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5)사는곳서 25분 거리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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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의 아름다운 동티모르(5)사는곳서 25분 거리로 이사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0.11.25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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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 이삿날, 현지직원 Rui와 코이카 차량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이삿날이다. 어제 구입 준비한 몇 가지 살림살이가 다섯 개의 비닐 봉지에 담겨있다. 작은 봉지들이어서 아주 적은 양이다. 현지 직원 Rui와 함께 코이카 차량으로 이동했다. 아침에 잠시 사무실에 들려 신승우 코디네이터와 집 계약 규정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감기, 배탈, 모기 퇴치제 등 몇 가지 비상 약품과 따가운 햇볕을 가려줄 모자도 얻었다.

이사할 집은 사무실에서 차량으로 25분 정도의 거리다. 그러니 걸

베코라 기술고등학교 건축과 실습실에서.
베코라 기술고등학교 건축과 실습실에서.

어서 사무실을 오갈 형편은 안 되었다. 아프리카 세네갈에 있을 때는 가끔은 40, 50분 걸어서 사무실에 오가곤 했었다. 따가운 햇살 속에 풀풀 날리는 먼지를 뒤집어쓰며 다녔다. 편리함과 위험함이 공존하던 시기였다. 내가 살 방은 2층 6개의 방 중에서 바로 들어서면 왼쪽 첫 번째인 2호실이다. 원룸이지만 침실은 따로 별실처럼 작게 분리되어 있다. 화장실에 작은 욕실이 붙어 있다. 여자 분이 청소를 하고 있었다. 모든 객실을 담당해 청소와 정돈을 하는 분이다.

짐을 풀고 정리를 시작했다. 그 사이 마트에서 구입한 것들은 공기 밥그릇 4개, 국그릇 4개다. 숟가락, 젓가락은 한국에서 4벌씩 사가지고 왔다. 칼도 이곳에서 샀다. 임대료는 월 550달러인데 전기료가 포함되어 있다. 수도는 자체의 지하수를 끌어 올려서 사용하기 때문에 무료다. 출입문 시건 장치가 고장 나서 여닫기가 잘 안 된다. 밑에 층 사원이 와서 고치는데 거의 하루가 소요되었다.

이 건물은 3층으로 되어 있어서 1층은 주인의 전기 제품 가계로, 2층은 임대 주택으로, 3층은 주인 부부가 거주한다. 주인 부부는 중국인인데 호주 국적도 갖고 있다. 이 곳의 임대주택은 레지던스 개념으로 몸만 들어오면 살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한국의 원룸처럼 편리하다. 세네갈에서는 방만 임대한다. 나머지 가스레인지, 냉장고, 가구, 냉방기 등 모든 것을 임대인이 구입하여 사용해야 해서 불편이 말이 아니었다. 집세는 아주 비싸서 거의 우리나라 수준이다. 두 달치 임대료를 선지급해야 한다. 1100(120만원 정도)달러다. 월 임대료는 550달러고 보증금(Deopsit)이 550달러다. 코이카에서 7월과 8월분 생활비를 미리 지급해 주어서 어려움은 없었다.

마실 물이 필요했기 때문에 아쿠아(Aqua) 생수를 10박스, 50달러어치를 구입했다. 이 곳에서는 공용 상수도가 거의 설치되지 않아서 조금 큰 건물에는 대개 자체의 지하수를 개발하여 사용한다. 모든 지하수는 부옇게 보인다. 석회석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대로 마시거나 식수로 사용할 수 없다. 물론 이곳 사람들은 음용수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곳에는 생수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해서 판매한다. 아쿠아 생수도 인도네시아 생수다. 아마 이 생수는 인도네시아에서도 가장 일반적이고 고급형 생수일 것이다. 세탁기는 베란다에 두 개가 놓여있다. 6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한다. 김치 냄새가 베인 와이셔츠 두 장을 세탁해 보았다. 괜찮다.

베코라기술고를 방문중인 동티모르 교육부장관과 주동티모르 대한민국 대사.
베코라기술고를 방문중인 동티모르 교육부장관과 주동티모르 대한민국 대사.

▣ 한 곳밖에 없는 한국인 식당에서 코이카 강형철 소장님의 송별회식에 참석

저녁 때는 코이카 강형철 소장님의 송별 회식이 있다고 해서 참석했다. 장소는 Naris No.1 Restaurant 이다. 한국인 식당이다. 이 곳에는 한국인 식당이 이 곳 한 곳밖에 없다. 2층이 식당이고 1층은 소형 슈퍼도 겸하고 있어서 몇 가지 식품도 함께 구입했다. 멸치 액젖과 소맥 우동을 샀다. 참석자는 모두 11분이다. 자문관 3명, 사무실 직원 4명, 시니어 단원 4명 등이다. 가장 연로하신 최 시니어 봉사단원은 초등학교 교장 출신으로 45년생이라고 한다. 중등 미술 교사 출신, 또 미술을 지도하는 다른 초등 교장 출신도 계셨다. 박 봉사단원은 자문관으로 근무를 마치고, 다시 시니어 단원으로 오셨다고 한다. 컴퓨터 전공이시다. 한참 낮은 신분으로 다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시니 참으로 모두 대단한 분들이시다. 소장님의 베코라기술고등학교 재설치 등의 업적에 대한 회고 등이 있었다. 돈까스, 불고기 등 푸짐한 대접을 받았고 특히 인도네시아 맥주 빙땅(Bintan)도 시원했다. 빙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맥주다.

모임에 갈 때는 택시를 사용했었다. 역시 택시 운전자와 탑승 전에 거래를 하고 탔다. 세네갈에서도 택시를 타게 되면 사전에 협상을 해야 했다. 타고 흥정을 하다가는 큰 코 다치기 일수다. 오늘은 한 집에 사는 나를 포함한 세분이 함께 탔고, 내릴 때 3달러를 지불했다. 각자 1달러씩 내라고 해서 공동 부담했다. 잘 이해되지 않았으나 이 곳 단원들 사이의 문화려니 생각했다. 올 때는 코이카 차량을 이용했다. 저녁 7시만 되면 택시도 버스도 끊기니 어쩔 수 없다. 방안에 들어서니 모기가 윙윙거린다. 모기약을 뿌려 한두 마리 잡고 에어컨을 틀었다. 새 집에서의 첫 밤이 시작되려나 보다.

베코라 기술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베코라 기술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 한국서 퇴역 군함 기증받아 수리도 못한 채 그냥 세워놔 녹스는 중

다음 날 인터넷을 개통하기 위해서 현지 직원 Olderico Da Silva와 함께 Timor Plaza로 갔다. 인터넷 모뎀을 구입하여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큰 전자 쇼핑몰에 Window 10용 모뎀이 없었다. 모두 Window 7 기반이었다. 쇼핑몰을 나와 다른 전자 상가로 갔다. 소위 한국의 용산전자상가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소규모 전자상가가 20여개 자리 잡고 있었다. 수소문해서 겨우 Window 10 모뎀을 구할 수 있었다. 다시 Timor Plaza로 가서 30달러짜리 티모르 텔레콤 회사의 풀사(pulsa)를 구입했다. 풀사는 선불 인터넷 사용 카드다. 집으로 돌아와 파일을 깔고 인터넷을 겨우 개통했다. 아주 약하게 잡힌다. 이제 집에서 인터넷도 하고 카톡도 할 수 있으니, 세상과 문이 열리고 소통의 장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십년 채증이 내려가고 먹먹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아침에 최충호 자문관이 카톡으로 만나고 싶다고 했었는데 바로 집으로 찾아왔다. 최 자문관은 NIPA(정보통신진흥원 National It Industry Promotion Agency) 자문관이다. 코이카와는 별도 기관이다. NIPA 자문관은 주로 전기, 전자, 기계, 통신, 무역 분야에서 저개발국 자문활동을 한다. 우리 집에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한 쪽 다리가 조금 불편해 보였다. 근무하는 곳이 해양결찰서다. 자가용을 갖고 왔다. 자문단은 차를 가질 수 없으나 최 자문관은 장애가 있어 특별히 허용한 것 같다. 근무처에 가보지 않겠느냐고 해서, 함께 근무처로 갔다. 바닷가에 조그만 집 두어 채가 있는데 이곳이 해양경찰청이라고 한다. 경찰청에 붙어있는 조그만 방이 하나 있는데, 한 평 반 정도 되어 보였다. 책상 하나에 의자 두개, 소형 냉장고 하나, 프린터 하나가 전부다.

몇 년 전에 한국에서 활용하다 수명이 다 되어 퇴역한 소형 전함 두 척을 동티모르에 기증했었다. 그냥 오랫동안 바다에 정박하여 두고 운항을 하지 않으니 많은 기관들이 고장 나고 부식되었다. 이 전함을 수리하여 운용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파견해 주도록 요청했다. 최자문관이 이 업무를 위해서 이 곳에 온 것이다.

그는 열성적으로 전함을 세세히 살피고, 수리할 부분을 파악하여 예산을 정부에 요청하였다. 가까스로 반영되었던 예산은 더 급한 일들이 생겨나서 전용되고, 전함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고 했다. 그가 손으로 가리킨 바로 50미터 정도 거리에 낡은 전함들이 멍하니 동쪽하늘을 처다 보고 있었다. 내 신세가 참으로 처량하구나 하고 푸념하듯! 사무소 옆에는 바람 빠진 바퀴 위에 고무 보트 두 대가 육상에 정박되어 있었다. 해양경찰청의 주요한 바다 지킴이 수단이 지금 바람 나간 상태로 육지에 박혀있다고 한다.

최자문관은 심적 상태가 몹시 괴로워보였다. 이제 거의 4년이 다 돼 가는데 자신의 업무는 이 나라의 예산 집행 과정의 불성실로 번번이 무산되어 실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시로 상황을 파악하여 정부와 한국에도 알리면서 상황 개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보였다.

베코라기술고등학교 신축 개교식에 동티모르 대통령 부인과 교육부장관, 주동티모르 대한민국 대사가 참석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베코라기술고등학교 신축 개교식에 동티모르 대통령 부인과 교육부장관, 주동티모르 대한민국 대사가 참석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 현지인 약속도 잘 안 지키고, 무례한 행동 예사

최자문관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필요하게 될 컴퓨터 등 사무용품 견적을 받으러 다시 그 용산전자상가로 갔다. 컴퓨터, 프린터 등의 견적서를 두 곳에서 받고, 티모르 플라자로 가서 몇 가지 물건을 구입했다.

저녁 때 처음으로 찌개를 끓였다. 고등어에 감자, 양파, 간장을 넣었다. 이 집에 거주하는 두 자문관은 경찰청에 근무하는 최규환 자문관과 결핵검사소에서 일하는 박찬홍 자문관이다. 또 맨 안쪽에는 한국어 교사인 경은지 여자 봉사단원이 있다. 오늘은 두 분을 식사에 초대했다. 최규환 자문관은 미리 식사를 했는지 참석치 않았고, 박 자문관과 저녁을 함께 했다. 찌개에 멸치에 콩 통조림이 전부다. 조촐 초라하다. 식사 후 망고를 잘랐는데, 맛이 없고 시기만 했다. 아마 덜 익었나 보다.

박자문관도 불평이 많아 보였다. 우선 결핵 검사를 하는데 필요한 물품들을 한국에서 구입해야 하는데, 주문한지가 오래 되었지만 도착하지 않아 제대로 활동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결핵검사소 담당 국장은 여러 가지 약속을 해 놓고도 전혀 지키지 않아 업무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함께 식사하기로 해 놓고서는 사모님이 찾아 왔다며 갑자기 자리를 떠 버리는 등 무례한 행동을 자주 한다고 했다. 최 선생님은 퇴근할 때마다 4개에 1달러하는 작은 훈제 닭다리를 사고 와서 저녁을 먹는다는 얘기도 한다. 뼈는 아래 층 개에게 준단다. 나는 개가 닭 뼈를 먹으면 죽는다는데 아니냐고 들어 보니, 전혀 근거 없는 얘기고 우리 개는 자주 먹는다고 한다. 개 이름이 땡칠이다.

오늘의 또 하나의 사건은 어제 저녁에 끊긴 수도가 오후에 개통되었다는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 곳에는 거의 수도가 공급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하수를 사용하고 지하수가 없는 집은 있는 집에서 길어다 쓴다. 어떤 집은 트럭 하나에 50달러씩 내고 실어다 사용한다. 아침에 수돗물이 안 나와서 윗 층 주인에게 얘기했더니 마당에 있는 지하수 공급 장치를 점검했다.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빈 원룸의 수돗물은 나왔기 때문에 그 곳에 가서 샤워를 했다. 물과 수도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모든 생활이 마비되기 마련이다. 다행히 낮부터 다시 수돗물이 공급되었다. (2017년 8월 7일과 9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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