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25) 한일 양국의 정치 구도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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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25) 한일 양국의 정치 구도 지각변동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11.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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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본 김길호 작가
재일본 김길호 작가

"살아 있는 권력에의 도전"의 한일 양국의 정치 구도를 싹 바꾸어버렸다.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우리 총장님,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는 발언이 회자되면서 사실 그대로 추진되고 있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 안 한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은 그와는 정반대로 문 대통령의 임명 지시를 그대로 받들어 절대 충성하다가 쫓겨난 거나 다름없는 사임에 이르렀다. 문 대통령 입장으로서는 믿고 믿었던 '윤석열 너마저'의 역설적인 부메랑이었다.

한편 일본에서는 "모든 임원의 임기는 총재 이외는 1년으로 정하고 3년 이상 할 수 없다" 자민당 총재에 입후보하면서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조회장이 9월 13일 폭탄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집권 여당의 자민당 총재는 임기가 3년인데 일본 수상이기 때문에 1년마다 바꿀 수 없지만, 자민당 서열 2위나 다름없는 간사장 이하는 전부 1년마다 개선한다는 것이다.

5년째 간사장을 맡으면서 때로는 수상 이상의 권력을 휘두르던 니카이 도시히로의 권력에 정면 도전이었다. 그가 갖고 있는 권력이 두려워서 불만은 넘쳐났지만 고양이 앞에 쥐꼴이었던 의원들만이 아니고 국민 모두가 경악했다. 누구보다도 먼저 일 년 전 스가 관방장관을 수상 후보자로 지지한다면서 손을 들었고 이번 역시 당연하다고 공언했던 니카이 간사장이었다. 기시다 후보자는 당당히 그를 자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작년에 총재 후보로 출마해서 참패를 당한 기시다 후보자는 출마를 포기하다가 스스로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정치 생명을 건 그의 발언에 총재 선거의 흐름은 역류(逆流)하기 시작했다. 재선 틀림없다던 스가 수상은 니카이 간사장을 사임시키고 인사이동을 감행한다고 꼼수를 썼지만 사후약방문이었다. 재선을 꿈꾸던 그는 결국 입후보를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기시다 후보는 총재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로 당선되었고 수상에 임명되었다. 니카이 간사장은 경질되어 권력을 잃고 한 사람의 의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 여세를 몰아붙여서 기시다 수상은 국회, 중의원(참의원에는 해산권이 없음)을 4년 임기가 거의 끝날 무렵 수상의 보도(寶刀)라는 해산권을 이용하여 국회를 해산했다. 수상으로서 실적도 전혀 없는 국회 해산에 야당은 지역구에서 통일 단독 후보를 내세우고 맹렬한 공세로 선거에 임했다.

각종 미디어나 선거 전문가들은 야당의 승리로 자민당의 단독 과반수도 어렵다는 분석들을 내놓았다. 수세에 몰린 자민당과 연립정부의 공명당은 기름과 물처럼 이념이 다른 공산당과 단독 통일 후보를 내세운 야당이 벌써 오염되었는데, 어떻게 그들의 말대로 정화 시킬 수 있느냐고 이것은 야합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선거 결과 주요 정당 중에 자민당은 공시 전의 의원수보다 15의석이 줄었지만, 정원 465의석 중, 절대 안정 과반수인 261의석을 획득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10석에서 14의석이 줄어서 96의석을 차지했는데 참패였다. 의석수를 20 아니면 30 의석이 늘어날 것이이라고 예상했던 입헌민주당의 참패는 충격적이었다. 연립정부인 공명당은 29 의석에서 32 의석, 보수야당인 일본유신의회는 11 의석에서 41의석, 공산당은 12 의석에서 2석이 줄어서 10 의석을 획득했다.

'우리 총장님이 남의 총장님'이 되어서 말 그대로 살아 있는 권력에 도전하기 위해 윤석열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 입당하여 대선 후보자로 선출되었다. 희극적인 아이러니 결말 속에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었다. 일본 미디어는 한국의 대선 추이를 사설까지 게재하면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사실상의 양자 대결인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여야당 후보자들의 대일 정책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한일위안부 합의서를 어렵게 성사시켰던 당시 기시다 외무부 대신이 수상으로 취임했다. 그것을 사실상 파기한 문 대통령은 합의서는 아직도 효력을 갖고 있다고 애매모호한 선문답을 되풀이하고 있다. 어떻게 만든 합의서인데 하고 노골적인 불쾌감을 나타냈던 기시다 수상은 문 대통령의 요청으로 한일 정상의 전화 회담을 가졌다. 공은 한국에 가 있다고 기시다 수상은 회담 후 설명을 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특별정상회의가 영국에서 열려서, 문 대통령과 기시다 수상이 참가했지만 한일정상회담은 없었다. 임기 6개월 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한일정상회담 한번 열지 못하고 끝나는 대통령으로서 남게될 공산이 거의 확실시 되었다. 이유야 어쨌건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같이 하는 이웃의 일본수상과 정상회담 한번 갖지 못한 문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같은 자민당 내부였지만 권력자에게 배수진을 치고 도전한 기시다 후보자가 수상 자리에 올랐다. 새로 임명한 아마리 아키라 의원이 지역구에서 떨어지고 비례에서 부활했지만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2016년 경제재생대신 때, 뇌물 수수죄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설명 책임을 회피하다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엄한 심판을 받았다. 인사권자로서의 기시다 수상의 책임, 그리고 기시다 수상의 배후에는 아베, 아소 전 수상이 흑막의 존재로서 군림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고 있지만 그는 스스로 해산권을 이용하여 승리했다. 이 사실은 명실공히 자기 정권을 실현하라는 국민의 신임이기도 했다. 신임 간사장은 외무대신인 모테기 도시미쓰가 맡게 되어 일본 외교 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반문이라는 평을 들었던 이재명 후보가 대선 후보자로 선출되었다. 공식적인 발언 속에서 그는 ‘이재명 정부’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거리를 둔다는 메시지이다. 야당 국민의힘에서는 드라마틱한 소용돌이 속에서 윤석열 후보자가 선출되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고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충성한다’고 선언했다.

한국의 대통령과 일본의 수상 선거는 제3의 권력 세력이 '살아 있는 권력에 도전'하여 주도권을 잡고 새로 등장하게 되었다. 변하지 않을 일본 외교 정책일지라도 이 역학의 구도 속에 한일 관계에도 파급되어야 한다. 양국의 관계도 구태의연한 정책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각도에서 새롭게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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