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대 중반에도 저렇게 예쁠 수가 있다니!
그녀가 다녀간 날은 어김없이 비가 왔다
여태껏 한마디 말도 세상에 못 내뱉어본
그랬다 농아였다, 선천성 농아였다
여성상담하는 내게 무얼 자꾸 말하려는데
도저히 그 말 그 몸짓 알아듣질 못했다
나는 그날부터 수어(手語) 공부 다녔다
기어코 그녀의 말, 그 손말을 알아냈다
그렇게 하늘의 언어 아름답게 말하다니! -양시연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이 말을 만들고 그 말이 또 다른 말을 확대 재생산하는, 말! 그 자체가 이미 품격을 잃은 지 오래, 그렇지 않아도 새벽 부뚜막 정화수 같은 그런 맑고 진실한 말이 그리워지는 요즈음, 간만에 그런 맑은 언어로 길어 올린 작품 한 편을 만나게 됩니다. 이러구러 그냥 책상물림에서 나오는 시가 아닌 시인 자신이 삶이 곧 詩인. 여성상담하는 시인을 찾아온 오십 중반의 농아인, 그 민원인의 간절한 물음에 해답을 찾기 위해 수어공부 끝에 알아낸 손말이라니! 해마다 그렇지만 아마도 올 가을 하늘은 더 높지 않을까하고 조심스레 쳐봅니다. 그 이유는 위 작품 말미에 있는 저 ‘하늘의 손말’이 속되고 속된 우리의 말들을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참 고맙네요!
<시인 송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