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 (4)거리에서 미사 보는 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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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 (4)거리에서 미사 보는 신자들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0.11.02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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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의 신부가 집전하고 복사와 봉사자는 10여 명이다. 성체는 혀로 영하는데, 나는 손으로 받아 모셨다. 빈틈없이 들어선 신자들은 길 밖 큰 도로까지 매우고 있었다. 마치 심훈의 상록수에 나오는 창가에 매달린 아이들처럼 신앙에 목말라하는 착한 동티모르인들을 연상하게 했다
이영운 선생님이 베코라기술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이다. (가운데가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이 베코라기술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이다. (가운데가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이곳에 와서 거의 한 주가 지났다. 어제는 토요일이고 쉬는 날이었다. 시내 구경에 나섰다. 엊그제 세네갈에 있는 이영호 교수와 통화했었다. 이 교수님은 한국폴리텍대학 교수로 인쇄 출판이 전공이신 분이다. 이 교수님과는 세네갈에 있을 때 많은 신세를 졌었다. 교수님은 사모님과 함께 계시고 차도 있으니 자주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가끔은 집으로 초대해서 밥도, 생선 특식도 제공해 주셨다.

▣ “복어가 어떤 산호초를 먹고 자라면 독이 생긴다는데 대서양쪽엔 그런 산호초가 없어”

처음에는 한국에서 세네갈에 인쇄소를 지어주어서 현지 직원들에게 인쇄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PM(Program Manager)로 파견되었다가 자문관으로 계속 근무하고 있다. 올해 12월에 1차 계약 근무 기간이 끝나는데 연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인쇄 업무는 매일 수리, 보충, 지원 업무가 쏟아지고 있으니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이곳 동티모르에 새로 부임하는 소장님은 전경무라는 분이라고 설명해 준다. 이 교수와 친분이 있나보다.

이 교수와의 대화는 항상 유쾌하다. 사모님도 아주 친절하고 따뜻하고 똑바르신 분이다. 요즘 세네갈에는 민어가 잘 잡힌다고 한다. 갑자기 생선 생각이 난다. 세네갈에 있을 때는 함께 자주 항구로 가서 오징어도 사고 생선도 사고 교수님 댁으로 가서 솜씨 좋은 사모님의 조리로 맛있는 저녁을 자주 얻어먹었었다. 댁엔 전기밥솥이 있지만 항상 가스로 솥 밥을 지어 먹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 누룽지가 또 일품이었다. 한번은 복어회를 실컷 먹은 적도 있었는데 나는 많은 걱정이 되었었다. 그러나 이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이 곳에서 잡히는 복어는 독이 없다고 한다. 복어가 어떤 산호초를 먹고 자라면 독이 생기는데 대서양 이 쪽에는 그런 산호초가 없으니 전혀 독이 없다고 했다. 이 교수도 그 곳 한인 식당 사장이 하는 설명을 전했었다. 어쨌든 폭식했으나 모두 무사했다. 세네갈에서는 비늘 없는 생선, 즉 갈치나 오징어 등은 원래 먹지 않는다. 그러나 요즘은 오징어를 먹기도 하고 동방사람들이 자주 찾으니 값이 많이 올랐다. 그러나 복어는 여전히 어시장에 가면 아주 싼 생선에 속했었다.

동티모르 베코라기술고등학교 건축과 학생들이 실습하고 있다.
동티모르 베코라기술고등학교 건축과 학생들이 실습하고 있다.

▣ 코이카가 지원한 인쇄소 찾았는데, 경비가 한국인임을 알고는 그냥 들어가라 안내

우선 엊그제 세네갈 이영호 교수가 얘기했던 이 곳 한국인쇄소를 찾아보기로 했다. 코이카에서 이 곳에 인쇄소와 시설을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이를 검수하기 위해서 이교수를 보냈었다. 그 지경을 대충 들었는데 더듬어 가 보기로 했다. 라멜라우 호텔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서 조금 걸으면 대로가 나온다. 그 곳에서 왼쪽으로 쭉 30분 정도 내려가면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가다 보니 며칠 전에 보았던 신축중인 대 성당이 보였다. 계속 가니 티모르 플라자도 오른 편에 보였다. 20여분 후에 건천이 나온다. 많은 토사가 여기저기 작은 더미로 쌓여있다. 건축용으로 채취한 흔적들이 보인다.

아주 따가운 햇살 때문에 거리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들만이 먼지와 심한 매연을 내뿜으며 질주하고 있다. 이 곳은 차량 통행이 우리와 반대다. 즉, 자동차 주행 방향이 왼쪽이다. 운전석은 오른편에 있다. 포르투갈과 영국의 교통 규칙을 따르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한국 차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곳에 운행되는 차들은 대부분 중고차인데 일본차가 많다. 중고차의 경우 한국차는 운전석이 왼쪽에 있기 때문에 유럽이나 일본차를 선호하는 것 같다.

한참 걷다보니 길가에 동티모르와 한국의 태극기가 그려진 간판이 길가에 서있다. Printing Center라는 말도 들어 있다. 왼쪽으로 돌아서 5분 거리에 바로 인쇄소가 있었다. 경비가 서있는데 한국인임을 알고서 들어가라고 한다. 넒은 인쇄소 구석에 한국 젊은이가 인쇄물을 편집하고 있었다. 최덕진 자문관이다. 그는 이 인쇄소를 짓고 시설 장비를 구축하는 일을 했었는데, 사업이 완료된 후에 동티모르 교육부의 계약직으로 계속 근무하고 있었다. 아직 미혼이라고 하고 겉으로 보기에도 무척 성실해 보였다. 최자문관은 여러 애로 사항들을 물으며, 특히 이 곳에서의 인터넷 사용법 등을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이런 땡볕에는 누구도 걸어 다니지 않으며 무리하다가는 바로 쓰러진다고 한다.

사무실을 나서는데 ‘아쿠아’ 한 병을 손에 쥐어 준다. 아쿠아는 이 곳의 가장 유명한 생수 상표다. 제주도의 삼다수와 같다고나 할까. 물론 이 곳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수입품이다.

오다가 티모로 플라자 인근에 있는 슈퍼에 들렀다. 식품, 생할용품, 전자제품, 의류까지 없는 것이 없다. 그런데 채소류를 제외하고는 거의 수입품이다. 우선 식도인 칼 세트와 라면을 샀다. 식도는 손잡이 부분에 고무 같은 것으로 코팅되어 있는데, 아마도 미끄러지지 말라고 부착한 것 같았다. 그런데 벌써 더위에 녹아서 끈적이며 손에 달라붙어서 귀찮다. 잘 못 샀나 보다. 나는 항상 선택에 오류를 범하는 것이 일상사다.

동티모르 교육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이영운 선생님.(왼쪽) 동티모르 교육부 차관, (오른쪽) 베코라기술고등학교 교장이다.
동티모르 교육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이영운 선생님.(왼쪽) 동티모르 교육부 차관, (오른쪽) 베코라기술고등학교 교장이다.

▣ 일요일 티모르 플라자 성당은 인산인해⁓ 1/4은 성당안에, 3/4은 성당밖 공터까지

일요일엔 8시 45분 미사에 참례했다. 신축중인 그 거대한 티모르 플라자 성당으로 갔더니 벌써 인산인해다. 건축 중인 성당 안쪽으로 기존의 좀 작은 성당이 있는데 그 곳에서 미사가 진행됐다. 군중을 헤집고 겨우겨우 성당 안으로 들어가서 왼편에 자리 잡았다. 맨 앞 오른쪽에 성가대가 있다. 점점 사람들이 몰려서 1/4은 성당 안에, 3/4은 성당 밖 공터와 나무 아래서 미사를 본다. 하물며 길 건너 쪽에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집에서 의자를 들고 와서 앉거나 보자기를 땅바닥에 펴고 아이들과 미사 참례하는 신자들도 있다. 40도 가까운 땡볕이어서 많은 인내심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신부나 제대는 볼 수 없고 스피커 소리만 듣고 참례하고 있는 것이다. 성가는 차분하고 천상적이며, 힘차고 역동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세 분의 신부가 집전하고 복사와 봉사자는 10여 명이다. 성체는 혀로 영하는데, 나는 손으로 받아 모셨다. 빈틈없이 들어선 신자들은 길 밖 큰 도로까지 매우고 있었다. 마치 심훈의 상록수에 나오는 창가에 매달린 아이들처럼 신앙에 목말라하는 착한 동티모르인들을 연상하게 했다.

미사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너무 많은 신자들 때문이다. 바로 길 건너가 티모르 플라자여서 장보기를 했다. 물 끓이는 포트, 커피, 칼, 그릇, 세제, 통조림, 쌀, 화장지 등을 샀는데 금방 100달러를 넘어섰다. 조금 먼 거리지만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라면을 끓여 먹고 커피도 마시고 밖을 쳐다본다. 하늘은 한국의 가을처럼 더없이 푸르다.

                          (2017년 8월 6일 일요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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