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동동
경상도 갈강비는 시숙 속곳만 적시구요
전라도 싸락비는 각설이 품바 떨거지고요
강원도 가스랑비는 감자 불알만 키우네요
제주도 줌뱅이비는 닐모리동동 애긋고요
충청도 이시랭이는 무심천만 헛딛는데요
함경도 싸그랑비는 올동말동 못 오네요
-최영효-
이런 명절을 보내리라고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겠지요. 이럼에도 불구하고 찾아뵙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화상으로나마 안부를 물으며 다음을 기약할 수가 있었지만, 그러나 이마저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우리에게는 있지요.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제주도, 충청도, 함경도 똑같은 하늘 아래, 똑같은 가랑비인데도 함경도 가랑비만은 끝내 오지를 못하는. 비님도 맘대로 오시지를 못하는 이 사무친 현실을 예리하게 낚아챈 시인의 예지가 빛나는 작품이네요. 짧지만 길고 뜨겁지만 서늘한.
그래요,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요. 닐모리동동 다음 명절도! 닐모리동동 이산가족 상봉도! <시인송인영>
저작권자 © 제주경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