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35) '사도금산'의 세계문화유산 추천과 일본의 권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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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35) '사도금산'의 세계문화유산 추천과 일본의 권력 구조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2.01.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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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사도금산'의 세계문화유산 추천과 일본의 권력 구조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재일작가 김길호선생

일본 기시다 수상의 정치 이념에 '키쿠지카라:聞く力'가 있다. 우리 말로 직역하면 '듣는 힘'이다. 즉 일방적인 논리에 의한 자기주장보다도 남의 이야기를 신중히 듣고 판단한다는 의미이다.

작년 자민당 총재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기시다 수상은 자신의 선거 구호로 내세우고 선거 유세 중,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원형으로 둘러앉아서 유권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퍼포먼스를 전개했다.

총재 선거의 압승과 국회의원 선거의 사실상의 승리로 그의 정치 전략의 '듣는 힘'은그런대로 진가를 발휘했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힘이 아니고 세를 과시하는 자민당 파벌 영수들, 특히 아베 전 수상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아베 괴뢰정권에 불과하다는 비난과 야유가 쏟아졌다.

기시다 수상은 1월 28일 사도 섬의 금 생산지로 알려진 유적지를 '사도금산(佐渡金山)'으로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유네스코에 추천한다고 발표했다. 2월 1일이 마감 날인데 여유가 없는 임박 상태 속에 서둘러서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외무성을 중심으로 그 전까지는 유네스코에 추천하는 것을 보류한다고 정식 결정에 가까운 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부 결정에 정면으로 강한 비판을 하고 나선 것이 아베 전 수상이었다.

1월 20일 아베 전 수상은 아베파 총회에서 논전을 피하기 위해서 사도금산을 유네스코에 추천하지 않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비판을 했다. 다카이치 자민당 정조회장을 비롯한 자민당 보수파들은 아베 수상의 발언에 적극 찬성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정부의 보류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일본 외무성의 보류는 사도금산의 탄광에 일제시대에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징용으로 노동 한 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추천하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는 한국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서 문부과학성(문화청)도 이해하고 결정한 일이었다.

그리고 유네스코는 작년에 <세계의 기억>이라는 '세계기억유산'에 대해서 관계국이 이의 신청을 가능케 하고 결론이 날 때까지 등록을 하지 않는다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2015년 중국이 <난징대학살문서>의 유네스코 등록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이 신청해서 합의된 사항이었다. (난징대학살문서는 그해에 '세계기억유산에 등록됨)

일본이 제안해서 관계국이 이의 신청이 있는 한, 결론이 날 때까지 등록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사도금산'의 유네스코 신청에 한국이 반대로 인하여 아이러니하게도 부메랑이 되어서 일본을 직격했다.

일본 보수파들은 '기억의 유산'의 합의 사항은 '문화유산'과는 차원이 다르고, '사도금산'은 일제시대 이전의 문화유산이고 조선인 노동자들에게는 당시 임금을 지불했다고 주장을 하면서 문화유산 추천을 강하게 요구했다.

결국 기시다 수상은 28일 추천 발표 전 날, 아베 전 수상에게 전화로 추천하겠다고 전하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의 걸어온 '역사전(歷史戰)'이라는 해설과 사설을, 산케이신문 역시 1월 29일 신문에 사설과 해설까지 쓰면서 기시다 수상의 발표를 전면 지지하고 한국의 왜곡성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문화유산을 객관적 사실만을 보도하고 야당들은 정치문제로 비화시킨 기시다 정권을 다른 각도로 비판했다.

금년 7월에 실시하는 참의원 선거를 맞게 될 기시다 수상은 정권 기반의 안정을 위해서도 보수파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의 '듣는 힘'은 그들의 왜곡된 비판과 항의에 귀를 기울여야 했다.

더욱 궁지에 몰린 것은 코로나 오미크론 확산이었다. 29일 일본의 감염자는 8만4936명으로 늘어나고 있다. 선수를 쳐서 코로나 확산을 억제하겠다고 단언했던 기시다 정권에서 3회 접종은 고작 2,7%(약 342만명)에 불과해서 그 대응에 비난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시다 수상은 외무성의 추천 보류의 정론을 찬성하다가 자신의 정치적 곤경 속에 추천 보류를 스스로 뒤엎고 혼자 결정했다고 눈 가리고 아웅했다. 위안부·징용공 문제로 꼬일대로 꼬인 한일 역사인식에 또 하나가 추가되는 난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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