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 (25)보광동 종점(이승은)
상태바
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 (25)보광동 종점(이승은)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0.10.22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광동 종점

허름한 건물들이 허름한 종점 길목

드리없는 간판들이 드리없이 걸려있다

각설탕 각진 설움을 풀어 내줄 찻집도 하나

플라스틱 바구니를 무더기로 널어놓고

천 원에 모신다는 난전을 돌아 나오면

저만치 발꿈치 끝에 깔리느니, 천원의 그늘

떡볶이 판 거둔 자리 재봉틀을 얹혔다는

수선 집 여인네의 수선한 살림 걱정에

덩달아 맞장구치듯 선풍기도 끄덕대고

부동산 문지방보다 발길 뜸한 우편취급소

시집 몇 권 부치려고 건널목을 지나는데

'재개발 용산3구역' 후광으로 펄럭인다

                                                   (이승은, 보광동 종점 전문)

 

송인영 시인
송인영 시인

모든 사물이 종점을 향해 치닫는 요즘입니다. 초록이 마르는 곳에는 지난 계절 치열했던 풀들의 삶이 녹아 있고, 그 이야기 끝에는 이 초록과 이웃해 살던 여치들의 이야기들이 그 뒤를 잇고. 사람들도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요? 허름한 건물들의 허름한 종점골목, 그 골목 끝에 쌀알이 녹아내리듯 녹아내린 아슴아슴한 골목의 풍경들.

詩를 언어로 그린 그림이라 했던가요. 사라지는 게 아쉬워 한 폭의 잘 그린 언어의 풍경을 우리들 가슴에 안겨 준 시인의 혜안이 빛납니다. 비록 ‘재개발’이기는 하지만 저 애잔한 골목의 현재를 희망이라는 미래로 치환하고자 하는 시인의 눈, 또한 따뜻합니다. 돌이켜보면 ‘종점’이란 마지막이기보다는 시작에 더 가까운 의미이기에!              <시인 송인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