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순심씨, 제11회 문학청춘 신인상 수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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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순심씨, 제11회 문학청춘 신인상 수상 등단
  • 김동훈 기자
  • 승인 2020.10.0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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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포차’ 등 4편으로 『문학청춘』 2020 가을호서 시인 등단
『문학청춘』 2020 가을호에  시 '유행포차' 등 4편으로 등단한 고순심씨.
『문학청춘』 2020 가을호에 시 '유행포차' 등 4편으로 등단한 고순심씨.

고순심씨가 ‘유행포차’, ‘물 위를 걷다’, ‘할머니의 방’, ‘소리의 저편’ 등 4편의 시로 제11회 문학청춘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다.

당선소감에서 고순심씨는 “긴 세월은 아니지만 자신과 싸워 오다가 슬슬 지쳐가고 있을 무렵, 적지 않은 나이에 왜 좀 더 일찍 시작하지 못했나 하는 후회와 무력감이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하던 차에 당선됐다”면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이른 때’라고 했듯 무거운 마음을 덜어내고, 막가는 길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시세계를 열겠다”고 말했다.

당선자는 최영효 시인의 ‘해남’ 종장의 ‘여그가 땅끝이라도 시작은 인자부터요.’란 구절이 가슴을 치더라며,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내게 주어진 이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면서, 또한 “상처가 많아서 삶의 무게가 너무 버거워서 허덕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시를 쓰고 싶다”고 밝혔다.

김영탁 『문학청춘』 주간은 고순심의 ‘할머니의 방’은 “음악적인 화음으로 시어들이 이슬이 맺혀 잠결에도 들리는 듯하다”고 평했다. 할머니가 콩나물시루를 경작하는 행위의 음소들이 할머니의 소피보는 화음으로 집결된다. ‘군용 담요 속에서 피어오르는 /콩나물처럼 비릿한 할머니 내음’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는 전쟁에서 전사했을 거라는 단서를 제공한다.이런 유추가 깔끔하면서도 간결하게 스토리를 전달함으로써 시를 서사의 영역으로 풍부하게 확장하는 데도 보탬이 된다고 보았다. 콩나물의 시간들은 바가지의 물로 꾹꾹 누르면, 콩나물이 자라듯 자식들이 자라나는 만큼 콩나물시루도 헐거워진다. 이때 콩나물이 비워진 콩나물시루처럼, 장성한 자식들이 어머니의 품을 떠났다는 것을 의미함으로써 청상일 때와 이후 노인이 된 할머니로서 다시 한번 외로움과 쓸쓸함이 오버랩된다고 평했다. 그리하여 할머니의 소피 소리 ‘또르르’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장성한 화자의 잠결에서도 ‘또르르’ 들린다. 이 시의 악보는 ‘콩나물 꾹꾹-또르르-결로-또르르 잠결’로 모아진다.

고순심씨는 2018년 제57회 탐라문화제 전국문학작품공모 시부문 당선자이다.  시 '할머니의 방' 전문을 소개한다.

 

할머니의 방

고 순 심

삶은 콩나물 채반에 받쳐 드는데

시루에서 떨어지는 물소리 또르르 들린다.

할머니는 방안에서 콩나물를 기르셨다.

대가리가 시루를 넘을 때마다

콩나물 같은 시간들, 청사의 가슴 누르듯,

꾹꾹 누르며 물을 주신다.

또르르 할머니 오줌 누는 소리.

군용 담요 속에서 피어오르는

콩나물처럼 비릿한 할머니 내음

창호지를 바른 세 살문 방 안에 잠이 들면

이불을 꾹꾹 눌러주며 뱉던 혼잣말,

비릿한 적삼 내음이 코 끝에 스친다.

자식 키우듯 콩나물 키우며 살아온

헐거워진 동굴의 결로(結露)

콩나물 시루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 날 때면

할머니 오줌 누는 소리 함께 들린다

또르르 잠결에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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