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비
봄이
찍어 낸
우표랍니다
꽃에게만
붙이는
우표랍니다
(손동연, ‘나비’ 전문)
멀리 둘수록 아름다운 게 사랑이라 했던가요? 날마다 밤의 심장을 꺼내, 썼다간 지우고 지웠다간 다시 써보던.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이런 추억 하나쯤은 지니고 있겠지요. 그 기억을 아름다이 소환한 그 ‘우표’가 오늘은 한 마리 고운 나비가 되어 돌아왔네요.
우체통이 붉은 건 아마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무르익은 마음들을 저리도 담뿍 지녔으니 안 붉을 레야 안 붉을 수가 없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저도 이 우표 한 귀퉁이에 올라 타, 이 지구 끝까지 아니아니 저 우주 그 너머까지 다녀오고만 싶어집니다. 삶과 죽음도 사랑도 이별도 어쩌면 모두가 다 우리가 만들어낸 허상일 뿐,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전해오는 모든 소식들이 저 ‘봄’처럼 다시 화려히 부활할 것만 같은. 적어도 이런 우표를 붙인 서신이라면!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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