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렴숲을 이루는 도토리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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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청렴숲을 이루는 도토리 하나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0.09.25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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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희 영천동주민센터
오석희 영천동주민센터
오석희 영천동주민센터

공직자의 길을 걷는 동안 ‘청렴’이란 단어는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청렴은 내게 손에 잡히지 않는 공기나 거리를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멀리 떨어진 어느 행성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곤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규칙과 원칙들을 잘 지키며 살아왔는지 자문한다면 결코 긍정의 답을 할 수 없기에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나에겐 반성문과 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적어도 청탁이나 뇌물과 같은 단어들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는 것.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무지에 매일 100개의 도토리를 수십 년간 심은 사람이 있었다.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부티에 이야기이다. 척박하고 메말랐던 땅은 그로 인해 향긋한 바람이 불고, 새들이 찾아오고, 꽃이 피는 숲을 이루게 되고, 이기심과 경쟁심, 증오와 시기로 점철되어 온갖 싸움과 정신병마저 유행처럼 돌았던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서서히 녹아내려 어느새 마을은 풍요와 희망으로 채워진다. 부티에의 그런 행동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오로지 타인과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행동이었을 수도 있지만, 가족 모두를 잃은 경험이 있었던 그의 슬픔을 치유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위안과 자기 행복을 찾는 방법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그의 행동에는 보상이나 대가를 바라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을 꿋꿋이 해내는 고결한 마음이 베어있음을 느낄 수 있기에 그 결과가 더 위대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부정부패는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청렴은 공적인 일을 함에 있어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할 것이다.

도토리 하나, 하나가 모여 울창한 참나무 숲을 이루기까지 무려 35년이란 긴 시간과 정성이 필요했듯이, 단기간에 청렴한 사회에 도달하기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더 다양하고 발전적인 제도적 장치도 물론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 변화라고 생각한다.

의도하지 않게 부티에는 혼자의 힘으로 마을을 변화시키고 지구 표면의 일부를 변화시키는 기적을 이루었지만, 청렴한 사회는 우리 모두의 작은 노력의 합으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마음 속 작은 청렴 도토리를 하나씩 심고 가꾸어나가는 노력을 해나간다면 언젠가 울창한 청렴숲을 이루는 날이 올 것이라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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