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물회
자리물회가 먹고 싶다.
그 못나고도 촌스러운 음식.
제주 사투리로
‘자리물회나 하러 가주’
‘아지망
자리물회나 줍서’하면
눈물이 핑 도는,
가장 고향적이고도 제주적인 음식.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
톡 쏘는 재피 맛에
구수한 된장을 풀어
가난한 시골 사람들이
여름날 팽나무 그늘에서
한담을 나누며 먹는 음식.
아니면
저녁 한때 가족들과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앉아
먼 마을 불빛이나 바라보며
하루의 평화를 나누는
가장 소박한 음식.
인생의 참맛을 아는 자만이
그 맛을 안다.
한라산 쇠주에
자리물회 한 그릇이면
함부로 외로울 수도 없는
우리들 못난이들이야
흥그러워지는 것을
만나면 즐거운 붉으레한 얼굴들과 앉아
오늘은 아들 낳고 딸 낳고 살림 늘리고
시집 장가보낼 얘기나 나누며
그 자리물회가 먹고 싶다.
(한기팔, ‘자리물회’, 전문)
보리밥 같은 섭섬이 노랗게 출렁이는, 여름도 초여름 그 마을 보목리를 찾아들면 인생의 참맛을 아는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는 음식이 있었으니.
함부로 외로울 수도 없다, 이 맛 앞에서 우리 모두는.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왼 종일 종종종 고향 바다와 함께 걸치는 한라산. 술 술 술 넘어간다고 사는 것도 다 술 술 술이었겠는가. 그렇다고 해도 뼈는 뼈, 가시는 가시. 애써 모른 척 다 어루시루며 살아왔기에 살아진 것일 뿐.
‘아지망 자리물회나 줍서’…… 휘이 젓는 숟가락에 노을이 와 진다. 베이고 썰리고 절궈지고 녹아든다 해도 자리는 자리! 하여 저 먼 마을 불빛조차도 다사로울 것이다, 오늘은.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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