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의 아름다운 동티모르](19)봉사단원의 생활비로 모은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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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의 아름다운 동티모르](19)봉사단원의 생활비로 모은 장학금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7.0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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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단원의 생활비로 모은 장학금
이영운 선생님
이영운 선생님

요즘 비가 많이 내린다. 열대성 소나기 스콜(Squall)이다. 이제 우기라고 한다. 거의 매일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내린다. 어제도 저녁 8시경에 빗소리가 나서 블라인드를 열고 밖을 보니 시원하게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일찍 깨어 미사에 갈 채비를 했다. 밖이 너무 어두워 걱정된다. 6시가 조금 지나자 갑자기 밖이 환하게 밝아 왔다. 요즘 많이 걷지 않아서 조금 빨리 걷는 것이 부담이 되기도 하고, 또 워낙 더워서 조금만 걸어도 땀이 쏟아지고 힘도 빠진다. 성당 안은 몹시 더웠다.

가는 도중에 하천이 하나 있는데 이 곳이 가축 장터다. 보통 2, 30마리의 양들이 끈에 묶여 하천 여기저기에 방사되어 있다. 가끔 근처에서 그 더럽고 악취가 풍기는 하숫물을 이용해 양, 돼지, 염소 등을 도축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하천이 큰 비로 바닥이 많이 패이고 형질도 변경되었다. 가축들을 묶어 놓은 돌들이나 나무가 꺾이고, 일부 지반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경은지 선생님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경은지 선생님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오늘은 학교에서 특별 행사가 있었다. 경은지 선생님이 두 학생에게 50달러씩 장학금을 전달했다. 아이들에게 특별한 학습 동기를 부여해 줄 수 있어 보였다. 코이카 봉사단원 모임 중에 이코브라고 하는 단체가 있다. 단원들은 얼마 안 되는 생활비를 조금씩 적립하여 100달러 정도의 장학금을 1년에 한 번씩 지급한다. 대부분 한 학생에게 주는데, 나누어 두 학생에게 지급할 수도 있다. 장학증서는 한국 본부에서 보내준다. 두 교감과 한국 선생님들이 모인 가운데 한국어 교실에서 두 학생에게 전달되었다. 단원들이 그 얼마 안 되는 생활비를 쪼개어 모았다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참으로 대견해 보였다. 이 곳 학생들에게는 상당한 액수로 많은 격려와 힘이 될 것이다.

퇴근하면서 보니 경은지 선생과 조희영 선생이 교문 밖 담장에서 줄자로 무엇을 재고 있었다. 내년 1월에 한국에서 대학생 봉사단이 이 곳을 방문하여 봉사활동과 벽화 그리기를 할 예정이어서 그림 그릴 벽면의 크기를 파악 중이었다. 줄자로 재다가 경은지 선생님이 도랑으로 떨어졌다. 1미터 정도 깊인데 다치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모두 좋은 선생님들이고 또 열심이어서 항상 흐뭇함을 느낀다.

◆졸업실기고사

오늘은 3학년 실기 고사가 있는 날이다. 지난번에 졸업 필기시험이 있었는데 이번 실기 시험도 패스해야 졸업이 된다. 졸업장과 국가 2급 실기 자격증을 얻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9시쯤 되자 교감이 실기 시험장으로 가자며 안내한다. 우선 기계과로 갔다. 실습장에 11개 그룹이 합동 제작한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작품명과 사용 안내 내용이 함께 적혀있다. 자동 오븐, 전동기, 발전기 등 다양하다. 발표장으로 가보니 20여명의 관객석이 있고, 발표자를 위한 의자가 셋, 또 심사위원석이 세 자리 마련되어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컴퓨터와 스크린도 보인다. 발표자 3명의 학생들이 착석하고 그 중에 대표 학생이 설명한다. 설명 후에는 교감을 포함한 심사위원들의 집요한 질의와 학생들의 진지한 답변이 이어진다. 학생들은 30여 페이지의 활동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그 보고서에는 설계도, 활용 계획, 분담 역할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시작 전에 모두가 일어서서 가톨릭 예식에 따라 성호를 긋고 주모경(주님의 기도, 성모송)을 바치고 시작했다. 이 과정이 모두 끝나면 함께 촬영하고 인사하고 나간다. 6개 과에서 동시에 실기 시험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IT과, 전기과, 건축과, 자동차과 등도 살펴보았다. 전자과는 1인 면접 형태로 행해지고 있었다.

경은지 선생님 장학금 수여식 참가.
경은지 선생님 장학금 수여식 참가.

12시 조금 지나자 교감이 점심하러 가자고 이끈다. 기계과 교무실에 가니 두 종류의 밥(흰 밥과 검은 밥), 쇠고기 볶음, 나물, 계란, 만두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뷔페식이다. 학교에서 돈을 지원하고 학생들이 구내에 있는 취사 시설에서 직접 음식을 준비했다고 한다. 중간 휴식 때는 빵과 생수가 제공되었다. 또 심사위원 책상은 예쁜 테이블 포로 덮여 있고, 아름다운 조화로 정성스레 장식되어 있었다. 과별 심사가 끝나자 학생회장이 사회로 전 교직원, 학부모, 3학년 학생들이 모여서 종합 평가회를 가졌다.

교감선생님께 돈보스코 기술학교에 대해서 물어보았더니, 그 곳은 학교가 아니고 직업기술연수 교육 기관이라고 설명한다. 보통 6개월 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우리 학생들이 졸업 후에 일부 그곳에서 기술을 익히기도 한단다.

토요일엔 9시부터 시험이 계속되고, 11시경에 종합 평가 폐회식이 있다. 참석해야겠다. 또 오늘은 베코라기술고등학교 발전계획 요목 분야가 완성되어 마스킹 테이프 등으로 제본해서 교장과 두 교감에게 전달했다. 한국어, 테툼어, 영어로 되어 있다. 교장은 아주 흡족한 표정이다.

베코라기술고 학생들의 졸업실기 작품 시연회.
베코라기술고 학생들의 졸업실기 작품 시연회.

◆광견병 예방 접종

오늘은 광견병 3차 마지막 예방접종을 하는 날이다. 학교에서 나와 1km 정도 걷고 있는데 류광하 건축전문가가 전화했다. 거리가 워낙 시끄러워서 잘 안 들리는데 30분 후 학교에 도착하겠다는 내용 같다. 다시 타는 듯한 더위를 뚫고 학교로 되돌아갔다. 한참 기다리니 그가 왔다. 임기기 거의 차서 이임하게 되는 대사님이 자신의 가장 큰 업적으로 베코라 기술고등학교 리모델링 사업을 염두에 두고 정리중이라고 한다. 또 이번에 교육부 차관을 만나려고 하는데 학교 시설 관련 내용을 설명하면서 학생들의 사용 부주의로 인한 파손 부분을 기록하겠다고 한다. 많이 파손된 수도꼭지, 깨진 상담실 유리창 등이다. 사소한 파손들이나 학교 예산이 워낙 빈약하다 보니 그냥 방치되고 있다. 함께 학교를 살펴보며 사진도 찍은 후에 학교를 떠났다.

예방 접종 때문에 미크롤렛을 타고 코이카 사무실로 갔다. 가는 도중에 갑자기 비가 내려서 사무실 가는 모퉁이에 있는 중국인 소형 마트에 잠깐 들어갔다. 마침 슬리퍼가 하나 더 필요했다. 이곳의 슬리퍼들은 가운데 끈이 있기 때문에 내게는 아주 불편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그냥 밋밋한 끈 없는 슬리퍼를 사용한다. 겨우 끈 없는 슬리퍼를 찾아냈다. 한 켤레 3달러다. 지금까지 세 켤레의 슬리퍼를 샀다. 하나는 이미 망가져서 버렸고, 둘은 사무실과 집에서 사용하면 된다. 코이카 사무실 쪽으로 가니 소장님이 담뱃불을 붙이며 밖으로 나온다. 스트레스가 많아 담배를 많이 피우는 모양이다. 거의 모든 직원들이 흡연한다. 물론 이곳 사람들도 거의 흡연을 즐긴다.

사무실 차로 DMC 병원으로 갔다. 두 단원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김영신 단원이 있었다. 그녀는 지난번 1회용 백신을 맞아서 오늘은 안 맞아도 된다고 한다. 간호사가 내가 영어를 잘 한다고 부추겨 준다. 나도 그녀가 친절하고 주사 놓는 기술도 뛰어나다고 했더니 아주 기분이 좋은 표정이다. 주사를 놓은 다음 알콜 소독 솜으로 계속 문지른다. 한국에서는 주사 후에 꾹 눌렀다가 원형 반창고를 붙여주는데 조금 달라 보인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서 소장님께 인사하고 소장님 실에 쌓여있는 에코백과 티셔츠를 하나씩 얻었다. 전부터 너무 좋아 보여서 하나 얻어가야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소장님은 “봉사단원들을 위한 것이니, 편히 가져가세요.”하고 흔쾌히 승낙한다.

저녁때는 옆방 박자문관님과 둘이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었다. 둘 만의 송별식이었다. 방으로 갔더니 벽면을 따라 방에 가득 진열되어 있는 180ml 페트 물병 12개를 준다. 생수는 아니고 정수기에서 뽑은 물을 모은 것이다. 박 선생님은 매일 사무실에 출근할 때 페트병을 두 개씩 갖고 출근한다. 사무실에 한국에서 가져다 설치한 정수기가 있는데, 정수기에서 물을 뽑아다 사용하는 것이다. 방안에 한 50병쯤 진열되어 있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으니 일부를 희사하는 것이다.

밖에는 비가 여전히 내리고 있다. 20여분 우산을 쓰고 걸었다. Kmanek Savoy Restaurant 으로 갔다. 볶음밥, 치킨, 맥주 등으로 맛있게 저녁을 먹었다. 오는 길에 배추, 양파, 부추 등을 샀다. 이번에는 제대로 김장을 담궈 봐야겠다.

◆김치 담그기

오늘은 우리 아들 동근이의 생일이기도 하다. 어제 미리 카톡으로 축하의 말과 축하 사진들(축하 꽃다발, 잔칫상, 촛불)을 보냈으나 회신이 없다. 나중에 알아보니 집사람도 축하금을 보내서 딸과 함께 회식을 하도록 했다고 한다. 딸도 지금 지방 출장 중이라 아들이 혼자 쓸쓸한 생일을 맞고 있는지 모르겠다.

베코라기술고 학생들의 졸업작품 전시
베코라기술고 학생들의 졸업작품 전시

토요일은 원래 휴일이어서 출근하지 않지만, 오늘은 학교에 행사가 있어서 아침 미사 참례하고 걸어가는데 오토바이가 멈춘다. 나는 모르는 분인데 학교에 생수를 싣고 가는 길이니 함께 타라고 한다. 원래 봉사단원은 오토바이를 못 타게 되어있다. 안전문제다. 물리치기도 어려워 타서 가니 7시 20분에 도착했다.

8시에 드와르테 교감선생님이 3학년 전 학생을 운동장에 소집하여 어제 시행했던 실기시험에 대한 내용을 전달한다. 일부 학생은 통과하지 못했다.

사무실로 돌아와 오랫만에 여유 있게 음악도 듣고 인터넷으로 지나간 우리나라 소식도 듣는다. 그런데 5분 들으면 끊기고, 10분 들으면 끊기고 하여 그만두었다. 교감선생님 말로는 학교 행사가 11시에 시작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두 차례 나가 봤으나 움직임이 없다. 기계과로 가보니 대 연회장이 준비되어 있고, 학생들은 여러 가지 음식들을 차려 진열하고 있었다.

베코라기술고 학생들의 졸업작품 전시 준비중인 학생들
베코라기술고 학생들의 졸업작품 전시 준비중인 학생들

1시가 되자 교감이 와서 이제 가면 된다고 한다. 학부모가 10여명, 선생님이 20여명, 3학년 학생 전체가 모두 정장차림으로 모였다. 1, 2학년 학생들은 체육복 등 자율 복장이다. 3학년 대표 학생의 실기 시험 과정 설명, 학교장 인사, 교육과정 담당 마르코스 교감의 축하의 말이 있었다. 모두 조금 길게 얘기한다. 식에 소요된 시간은 40여분 되었다. 식이 끝나고 나와 교장과 학과장이 앞으로 나가 축하 케이크를 잘랐다. 샴페인도 두병 준비되어 있었다. 나에게 터트리라고 권하나 학교장에게 양보했다.

차려진 음식은 밥, 생선튀김, 계란, 닭고기, 야채 등이었다. 또 후식으로 바나나, 바나나 튀김, 감자와 고구마 삶은 것 등이 나왔다. 교감의 설명에 의하면 학부모님들이 이 자리를 마련했고, 6개 학과 중에서 기계과에서 전통적으로 이를 준비한다고 했다. 특히 이 음식 중에 일부는 아이들이 직접 제작한 도구를 활용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송풍 시설이 된 석쇠로 고기와 생선을 굽는 학생들을 보았었다. 실생활에 실제 이용할 수 있는 도구와 기계를 제작하여 직접 활용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학생들은 또 PPT를 준비해서 실험, 제작 과정을 설명할 준비를 했었는데, 전기가 1시간 정도 끊겨서 아쉬워했다. 자주 정전이 되니 여러 가지 차질이 생기기 마련이다. 모든 음식들은 맛있고 정갈했다.

3시경에 집에 도착했다. 두 가지 할 일이 남아있다. 우선 김치를 담글 준비를 했다. 어제 오후에 끄마넥(Kmanek) 슈퍼에서 배추, 부추, 파 등을 사왔다. 이 곳에서 처음으로 담그는 김치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5시에 교육과정 담당 교감 마르코스(Marcos) 선생님 가족과의 저녁 식사다. 그 사이에 김치 재료를 대강 손질해 놓으면 될 것 같다. 우선 배추 3kg을 수돗물로 씻고 다시 정수된 물로 헹구었다. 잘게 썰어서 소금에 절였다. 소금의 양은 잘 알 수 없어 대강했다.

4시 20분 경 출발해서 동방 식당 앞에서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마르코스 교감이 부인과 두 아이를 태우고 온다. 모두 넷이다. 부인 이름은 마띠나(Martiuha), 큰 아들은 스나이더(Sunaigher), 막내는 갈릴레오(Galileo)다. 큰 애는 초등학교 5학년, 작은 애는 7살로 2학년이다.

아이들은 햄버거를 부인은 야채고기밥, 교감은 쇠고기 밥을 주문했다. 아이들은 음식이 익숙하지 않은지 잘 먹지 않는다. 또 비싼 음료수도 시켰는데 장난만 치고 있다. 교감은 오웨쿠시 출신이다. 오웨쿠시는 서티모르에 있는 도시인데 육로로 가려면 인도네시아 비자를 받아야 갈 수 있는 독특한 지역이다. 그는 항상 미소를 짓는 좋은 인상을 지닌 분이다. 아주 젊은 나이에 교감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유능한 교사 같다.

귀가 길에 계란 한판(30개 들이)을 5달러에 샀다. 전에 리따 마트에서는 3달러에 산적도 있었는데 조금 비싸다. 계란들은 냉장 시설이 되어 있는 마트에서 구입해야 한다.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다 보니 밖에 내놓고 파는 계란들은 변질된 것들이 많다. 지난번에 구입한 것들 중에서 7개가 변질되어 버렸다.

집에 도착하자 김치 담그기를 시작했다. 우선 파 등을 썰었다. 이것을 절일 때 함께 넣는 것인지 나중에 양념 만들기 과정에 넣어야 하는지 아리송했다. 특히 갓이라고 생각해서 사왔는데 길쭉한 배추 모양이어서 갓인지 아닌지 궁금했다. 어쨌든 함께 썰어 넣었다. 우선 3시간 정도 절인 배추를 헹구어 짰다. 마늘은 믹서기가 없으니 으깨고 다졌다. 고춧가루, 설탕, 멸치 액젓을 넣고 버무리니 벌써 김치 냄새가 방안 가득 퍼진다.

박선생님이 준 플라스틱 병에 넣고 비닐로 뚜껑을 만들어 덮었다. 집사람이 보내준 레서피를 보니 하루만 지나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을 마치고 8시경에 옆방 박선생님댁으로 갔다. 삥땅 맥주 두 캔을 들고 갔다. 함께 들면서 오늘 이야기를 서로 나눈다. 오늘은 휴일인데도 일과 행사가 많은 하루였다.

(2017년 11월 15일, 11월 16일, 11월 17일, 11월 18일)

<전 중앙여자고등학교교장, 전 외국어고등학교교장, 전 위미중학교교장, 전 BHA국제학교경영이사, 전 동티모르교육부교육행정자문관, 전 세네갈교육부교육정책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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