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호의 일본아리랑] (12) 만신창이 도쿄올림픽과 한일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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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호의 일본아리랑] (12) 만신창이 도쿄올림픽과 한일 정상회담
  • 제주경제일보
  • 승인 2021.07.1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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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만신창이 도쿄올림픽과 한일 정상회담
재일작가 김길호씨.
재일작가 김길호씨.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 무엇을 위한 올림픽인가. 단순 명쾌한 이 명제가 일본 도쿄올림픽에서 엄청난 항의와 자기모순 속에 무너지고 말았다. 세계 평화와 인류 축제의 차원과 함께 도쿄올림픽은 지진으로 폐허가 돼버린 '동일본부흥올림픽'이라는 슬로건 속에 출발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으로 은근 슬쩍 '코로나에 이긴 올림픽'으로 슬로건이 바뀌었다. 그러나 코로나를 이기지 못한 맹위 속에 개최하는 도쿄올림픽은 '개최만을 위한 개최올림픽’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8일 일본정부는 도쿄도에 7월 12일부터 8월 22일까지 제4차 '긴급사태선언'을 결정했고 당일 오후 7시에 스가요시히데 수상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의 안심 안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도쿄올림픽은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만전을 기해서 개최할 것”이라고 했다.

단순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음식점의 영업, 일반적인 경기, 각종 이벤트는 물론 사람들의 이동까지 억제시키고 있다. 그런데 국민 대다수가 반대와 재연기하라는 올림픽을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외국인 선수들을 대량으로 입국시키고 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개최해야 할 의의는 어디에 있으며, 그로 인해 감염자가 확대되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코로나라는 큰 곤란에 직면 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세계가 하나가 되어 인류의 노력과 예지로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도쿄에서 발신하고 싶다. 세계에서 40억 인이 TV에서 올림픽을 시청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대회는 많은 제약이 있어서 지금까지의 대회와는 다르지만, 그러니까 안심, 안전대회로 성공 시켜서 미래를 살아 갈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역사에 남을 대회로 실현하고 싶다."

기자들의 책임론과 다른 질문에도 동문서답으로 고장난 테이프레코드처럼 추상적 답변으로 일관된 기자회견에 국민들은 실망했다. 이렇게 해서 끝나는 기자회견인가 싶었는데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올림픽 참가로 방일했을 때에 관한 질문이 있었다. 방일한다면 수뇌회담을 열 의향은 있는지, 있다면 전제 조건을 붙이는지 물었다.

"현재의 일한관계는 조선반도 출신의 노동자(징용공) 혹은 위안부 문제로 아주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 일한 양국의 이러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책임을 갖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금까지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나서, "그러한 속에서 방일한다면 외교상 정중히 대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고 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지금 스가 수상은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이다. 7월 4일 실시된 도쿄도 도의원 선거를 이기고 코로나 확대를 억제하여 7월 23일부터 열리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그리고 9월 말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기고, 10월 하순에 임기 만료되는 국회 중의원 선거를 해산이든 만료 선거 간에 승리로 이끈다. 이것이 스가 수상이 정치 일정의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출발의 도쿄도의원 선거부터 예상에서 빗나갔다. 자민당 압승이라던 선거 예측이 고이케 유리코 지사가 고문직을 맡고 있는 '도민훠스터'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민당 33석, 도민훠스터 31석으로 여당인 자민당, 공명당(23석)을 합쳐도 총 의석수 127석에서 과반수(64석)에도 못 미친 56석으로 참패했다.

정부의 갈팡질팡인 올림픽 실정으로 선거 지원 유세에 나갔다가 청중으로부터 야유를 들을 걱정도 있고, 연설이 서툰 스가 수상이라서 한번도 유세 못한 채 끝난 선거였다. 굴욕적이고 체면이 구겨진 수상은 유감을 표시해야 했다. 코로나 정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감염 대책에서는 억제는커녕 확대로 인하여 7월 12일부터 8월 22일까지 제4차 긴급사태 선언까지 선포하여 올림픽 기간인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 최악의 상황 속에 열리게 되었다. 이에 따라서 정하지 못했던 관객의 참가 여부도 거의 모든 경기에서 무관객 속에서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만약 올림픽으로 인하여 코로나 감염이 확대되거나 실패한 올림픽으로 평가될 때에 그 책임은 스가 수상이 져야하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의 재임은 어려운 일이고 그것은 수상직의 끝남을 의미한다. 지금 알려진 도쿄올림픽 참가를 표명한 외국 수뇌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정도이다. 프랑스 대통령은 다음 개최지가 프랑스이기 때문에 참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질 바이든 대통령 부인의 참석을 위해 사전 준비 차 금주 중에 선발대를 보낸다고 발표했다. 이 상황 속에 다른 외국 수뇌들이 올림픽을 위해 일본을 방문해 주면 그 이상 고마울 것이 없지만 일본 국민감정은 그렇지만도 않다. 계속 개최 지지를 부르짖은 국제올림픽 토마스 바흐 위원장에 대한 반감은 그의 방일 불가론까지 나올 정도이다.

외국 수뇌도 예외는 아니다. 수뇌의 방일로 인한 코로나 방역 대책, 그리고 무관객으로 개최되는 올림픽에 왜 일부러 외국 수뇌는 참관하느냐는 합리적 논리에 맞지 않는 반감이 있다. 평화를 위한 인류의 축제라는 이상과는 전혀 다른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도쿄올림픽이다.

이 와중에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참가 여부는 한일 양국에서 올림픽 이상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의 초청인가 대통령 자신의 의사인가부터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도쿄올림픽이 절호의 카드이다. 북한의 불참가 표명으로 일본과 북한과의 가교 역할을 하려던 한국의 기대는 무너지고 말았지만, 초청을 받고 방일했을 때에는 그만한 조건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인식 문제로 아베 전 수상은 물론 스가 수상과도 공식적인 정상회담 한번 갖지 못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0개월도 남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임기 중 한번도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못한 대통령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일반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는 가해자가 머리를 숙이고 나오는데, 가해자로서의 일본의 고자세도 문제가 있었지만 한국이 피해자로서의 고집도 많은 걸림돌을 스스로 쌓고 말았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기도 했다.

이것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올림픽을 계기로 스가 수상과 만나서 정상회담을 가져야 하는 것이 필수조건이 되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올림픽 참가는 스가 수상을 비롯한 일본 정계만이 아니고 일본 국민들까지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스가 수상 표명 처럼참가해 주었으니 예의 속에 형식적인 회담으로 끝난다면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최악의 상태이다.

그렇다고 스가 수상이 지금까지 한국 정부에 요구했던 징용공, 위안부 문제 처리에 회답을 갖고 오라는 '공은 한국에 넘어갔다"를 간단히 수정할 기색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임기가 끝나는 문재인 대통령보다 다음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을지 모른다.

스가 수상으로서는 문재인 대통령 방일이 자신에게는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데 일부러 초청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을 것이다. 다만 오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문재인 대통령 방일을 방관하면 또 다른 비난을 면치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었다.

"스포츠 정신은 이기는 것보다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한다. 아니, 그것이 아니다. "스포츠 정신은 참가하는 것보다 지지 않는 데에 의의가 있다" 한일 간의 올림픽 외교는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만에 하나 '초대 받지 않는 불청객'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가한다면 일본 정부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한국 선수들을 위해서 참가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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