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23)이영운, 물 모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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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큰 별 세네갈](23)이영운, 물 모으기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3.09.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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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운 선생님의 KOICA해외교육 봉사활동 체험기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물 모으기

이제 넉 달째다. 그사이에 모든 면에서 어느 정도 정착이 되었다. 단지, 더욱 현지 사정, 상황에 잘 적응하고, 모든 일에 조급하지 말고 기다리고 인내하는 습관이 필요해 보인다. 오늘도 아침부터 정전이다. 정전이 되면 냉장고가 멈추고 또 선풍기도 틀 수 없으니, 힘들더라도 더위와 친할 수밖에 없다. 수돗물도 잘 안 나온다. 새벽이나 한밤중이라야 조금씩 나온다. 그래서 평소에 물을 저장해서 대비해야 한다. 지금 10리터들이 생수가 10개가 있고 또 50리터 들이 물통 2개에 물을 채워두고 있으니 걱정은 없다.

행복한 아이들
행복한 아이들

어제는 우리 사무실 여직원 4명과 함께 점심을 했다. 주변 식당을 요즘 가끔 이용하고 있는데 가격이 저렴하고 맛도 있다. 8000 세파(1만 6000원 정도)를 지급했다. 지금까지 반 정도의 남자 직원과 식사를 했고, 앞으로 모든 직원들과 점심 등을 할 생각이다. 식사비 일부는 업무추진비로 지원받을 수 있으니, 별 부담이 없다. 식당 주인은 벌써 나를 알아보고 Monsieur Lee!(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하면서 인사한다. 나도 ‘봉주, 세봉’하고 응답한다.

업무적으로 걱정되는 일이 여러 가지 있기도 하다. 요구 사항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세미나, 업무 등에 정보를 잘 제공해 주지도 않고 또 장관 면담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청장의 어려움인지 나의 접근 방법상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다시 처음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어 본다.

이번 주는 평일 미사를 빼먹었다. 프랑스어 수업에 출장, 회식 등으로 시간을 못 낸 것이다. ‘파이는 먹기도 하고, 동시에 갖고 있기도 할 수는 없다’는 격언을 명심하면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야 하겠다. 현재의 나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도움과 성모님의 은총이라는 믿음이 있는데, 나의 정성이 항상 모자란 것 같다.

아침에 혼자 머리 염색을 했다. 칫솔로 쓱쓱 적당히 문지르면 끝난다. 머리숱이 얼마 안 되니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물론 엉성하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서투르면 어쩌랴! 대강 철저히 사는 게 나의 삶의 철학이니까. 그 사이에 몸무게도 4kg 정도 빠지고 머리칼도 많이 빠졌다. 이제 식사도 좀 신경 쓰고, 운동도 좀하고, 영양도 신경 쓰면서 살아야겠다.

(2014년 10월 25일)

끼렌 공페드 용기에 항상 물을 모아두고 있다.
끼렌 공페드 용기에 항상 물을 모아두고 있다.

유치원 살펴보기

아침 공기가 제법 서늘하다. 어제 저녁엔 처음으로 선풍기 없이 잠을 잤다. 서 아프리카에서 그래도 가장 날씨가 좋다는 다카의 축복을 누리는 것 같다.

어제는 처음으로 유치원을 방문했다. 3학급이다. 3세, 4세, 5세 세 학급이 편성되어 있다. 6명의 보조 교사와 3명의 담임교사가 있다. 원장 선생님은 15년 교사 경력이 있는 베테랑으로 영어로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했다. 참관한 학급은 35명 정원의 5세 학급이었다.

아이들은 잠도 자고, 장난도 치고, 선긋기도 하고, 율동도 했다. 학급 안에 교사 집무 공간, 자료실, 도구실 등이 함께 되어 있다. 학교 방문을 하면서 뭔가 빠져서 허전함과 미안함이 다가왔다. 생각해 보니 맨손으로 왔던 것이다. 다음부터는 기관을 방문할 때 적절한 선물을 준비하도록 해야겠다.

유치원 운영 현황과 교사 자격 유무, 교사 연수, 교육과정 운영, 커리큘럼 등을 문의해 보았다. 대학을 졸업하면 교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고, 고등학교 졸업 후 3년 정도 실습을 해도 자격증이 부여된다고 한다. 교사 연수는 특별히 없고 6개월 또는 1년에 한 번 세미나나 회의 등을 하면서 중간에 30분 또는 한 시간 정도 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아마 정보 전달 정도지, 연수는 없는 듯한 분위기다. 이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급식은 없고, 간식은 각자 집에서 준비해 와서 먹는다. 가로 세로 15센티쯤 되어 보이는 1인용 흑판에 선 긋기를 하고 있다. 연필, 종이 등은 없다. 이 손바닥 흑판에 몽당 분필로 그리고 지운다.

아이들은 연필 노트 대신 손바닥 흑판으로 학습한다.
아이들은 연필 노트 대신 손바닥 흑판으로 학습한다.

그제는 Grand Plateau 교육청을 방문해 교육장과 장학사들과 인사도 하고 교육 현황도 청취했다. 교육장은 교육 현황을 자세히 자신감이 넘치게 설명했다.

인근의 유치원도 방문했다. 유치원장은 한국의 교육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었고 대단히 훌륭하고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자기 컴퓨터로 나를 데리고 가더니만 동영상을 하나 보여주었다. 한국의 초, 중, 고등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과 부모님의 교육 투자, 학생들의 일상생활 등을 담은 30분 분량의 동영상이었다.

프랑스 국영 방송이 방영했던 것인데, 특히 초등학생들이 군에 입영하여 군복을 입고 훈련을 받는 모습도 있었다. 한국의 학생들은 불쌍해 보이지만 오늘의 한국은 이런 교육 열정에서 오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나도 그 파일을 오히려 복사했다. 나는 더 붙여서 우리나라가 PISA 평가에서 세계 최정상의 한국 학생들의 성취도를 항상 기록하고 있으며, 불과 60년 전만 해도 인도 다음으로 가난했던 한국이 이제는 세계 경제 10위권으로 올라온 내용 등을 설명해 주었다.

세네갈을 위해 많은 공여국은 교육 분야에서 대부분 기초교육에 지원해 왔다. 중학교 건립이나 대통령 이니셔티브 중 하나인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으로 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 부문을 중점적으로 지원하였다. 특히 USAID(미국국제개발처)는 초등학생 수학 및 독해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Partenariat pour l'Amélioration de la Lecture et des Mathématiques; PALME)을 지원 중이며, JICA(일본국제협력단)는 수학, 과학, 기술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Projet de Renforcement de l’nseignement des Mathématiques, des Sciences et de la Technologie; PREMST)으로 초등교육부터 전문 직업까지 이어지는 수학 및 기술 교육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유치원 선생님, 원장 선생님과 교육과정 협의
유치원 선생님, 원장 선생님과 교육과정 협의

통상적으로 기초교육 중심의 지원이 이루어져 고등학교까지만 학생들에게 각종 지원이 과잉 공급되는 문제점이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은 아직 미미한 실정이며, 고등교육 관련 분야별 작업그룹도 아직 수립되지 않은 상태이나, 사이버대학 지역학습관(ENO) 사업 시행에 따라 AFD, World Bank 등 다수의 기관이 지원할 예정에 있다. 또한 직업훈련 관련 지원도 직업전문대학(ISEP) 사업도 어느 정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유아교육, 유치원 교육 등은 아직 초기 투자 지원 단계로 많은 공여국들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온통 메마른 모래 더미인 운동장에 큰 바오밥 나무가 서 있다. 주변엔 그럴듯한 정원도 꽃들도 없다. 가끔씩 부는 하마탄 모래 바람에 모래 더미가 아이들 위를 덮치고 있다. 사진 한 장 남겼다. 수형은 엉성했지만 세네갈 상징의 나무 바오밥이다.

(2014년 11월 1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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