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60)초록섬(변종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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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닥속닥 송인영의 문학이야기](60)초록섬(변종태)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7.0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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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섬

우도엘 다녀왔습니다. 오는 길에 나도 모르게 얼른 우도를 주머니에 넣고 와버렸습니다. 지도에서 사라진 우도, 집으로 오는 길은 축축했습니다. 바닷물을 뚝뚝 흘리는 섬, 우도를 잃어버린 바다가 꿈까지 찾아와 철썩거립니다. 우도를 내놓으라고 호통을 칩니다. 아무리 주머니를 뒤져도 온데간데없습니다. 바다는 더 세게 으르렁거리고, 꿈자리가 사납습니다. 주머니를 뒤집어 보니 작은 구멍 하나 나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어디선가 빠뜨린 모양입니다. 그래도 바다는 물러가지 않고 밤새도록 으르렁거립니다. 옆구리를 철썩철썩 후려칩니다. 지도에, 파랗게 출렁이는 바다에 초록의 사인펜으로 가만히 섬을 그려 넣습니다. 금세 파도가 잔잔해집니다.

                                                                                      (변종태, '초록섬', 전문)

 

송인영 시인
송인영 시인

이상과 현실, 이성과 본능, 그 사이에서 널을 뛰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한다면, 얼마나 마음에 들었으면 그랬을까 하다가도…… 그래도 손을 대는 건 아니다 싶기도 하고. 고쳐먹는다는 것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는 뜻. 바다가 그랬다고는 하지만 결국은 시인이 시인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는 것임을. 저도 모르게 얼른 주머니에 넣었다는 것이 현실이라면 또한 저도 모르게 잃어버린 것 역시도 현실일 터인데 전자에 대해서만 매몰차리만치 더 세게 회초리를 드는. 혹자는 일컫기를 시인이란 ‘마지막까지도 저 자신을 향해 채찍을 거두지 않는 자’라 하였던가요. 하여, 으르렁거리는 바다, 저를 향해 또다시 옆구리를 후려치면서도 질세라 또 나직이 한 점의 희망을 그려 놓는.

깃들고 싶네요. 이 여름, 저 초록섬에! 밤이면 하늘과 바다에 두 개의 달을 띄우고 그리워 그리워 너무 그리워 바다가 모두 검게 변해버렸다는 검멀레 해변과 사무쳐 사무쳐 너무도 사무쳐 하얗게 가루가 되어버렸다는 서빈백사를 오른팔과 왼팔에 거느린 채 지금도 잃어버린 그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섬, 우도 그 서러운 이마를 가만 가만 쓸어주고 싶네요.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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