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등짝
누가 이 섬 안에 부려놓은 바위인가
녹동항 배에 실려
아버지 등에 실려
열세 살 소년의 눈에 여태 남은 어느 등짝
여기까지 업고와 등을 돌린 그믐달
칠십년 흘렀지만 단 한번 보지 못한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그리운 서울 한쪽
창파에 떠 있지만 소록소록 소록도
한센병의 섬에도 연애질은 있었나보다
눈 한쪽 귀 한쪽 없어도 比翼鳥 사랑은 남아
때마침 후드드득 한소절의 소낙비
팔뚝에 낀 우산으로 외려 나를 받쳐준다
한시도 내리지 못 한 십자가 같은 저 등짝
(김미영, ‘어느 등짝’ 전문)
‘만경창파’라 했던가요. 인간 사 모든 삶이. 태어난 그 순간 맞닥뜨린 것은 시퍼런 바다 같은 세상. 부모 역시도 자식을 선택할 수 없듯이 자식도 부모를 선택할 수 없어. 궁여지책 남도 끝 그 등에 실려. 그렁그렁 저 파도에 젖은 달빛이 오늘 우리네 삶 속에 또 하나의 만경창파네요. 소록소록 소록도 한센병의 섬에도 연애질은 있어 날개와 눈이 하나 밖에 없어서 짝을 짓지 않으면 제대로 볼 수도 날 수도 없다는 저 비익조의 사랑. 저 등짝이 알고 보면 이 시대 우리 모두를 다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아닐는지요.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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