 또 한 구비 돌고나면
서귀포, 고향바다가 혈관마다 파도친다
수술실 문턱에서도 아비는 벌통 생각
대신 사양 주던 날, 뚜껑 죄다 열려도
벌들은 꽃 밖에 나와 아버지를 기다렸다
이역만리 내가 와놓고 무엇을 기다리나
사십년 익은 몸짓 빈 꽃대만 빨아대도
때 되면 분봉分蜂의 시간, 비상하는 침 하나
-강현수-
오월로 가는 바람은 장소와 거리를 상관하지 않는 법, 왜냐하면 세상이 온통 꽃 사태 일 테니까. 벌이 꽃을 따라 돌듯 꽃이 벌을 따라 돌듯 사람이 고향을 따라 돌듯 고향이 사람을 따라 돌듯 먼 이국땅에서도 시인의 고향 서귀포 바다는 혈관마다 파도친다.
벌을 키우는 아버지를 둔 시인은 알고 있었으리라. 벌들을 키우는 게 우리인 것 같지만 실은 벌들이 우리네 삶을 키워 온 것이라는 것을. 때 되면 어김없이 돌아온다는 분봉의 시간, 수술실 문턱도 지켜주지 못하는 이 깊은 시인의 회환이 문득, 강시인 저만의 회환이 아닌 우리 모두의 회환은 아닐는지……
해서, 오늘도 꽃 밖에 나와 아버지를 기다리는 저 벌들이 제발 우리이기를!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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