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 한 알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낱
(장석주, ‘대추 한 알’ 전문)
누구나 다 속수무책 봄바람 그 앞에서는. 너나없이 둥둥 떠 난리가 아니던. 그런데 유난히 한 나무만은 전혀 미동도 없네요. 모르는 사람들은 말하기 좋다고 이 나무에 대고 게으름뱅이라고 놀리다 못해 더 나아가 손가락질까지 했지만. ‘쉬이 드러낸 생은 쉬이 또 바닥이 나는 법!’ 알고 보니 이 나무야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내공’이라는 단어의 주인이었다는 사실. 이런 의미라면 태풍도 천둥도 벼락도 그리고 무서리도 땡볕도 초승도, 그래서 옛 어른들이 그렇게 말씀하셨나 봅니다. ‘세상 모든 열매, 그것 하나하나가 다 우주’라고. 절로 두 손 모아집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렇게 또 올 한해도!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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