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책방
당신이 잠에서 깬 아이처럼 작아져요
밑줄 친 어느 날의 골목을 돌아가면
맨 끝에 진열된 여름
아삭아삭 읽어요.
부재중인 사랑보다 달콤한 게 있을까요
받침 없는 의자가 반짝이는 간판
내가 쓴 눈물에 앉아
당신을 기다리죠.
바람의 활자들이 넝쿨처럼 자라는 책방
초록빛 그늘자락 꽂혀진 정오쯤에
오래전 당신이 썼던
나를 두고
갈까 봐요.
(김연미, ‘골목책방’, 전문)
우리는 종종 마음속의 그 사람을 우연한 곳에서 만나질 때가 있지요. ‘서점’도 아니고 ‘책방’ 그것도 ‘골목책방’, 그 마음속의 상대를 만나기에는 너무나 안성맞춤인 그 곳. 그럼요, 그럼요 부재중인 사랑보다 달콤한 건 없지요. 아껴먹는 슬픔이 더 큰 슬픔인 것처럼 오늘도 자초한 눈물에 앉아 그 사람을 기다릴 밖에요. 그러나 때로는 그 기다림에도 끝 간 곳은 있어 여름, 그 그림자조차도 느낄 수 없는 한낮이라면 아무리 오래 깊은 사랑일지라도 잠시 잠깐 흔들릴 밖에.
(시인 송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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