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설렁탕에서 시작되는 부정부패
상태바
[기고] 설렁탕에서 시작되는 부정부패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0.10.15 0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민재 효돈동주민센터
현민재 효돈동주민센터
현민재 효돈동주민센터

드라마 ‘비밀의 숲’을 보면 한 청렴한 검사가 어떻게 부패한 검사로 몰락하는지 잘 그려져 있다. 청렴하게 살기 위해 뇌물을 거절하고 지인이 부탁한 식사 자리도 피하는 청렴한 검사를 타락시킨 것은 10억, 100억도 아닌 몇 천 원짜리 설렁탕이었다. 그 설렁탕이 고기가 되고, 그 고기가 돈이 담긴 사과 상자로 변한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늙어버린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수많은 비리가 자신을 감싸고 있었고, ‘비리’라는 덩굴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자신을 둘러싼 부정부패를 해결하기 위한 대가는 자신의 목숨이었다.

우리 모두가 처음부터 부정부패한 공무원이 될 생각으로 공직에 들어오지는 않는다. 또한, 부패한 공직자가 되어서 뉴스에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패한 공무원이 되는 것일까. 부패한 공무원을 만드는 것은 큰 뇌물이 아니다. 오히려 돈이 클수록 겁이 나고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쉽게 생긴다. 하지만 설렁탕처럼 민원인과 작은 식사 자리 하나는 쉽게 거부하기 힘들다. 그렇게 작은 식사 자리로 시작된 민원인과의 관계는 자신이 정해놓았던 청렴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낮아지게 만들고, 젊은 시절 자신이 생각한 청렴한 공직자와의 거리도 점차 멀어지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런 작은 청탁을 피해 청렴함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으로 ‘악마는 작은 것들 속에 숨어있다.’라는 말을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 원래 의미로는 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 하나하나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지만, 공직에 있는 사람은 작은 것 하나하나에 악마가 숨어있기 때문에 청렴함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심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청렴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견물생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절제해야 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눈앞에 물건이 있으면 갖고자 하는 욕심이 생기는 것은 인간 본성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간 본성을 이성을 통해 잘 감시하여 견물생심이라는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작은 일에서부터 청렴을 지키고자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젊은 시절 지키고자 했던 청렴이라는 소중한 가치가 후에 공직생활을 마칠 때 아침 바다 햇살처럼 잔잔하게 빛이 났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